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재료를 음식감이라고 하는군요. 북한에서 낙지는 남한의 오징어잖아요. 예전에 평양에서 보던 프로그램이랑 어떤가요? 좀 다른가요?
◀ 나민희 ▶
다른 정도가 아니라 완전 확 바뀐 것 같아요. 저렇게 아나운서 분이 앞치마를 직접 입고 나오시고 얘기하면서 요리를 하잖아요. 요리사복도 예전엔 진짜 위생복 같은 그런 걸 입었는데 지금은 단추가 이제 지금 제 옷처럼 두 개로 이렇게 있잖아요. 두 줄로 그런 것도 되게 세련된 옷이거든요. 북한에서는. 그리고 모자도 굉장히 어떤 외국 레스토랑의 셰프들이 쓸 만한 모자를 쓰고 나오신 거 같아서 너무나도 달라진 것 같아요.
″제가 집에서 낙지에 칼에임을 주다 보면 다 똑같은 방법으로 칼에임을 줬는데 어떤 날에는 모양이 아주 곱게 나오고 또 어떤 날에는 모양이 곱지 않던데.″
◀ 김필국 앵커 ▶
북한 방송 맞나? 싶을 정도로 스튜디오 모습이나 카메라 구도도 예전보다 많이 세련됐습니다. 이렇게 북한의 요리 프로그램이 변화하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 전영선 ▶
일단 북한의 요리 프로그램은 식생활 정책하고 연결되기도 하고 꾸준하게 식단을 이용해서 식생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측면에서 새로운 요리라든가 새로운 재료를 가지고 이렇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었고요. 예전에 방송 같은 경우는 정말 단순했었어요. 먹는 실용 중심의 쿡방에서 지금은 보면 조금 더 흥미도 좀 많이 가미된 쿡방으로 바뀌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느낄 수가 있습니다.
″잘 안 됩니다. 정말 보기와는 다르구만요.″
◀ 김필국 앵커 ▶
지금 실수를 했나 본데요.
◀ 나민희 ▶
실제로 북한 식당에서 일하다가 실수를 하면 좀 따끔하게 혼나기는 하죠. 재료가 아까운데 한 번의 실수가 재료를 낭비하는 걸로 이어지기 때문에 그래서 웬만해서는 숙련도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무라든가 요리하고 나머지 재료들 있잖아요. 그런 걸 가지고도 계속 연습을 했던 것 같아요.
″여러 번 해보면 경험이 생겨서″
◀ 차미연 앵커 ▶
실수도 하고 하면서 이 요리하는 모습이 예능감을 많이 살린 것 같습니다.
″요리는 마음과 성의가 들어가야 되고, 노력하면 다 됩니다.″
″나도 한 번 집에서 해보겠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 요리 프로그램의 변화 중에서는 방송원 김은정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조선중앙TV 간판이자 스타 아나운서죠. 혹시 보신 적 있으세요?
◀ 나민희 ▶
북한에서 대표적인 미인으로 일컬어지는 그런 얼굴형이고 또 부모님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그러니까 며느리 감으로 굉장히 탐내하는 그런 얼굴형이거든요. 그리고 영화배우 출신의 아나운서이고 인지도가 엄청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2009년에 나온 생명선이라는 북한 영화입니다. 김은정이 아나운서가 되기 전인데 주인공 딸 역할을 맡았었습니다. 연기자 출신 아나운서는 흔하지는 않죠?
◀ 전영선 ▶
그렇죠. 아무래도 북한도 직업이 대체로 대학을 나오게 되면 그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는데요. 가끔 직업을 전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자체에서 이렇게 아나운서들이한 20명 정도로 지금 파악이 되고 있는데요. 그중에 보면 이렇게 연기를 해서 아무래도 방송이 좀 친숙하다 보니까 저렇게 방송원으로 활약하는 경우도 있고요.
◀ 차미연 앵커 ▶
실제로 양덕온천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레이스가 달린 옷을 입고 온천에 몸을 담그기도 했고요. 설 명절에는 승마대회 같은 국가 행사를 소개하기도 했었잖아요. 평소에는 뉴스도 하고요. 정말 전천후인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우리나라로 치면 차미연 아나운서 같은 존재겠네요.
◀ 차미연 앵커 ▶
아 그런 거예요? 이것저것 좀 일을 많이 해 볼 걸 그랬는데 저는 아직 연기는 안 해 봤는데 뒤이어서 해봐야 되는 건가요?
◀ 김필국 앵커 ▶
연기 학원 빨리 다니세요.
◀ 차미연 앵커 ▶
그래야겠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북한의 요즘 쿡방은 메뉴도 조금 다릅니다. 화면 보시죠.
″사람들의 원기를 돋아주고″
◀ 김필국 앵커 ▶
도입이 좀 다르죠? 잉어국을 소개하는데 수산 식당을 찾아가서 잉어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 나민희 ▶
잉어가 대표적인 보신탕. 보양식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보니까 저도 너무 놀랐던 게 어떤 북한도 이제는 요리 재료 음식감에 있어서 신선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이렇게 보여집니다. 지금 바로 금방 잡아서 요리를 하는 걸 보여주는 거면 많이 달라졌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 김필국 앵커 ▶
이번에는 초밥 전문 식당에 갔네요. 초밥을 만드나 싶었는데 근데 김밥이네요.
″김밥을 잘 만들려면 우선 밥을 잘 지어야 합니다.″
◀ 전영선 ▶
우리 같은 경우에도 보면 예전에 소풍 갈 때 먹거나 아니면 여행 갈 때 가장 많이 싸가는 것이 김밥이었고요. 북한도 마찬가지로 명절이라든가 또는 특별한 날에 김밥을 싸게 되는데 김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물론 밥이기도 하지만 김도 중요하거든요. 중국에서부터 김을 좀 많이 수입해서 식재료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저런 김밥과 관련된 요리 프로그램도 만들어졌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김밥에 단무지도 중요하잖아요. 소세지랑. 그런 것도 들어가나요?
◀ 전영선 ▶
제일 얄미운 게 맛있는 거 쏙 빼먹는 친구들이 제일 얄미운데요. 재료는 상황에 맞춰가지고 많이 나는 것들을 다양하게 좀 이용을 하고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조금 너무 평범한 음식을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도 드는데요. 근데 일상에서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을 소개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이걸?
◀ 나민희 ▶
예전에는 정말 구하기 힘든 그런 재료들을 가지고 조선시대 왕들이나 먹었을 법한 그런 요리들을 소개를 많이 했었는데 아까도 보셨지만 낙지 숙회 이런 오징어도 북한 장마당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걸로 집에서 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대중화된 음식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많이 바뀌더라고요.
◀ 김필국 앵커 ▶
이런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음식들을 소개하는 것은 그런 정책과 관련이 있겠어요?
◀ 전영선 ▶
이 식생활이라고 하는 것이 삶하고 경제하고 연동이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치킨이라고 한다고 하면 닭고기가 좀 많아야 하고 그다음에 기름이 있어야 되고 그걸 튀길 수 있는 전기가 충분해야지만 가능한 재료 요리가 되겠죠. 대체로 보면 농업정책이나 식량정책이라고 하는 게 결정이 되어서 그 분야의 생산량이 늘어나게 되면 일상으로 받아들여져야 되는데 낯선 음식 재료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서 열대메기라든가 아니면 철갑상어 같은 경우에도 많이 양식을 하게 되면 새로운 재료들이 나오게 되는데, 그걸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를 조선요리협회에서 연구를 해서 방송을 해서 생활 속에 쓰이도록 그렇게 하기 때문에 정책하고 요리는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렇군요. 북한 요리 프로그램도 많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나민희 씨는 그래도 이걸 보니까 영락없는 북한 요리 프로그램이구나. 이렇게 느끼시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 나민희 ▶
네. 남한에 와서도 많이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너무나도 신기했던 것이 요리를 만들고 꼭 시식해보는 걸로 끝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먹는지, 누가 더 먹음직스럽게 먹는지 그리고 소리도 누가 더 막 군침 돌게 내는지 이런 식으로 클로즈업을 해서 찍는 거예요.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북한은 요리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만드는 걸로만 끝나는 거예요. 아직까지도 먹는 것을 그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좀 예의에 어긋난다 이런 인식이 있어요.
◀ 차미연 앵커 ▶
왜요? 무슨 예의?
◀ 나민희 ▶
먹을 때는 입을 최대한 오므리고 치아를 드러내지 않고 소리없이 먹어야 된다. 이런 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많이 받았었거든요.
◀ 전영선 ▶
또 보면 좋은 요리라고 하는 게 뭔가에 대한 개념이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에서 얘기하고 있는 좋은 요리는 인민생활의 적절한 것, 칼로리가 과잉되지 않고 재료를 잘 이용한 요리들을 북한에서 얘기하고 있는 좋은 요리라고 많이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재료가 특별하거나 아니면 플레이팅이 화려하거나 이런 쪽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면 북한은 적정한 수준, 그리고 인민들이 생활 속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요리를 좋은 요리로 평가를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렇군요. 북한 방송에서 이 요리 방송, 그리고 요리 프로그램의 변화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 전영선 ▶
우리도 보면 식생활이 굉장히 많이 변화됐거든요. 경제 소득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육류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식생활이 많이 변화됐었습니다. 북한의 저런 요리 프로그램도 그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면서 따라오고 있다고 할 수가 있고요. 고난의 행군 직후에 나왔었던 많은 프로그램에서는 감자가 주된 요리였다고 한다면 최근에는 여러 가지 대체 단백질이라든가 육류를 활용한 요리법이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 나민희 ▶
남한에 와서 보니까 정말 다양한 요리들이 꽤 많더라고요. 한 가지 재료를 가지고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만들고 아직 좀 북한은 부족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북한 주민들도 이제 생활이 많이 풍족해져서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의 요즘 쿡방을 통해서 그 안에 숨어 있는 북한 사회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우리나라 요리 프로그램 볼 때도 앞으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분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