정치

"낱알 한 톨도 확보" 작황 좋아도 식량난

입력 | 2021-11-13 07:34   수정 | 2021-11-1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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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살얼음 위를 걷는 심정이다. 낱알 한 톨까지 확보하라″, 국정원이 밝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 사항입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의 식량사정이 얼마나 다급한지, 그 위기감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올해 북한 작황은 나쁘지 않았다면서요?

◀ 김필국 앵커 ▶

네, 그렇습니다.

예년보다 작황이 좋다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식량난을 걱정해야 하는 사정, 오상연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벼를 베어낸 늦가을 논밭에 어느새 파릇파릇한 밀과 보리가 가득합니다.

[조선중앙TV/10월 28일]
″가을 밀, 보리 파종을 군적으로 제일 먼저 끝낸 이 곳 작업반에서는 가을 밀 보리들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영양관리에 힘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밀과 보리는 쌀과 교대해 심을 수 있는 대표적인 이모작 식량 작물입니다.

[최용호/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겨울이나 봄에 밀·보리를 생산하고 그게 끝나면 벼농사를 짓는 것이거든요, 지금 가을에 생산된 것(쌀)은 봄 정도 되면 다 먹어서 떨어져요, 그것(밀·보리)이 생산되면 보릿고개인데 그 부분을 버틸 수 있는 힘이 그것이거든요.″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9월 시정연설에서 식량문제 해소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밀과 보리 농사′를 대폭 늘릴 것을 지시했습니다.

[김정은 시정연설 대독/9월 30일]
″밀, 보리 파종 면적을 2배 이상으로 보장하고 정보당 수확고를 높여..″

어떻게든 곡물 생산량을 높여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책입니다.

지금까지 집계된 북한의 작물 생산량은 대략 490만톤 정도로 추정됩니다.

평년작이었던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좀 더 높은 수준인데, 올해 기상조건이 좋았던 덕분입니다.

[최용호/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7월 정도에 가뭄이 살짝 있었어요, 가을로 넘어오면서 태풍이 원래 많이 오는데 올해는 태풍이 없었기 때문에 기상 조건으로서는 많이 양호했고요.″

북한에서 올해 필요한 곡물량은 약 595만톤.

여전히 부족한 100톤 이상은 수입이나 지원에 의존해야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째 중국이나 베트남 등으로부터 들여오던 식량 수입은 꽉 막혀 있습니다.

[김영훈/한국농촌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부족한) 식량을 수입해야 하는데 최근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국경이 봉쇄되고 수입도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더 어려운 상황이 됐겠죠.″

치솟는 쌀값을 잡기 위해 북한은 올해 군량미까지 민간에 풀었습니다.

그래서 부족해진 군 비축미를 추수 이후 채워넣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앞으로 민간의 쌀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협동농장이나 국영농장 추수 때는 군인들이 가장 먼저 농장에 갑니다, 군량미‧비축미를 확보를 하고요, 그 다음에 농민들 국가 단위에 돌아가기 때문에 식량난이 악화된 상황에서 군 비축미 확보는 상황을 악화시킬 개연성이 있고요.″

실제로 북한 시장에서는 최근 식량 가격이 상당히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코트라는 최근 쌀과 옥수수 가격이 올초와 비교해 각각 1.7배, 2.4배 뛰었다고 밝혔고 데일리 NK 조사결과로도 최근 쌀 1Kg가격이 올 봄 3천6백원에서 4천9백원 선으로 36%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얼마 전 보고서에서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북한 주민의 40%가 영양부족상태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까지 나서서 밀보리 이모작에, 새땅 찾기 운동까지 펼치며 자력갱생을 통한 식량증산에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겁니다.

[김영훈/한국농촌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가장 중요한 건 생산 요소가 투입 자산이 부족하죠, 특히 화학 비료라든지 에너지라든지 농기계라든지 그런 투입 요소가 부족하니까 생산성이 계속 낮을 수 밖에 없어요.″

북한은 올봄에도 종자를 기를 비료나 농사용 비닐까지 부족해 농사준비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자체의 노력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운 상황.

결국 국경을 열고 식량과 물자를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해법이 없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과도한 ′코로나 방역′입니다.

북한에서는 이미 올 봄부터 국경 개방을 준비하는 동향이 포착됐지만 사람은 커녕 물자도 코로나 전파 우려를 이유로 국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경우에 따라) 한달까지도 완전히 (물자를) 격리하는 걸로 알려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균이 없어질 때까지 소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죠, 그러니까 소독과 방역을 과도하게 철저히 한다, 비상식적인 방역을 하고 있고요.″

북한은 전세계적인 위드 코로나 흐름과 무관하게 초고강도 방역을 지속중입니다.

최근에는 ″겨울에 내리는 눈을 통해서도 코로나가 유입될 수 있다″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소문까지 들먹이며 방역을 더 철저히 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생존에 유리한 겨울철 추위가 닥치고 변이 비루스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해서 전염병 형세(진행상태)는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그러잖아도 코로나 확산속도가 빠른 겨울철, 북한의 국경 통제가 더욱 심해지고, 북한에 반입되는 식량이나 의료품의 격리 기간이 기존의 한달에서 더 길어져, 제때에 주민들에게 도달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미 내부 경제는 임계점을 넘었습니다. 국경을 반드시 열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고요, 지금 이중적인 딜레마에 처해 있는게 북한이다, 국경을 열어야 하는 상황과 그 다음에 방역에 대한 두려움 이 두 가지가 충돌하는 상황이다 이렇게 봐야겠죠.″

한미양국과 국제사회는 이미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조건없이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북한은 최소한의 조건인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입니다.

마른 수건을 짜내듯 내부 자원을 동원해도 해결할 수 없는 북한의 식량 문제.

이를 해결할 방법은 북한이 과도한 코로나 공포에서 벗어나 국경을 재개방하고, 남북 북미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지만 북한의 움직임은 너무 느리기만 합니다.

통일전망대 오상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