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와 군을 향해 차마 듣기 힘든 독설과 함께 전멸될 것이라는 위협까지 퍼부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북한 최고 지도자가 직접 나서서 남한 대통령을 겨냥한 건 이례적인데요.
이게 말에 그칠 건지, 행동으로 이어질 건지, 한반도 정세가 더 위태로워지는 건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유찬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리포트 ▶
정전협정체결일이었던 7월 27일 이른바 전승절 기념식장.
김정은 위원장이 19일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했습니다.
6.25 한국전쟁의 역사와 의미, 현재 정세와 주민들의 충성을 독려하는 30분간의 기념 연설 중 5분이나 윤석열 현정부를 비난하는데 썼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남조선 보수정권과 호전광들에게도 엄중히 경고하고자 합니다.″
혐오스러운 대결광, 불량배, 군사적 광기 등 남측을 향한 거친 표현들을 연신 쏟아냈고, 현 정부를 ″남조선것들″, 윤석열 대통령은 직함을 떼고 이름만 부르기도 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윤석열이 집권 전과 집권 후 여러 계기들에 내뱉은 망언들과 추태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했던 ″선제타격론″이나 ″김정은의 버르장머리″발언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한 것, 한미연합훈련, 한국형 3축체계 방위산업강화 등 새정부의 핵심 정책들을 하나하나 열거해 비난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힘에 의한 평화, 안보″ 정책이 핵보유국의 턱밑에 사는 불안감 때문이자 잔뜩 검을 먹고 전전긍긍하는 몰골이라고 비아냥대면서 정권과 군대가 ′전멸될 것′이라는 초강경 폭언을 쏟아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선제적으로 우리 군사력의 일부분을 무력화시키거나 맞설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에! 그런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함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입니다.″
6.25나 7.27 정전협정에 대미비난에 초점을 맞춰오던 북한이 대남 비난을 이렇게 장황하고 강도높게 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윤 정부가 발언한 내용들을 하나하나 계산표처럼 열거한 부분, 여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대적행동을 취할 의사를 밝혔다는거, 이게 이제 지도자가 전략적 기조 방향을 잡아줬기 때문에″
두 달 반동안 지켜보다가 내부적으로 확정한 대남 태도를 지도자의 입으로 공식화했다는 겁니다.
대미 비난의 수위도 높았지만, 북한에 대한 불공정한 군사적 압박과 적대정책, 대규모합동군사훈련 등 통상적인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정성장/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미국에 대한 비난이 상대적으로 짧고 원론적 이었다면 남한에 대한 비난은 상대적으로 양도 많고 그리고 또 훨씬 더 원색적이고 구체적이었습니다.″
특히 미국에 대해서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되어있어야 한다″는 1년전 발언을 되풀이하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남한에 대해서는 ″자신들을 걸고들지 말고 아예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까지 선을 그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미국 쪽에는) 대화의 여지가 조금이나마 열려있는 느낌이라면 한국 관련된 내용들은 거의 ′어떤 행동을 취하면 상응한 대가를 바로 치르도록 준비돼 있다′라는 식의 발언을 하거든요 대화보다는 가만히 있거나 아니면 아예 상대를 하지 않겠다라는″
그동안 북한에 대한 원칙있고 당당한 대응을 천명해온 우리 정부는 이번에는 ″깊은 유감″선에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강인선/대통령실 대변인]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계기 연설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우리정부에 대해 위협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군당국도 북한의 위협이 ″새로운 것이 아니″고 핵 미사일 위협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김정은 위원장이 어떤 군사적 충돌에도 준비돼 있다고 위협한 데 대해 ″북한이 동일한 메시지를 되돌려 받아도 놀라운 일이 아니″라면서 이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유엔은 비핵화 대화 재개를 촉구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김위원장이 직접 ′핵무력′ 사용이나 동원태세를 직접 언급하고 군사 대응을 천명하고 있어서 한반도의 긴장 고조가 우려됩니다.
당장의 변수는 다음달 22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입니다.
한미 양국군의 야외 실기동훈련이 진행되고 항공모함 등 미군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될 예정이어서 북한의 강력한 반발과 대응이 예상됩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최근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에 대한 핵선제공격 실전연습이라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심대한 안보불안정에 직면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신승기/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일본이나 근처에서 미군 함대가 오든지 항공기가 오든지 우리도 거기에 맞춰서 실기동을 대규모로 한다고 했을때는 북한도 거기에 상응하는 식으로 단거리 뿐만 아니고, 화성 15형, 화성 17형까지도 발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죠.″
여기에 더해 핵실험을 실시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휴전선 인근 최전선부대를 중심으로 대남 작전 계획을 수정하고 새로운 중요 군사임무를 추가하는 동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신승기/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최근에 나왔던 신형 전술급 유도무기들이 양산되면서 재래식 탄두를 탑재해서 전연(전선) 군단에도 배치될 가능성이 매우 높거든요 작전 범위가 500km까지 늘어나는거죠 기존에는 전연 군단의 임무가 수도권이었는데 새로운 무기체계를 가져오면서 전연 군단의 임무에 후방타격 임무까지 부여하자라는″
남한을 겨냥한 다양한 사거리의 신형유도무기들의 위력을 과시하고, 육상이나 해상 분계선에서의 국지적 도발도 우려됩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높이고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악화된 국제적 안보- 경제 위기 국면에서 한반도 위기까지 부각될 경우 그러지 않아도 어려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미국의 세계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