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8-31 17:11 수정 | 2020-08-31 17:23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8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절벽′…계약 건수 역대 최저″</strong>
오늘 아침 보도된 기사의 제목입니다. 연합뉴스를 시작으로 대다수의 언론에서 보도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에서 8월 1일부터 30일 사이에 체결된 아파트 전월세 임대차 계약이 총 6078건으로,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역대 최저치란 내용입니다. 임대차 거래가 월 1만건 아래로 떨어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거래 절벽의 심각함을 표현했습니다. 임대차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이 주원인이란 분석과 함께, 이같은 거래 절벽 탓에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를 내놓는 기사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석들이 가능하려면 그 전제가 되는 통계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월별 전월세 거래량 통계는, 임차인이 전월세 거래 후 확정일자를 신고한 물량을 계약일 기준으로 산출한 통계입니다. 다시 말해, 8월에 전월세 계약이 이뤄진 물량 중 확정일자가 신고된 물량이 현 시점에 실시간으로 합해지는 구조입니다. 8월에 계약을 하고 9월에 입주하면서 확정일자를 받는 경우는 지금 시점에선 8월 전월세 거래량에 포함되지 않고, 확정일자를 받은 이후 8월 거래량에 더해지는 겁니다. 결국 현 시점에서 8월 전월세 거래량 수치는 확정적인 것이 아니란 뜻입니다. 몇 달 후에도 변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나타난 서울 전월세 거래량은 6085건이었습니다. 오늘 나온 8월 1일부터 30일까지 기준으로 한 거래량 6078건과 유사한 수치입니다. 이 때도 거래량이 급감했다며 ′절벽′이란 표현을 쓴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6월 전월세 거래량은? 1만 3540건입니다. 2배 이상 늘었습니다.
7월도 마찬가지입니다. 7월 31일 기준 서울 전월세 거래량은 7879건이라는 보도가 있었고, 사흘 뒤인 8월 3일 기준으로는 8344건이라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한 언론은 전년 동월 대비 60% 수준이라며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매물이 씨가 말랐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날짜로 검색해보면 7월 전월세 거래량은 1만 1600건이라고 나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이 수치는 더 늘어날 겁니다. 이 통계의 특성이 그렇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통계 원칙은 그대로… 활용은 마음대로?</strong>
그렇다고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 방식에 오류가 있다고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혼란스러운 측면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2011년 이후 이런 식으로 통계는 계속 산출돼 왔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확인하지 않고 보도하는 건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것도 매달 반복적으로 오류를 저지르는 건 더 큰 문제로 보여집니다.
사실 실시간 전월세 거래량 수치가 부동산 시장에서 주목받은 통계였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최근 임대차3법 논의가 있은 후에 이 통계의 활용도가 커진 건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기사에서 통계가 객관적인 근거로서 원인분석과 향후 분석의 핵심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통계의 특성은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통계를 시발점으로 이어진 원인과 전망 모두 신뢰도를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전월세 통계는 미흡…</strong>
공식적인 통계로 활용되는 한국감정원 거래량 통계는 매달 셋째주 정도에 전달 거래량 신고건수를 바탕으로 발표됩니다. 물론 이 또한 모든 거래량을 포괄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전월세 신고제는 내년 6월에 시행되고, 그 이전에는 모든 거래가 신고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에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으로 임대차 계약이 연장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감정원의 수치 또한 시장 상황을 정확히 담기는 힘들 겁니다.
결국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계약까지 모두 파악할 수 있기 전까지는 여러 통계가 각자의 입맛에 맞게 활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특정 단지에, 특정 시점에 물량이 적은 것을 두고 일반화하는 기사들도 있을 겁니다.
물론 실제 전월세 물량 잠김 현상이 심해졌고, 거래량 자체가 많이 줄었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기사들처럼 역대 최저치가 맞을 수도 있습니다. 전세 물량이 희귀해져 가격은 더 오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통계를 잘못 활용해 원인을 잘못 분석하고 섣불리 전망을 말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합니다. 혹여 결론을 정한 상태에서 통계를 왜곡했다면 더 위험할 겁니다. 부동산 시장이 가뜩이나 정확한 통계를 찾아 비교, 분석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