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 지역에 있는 하얀 빛깔의 흙 백토가 조선백자에 사용돼 그 뿌리로 인정받고 있다네요.
◀ 차미연 앵커 ▶
북한 흙을 합해서 통일백자를 만드는 작업도 추진중이라고 하는데요.
이상현 기자가 그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주요 교차로마다 하얀 도자기, 백자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는 곳.
그 길을 따라 민간인통제선 바로 앞까지 올라가면 한적한 마을이 하나 나타납니다.
마을 한켠에 들어서있는 널찍한 공간.
2년전 증축해 다시 문을 연 양구 백자박물관입니다.
건물 앞에선 진지하게 도자기를 빚는 도공들의 조각상이 시민들을 반겼고, 뒤편에선 이곳저곳 쌓여있는 장작더미 사이에서 기다란 전통가마 하나가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김병호/서울 용산구]
″사실은 그냥 고속도로로 해서 바로 서울로 갈 수도 있는데 요즘 답답하잖아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좀 사람들 없는 곳을 찾으면서 이쪽으로 바람도 쐴 겸 오면 어떨까 해서 왔습니다.″
여러 문양이 그려넣어진 커다란 모양의 생활자기.
다양한 화초로 꾸며진 꽃병부터, 조선백자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달항아리, 옛 가마터에서 발견된 유물 조각들까지.
[정두섭/양구 백자박물관장]
″일제강점기때의 기록을 보면 강원도에 가마터가 80여개정도 있는데 그중에 한 70여개가 양구에 있다고 되어있어요.″
이 조선백자들의 근원은 고려 말까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조선 건국 1년전인 1391년, 이성계가 이 지역의 하얀빛깔 흙, 백토로 빚은 도자기에 왕이 되고자 하는 소원을 적어 금강산에 묻어두었다는데요.
이후 조선왕조 5백년간 왕실백자 생산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했다는 양구 방산면은 그래서 조선백자의 뿌리, 시원지라 불리기도 합니다.
[정두섭/양구 백자박물관장]
″아주 질이 좋은 양질의 백토들이 다량 매장이 되어있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백토를 수비(정제)해서 쓸 수 있는 물과 그 다음에 자기로 구워낼 수 있는 땔감들이 풍부했기 때문에 자기를 만들어내기에는 상당히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이 지역에서 채굴된 백토는 다른 곳의 흙에 비해 불순물과 철분 함량이 적어 흰빛을 내는 발색도가 높고, 점성이 강해 모양을 만드는 성형력도 뛰어나다고 합니다.
그런 백토를 직접 만져볼 수도 있었는데요.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이렇게 박물관 한쪽엔 시민들이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관이 마련돼 있습니다. 지금 시민들이 체험을 해보고 있는데요. 저도 함께 동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레를 돌려가며 점성 강한 양구 백토를 손으로 이리저리 조리해가면서 모양을 만들어보고요.
″오른손만 이렇게 살짝 들어가는만큼 딱 넣으셔서 제가 좀 잡아드릴께요. 살짝만 꼬집으세요. 그렇죠. 그 느낌 그대로″
그렇게 완성된 작품에 각자 글자도 새겨넣으며 세상에 하나뿐인 선물 하나를 완성해냅니다.
[엄태현/강원도 강릉]
″TV에서만 봤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너무 부드럽고 또 이렇게 모양이 만들어지는게 너무 신기했어요.″
백자 생산을 위한 최상의 조건을 가진 이 백토 덕분에 이곳에선 조선백자의 명맥을 잇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내 도예가 천명이 양구 백토로 빚은 도자기를 출품해 전시해놓았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은 박물관과 함께 백자연구소를 설립했는데요.
8년 전부터 양구백토를 사용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백자를 제작해왔고,
[강고운/양구 백자연구소 선임연구원(서울대 미대 대학원)]
″소재 자체는 백자의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에다 안료를 섞어서 검정색으로 생깔을 변환을 시키고 그 색깔을 변환시킨거에다가 옻칠을 채워넣은 작업이에요.″
양구백토를 유약으로 활용하는 방식의 연구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김시월/양구 백자연구소 선임연구원(서울대 미대 대학원)]
″양구백토라는게 상품화되거나 무한정으로 쓸 수 있는 상황이 현재로서는 아니에요. 채굴되는 것 현실적인 조건도 있고 해서요. 그래서 고안을 한 방법이 유약의 재료로 쓰면 양구백토의 활용을 많은 양이 아니어도 활용을 하면서 현대적인 이런 적용을 시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이런 방법을 생각을 했습니다.″
박물관에선 또 한중일 3국의 백토를 섞어 세 나라에서 각각 만들어진 백자도 볼 수 있었는데요.
열린 수장고 한켠에 보관돼 있던 북한 해주와 봉산의 백자들.
올해엔 이런 북한 지역의 백토와 흙을 섞어 이른바 통일백자를 만들어볼 계획입니다.
[정두섭/양구 백자박물관장]
″남한의 원료와 북한의 원료들을 다 입체적으로 좀 살펴보고 각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좋은 장점들을 이용해서 잘 배합을 하면 아주 좋은 지금 시대에 맞는 지금의 작가들이 선호하는 그런 원료들로 새롭게 재탄생시켜서 또다른 조선백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이런 통일백자, 조선백자의 부활작업엔 예술가들도 적극 동참하고 나섰습니다.
박물관 인근, 과거 군부대가 있던 자리에 들어선 백토마을.
양구 백토를 활용한 도자기를 생산하려는 예술인들이 입주해있는 공간인데요.
커다란 전통식 장작가마부터 뜨거운 열기를 수시로 내뿜는 현대식 가스 가마를 통해 양구 백토로 빚은 각양각색의 도자기를 생산해내고 있습니다.
[조은미/백토마을 입주 공예작가]
″자연과 문화예술이 같이 이렇게 어우러져서 주민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앞으로도 더 될 수 있지 않을까.″
수백년에 걸쳐 한민족의 정신과 자존심을 표현해온 조선백자.
지금은 남북접경지, 민통선 앞인 된 백자-백토의 고장은 이제 남북의 통일백자를 꿈꾸며 힘찬 부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