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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줘!경제] 테슬라 타고 몸집 불리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

입력 | 2020-10-04 13:37   수정 | 2020-10-04 13:44
베이징 모터쇼가 내일 폐막합니다. 개막을 언제 했지 싶은데, 폐막한다는 소식부터 듣는 경우도 있을 듯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입국자 격리 탓에 중국 밖에서 관람한 사람이 거의 없었고, 마침 일정마저 우리 추석연휴와 겹치면서 합당한 관심을 받지 못한 듯 합니다.

중국에서는 상하이와 베이징, 2곳에서 격년으로 모터쇼가 열립니다. 중국 내수 시장을 겨냥한 ′로컬′ 모터쇼로 시작했지만, 어느덧 국제 모터쇼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게 성장했습니다. ′국내 시장′이라고는 하지만, 2009년 이후 세계 제일 큰 시장, 성장하는 시장인 ′중국′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올해는 의미가 더 각별해졌습니다. 국제 모터쇼로 불릴 만한 행사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모두 취소됐고,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연기된 것이기는 하지만) 베이징 모터쇼 하나만 정상적으로 개최됐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일상을 회복한 것을 보여준 상징적 행사라는 의미도 있어 보입니다.

자동차 시장을 봐도 중국의 회복세가 뚜렷합니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시장이 아직 팬데믹 이전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중국의 승용차 시장은 8월에 이미 작년 수준을 넘어, +6.7% 성장으로 돌아섰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은 작년에 비해 판매량이 9.5% 줄었습니다) 코로나19를 극복한 유일한 시장이라고 할까, 미국과 유럽 언론들의 시선도 대부분 중국 시장의 회복에 초점을 맞춰 베이징 모터쇼를 보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의심, 유보적 전망이 깔려있습니다. ″중국이 돌아왔다.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China′s back, EVs booming, outlook uncertain)라는 제목의 로이터, ″중국의 경제가 부유층 소비자들이 이끄는 덕에 요란스럽게 돌아왔다.″ (China′s economy comes roaring back, led by wealthy consumer) 는 뉴욕타임스 기사가 이런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베이징 모토쇼 화두는 ′친환경차′</strong>

모터쇼는 제조회사들이 다른 곳에서 공개하지 않은 첫 공개한 차량(world premier)들의 숫자와 질로 평가되곤 합니다. 제조회사들도 공개한 차량의 혁신성으로 평가받는데, 공개 무대를 어디로 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제조회사의 전략적 선택이죠. 그래서 신차를 아무 모터쇼에서나 공개하지 않습니다. 신차를 통해, 각 회사의 수준, 전략 뿐 아니라, 업계의 방향을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 공개는 82종입니다. 중국 국내 회사가 아닌 해외 기업들의 세계 최초 공개도 이 가운데 14건이었습니다. 이 중에는 BMW가 세계 최초로 공개한 M3 세단, M4 꾸페 모델을 비롯해, 프리미엄 업체 자동차의 데뷔도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각 업체들의 전기차 라인업이었습니다. ′미래의 스마트 차량′(smart vehicle for the future)이라는 전시의 주제를 잘 보여주듯, 전시 차량의 20%가 친환경 차량이었다고 합니다.

포드는 ″제로백이 3.5초에 불과한″ 무스탕 마흐 SUV를 공개했고, 닛산은 ″한번 충전하면 610km를 갈 수 있는″ 아리아 SUV를 공개했습니다. BMW는 iX3를 전시했는데, 중국 내수 판매뿐 아니라 다른 나라로도 수출할 차량도 중국 생산 기지에서 만들 계획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모두 가솔린 엔진을 쓰지 않고, 전기로 가는 순수 전기차였습니다.
중국 일반 관람객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메이커는 단연 테슬라였다고 합니다. 올들어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1위를 달리는 테슬라는 새로운 차량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산과 일본산 대신) 중국산 배터리를 쓰면서 차량 값을 낮추고 있는 것이 예비 구매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도 전기차에 주력했습니다. BYD 처럼 잘 알려진 전기차 업체, 니오, 샤오펑 (미국 증시에 상장), 아크(중국 베이징 차의 자회사) 외에도 아크폭스, 이노베이트처럼 중국 밖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스타트업들까지 중국 관람객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중국 스타트업의 수준을 알아볼 영상, 자료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현대차도 고성능 전기차 모델 RM20e를 최초 공개했습니다. 최대 출력이 810마력, 제로백 3초 미만인 차량인데, 실험적이고 미래 지향적 모양새에서 알 수 있듯 당장 양산 판매할 수 있는 차는 아닙니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 내놓는 차량은 아이오닉(전기차), 수소전기차 넥쏘 등일테고, 시점은 내년이라고 합니다.
RM20e은 현대차와 전략적 제휴 관계인 크로아티아 고성능 전기차 개발회사인 리막(RIMAC)의 협력을 통해 개발됐다고 합니다. 현대차는 ″RM20e 플랫폼을 전기차 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기차 같은 친환경 파워트레인 연구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하니, 앞으로의 발전 과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중국 정부가 유도하는 친환경차 ′경쟁′</strong>

잘 아시겠지만, 베이징 모터쇼에 친환경 차량 공개가 집중된 것은 중국 정부 정책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일부를 친환경 차량으로 채워야 하고, 그렇지 않은 업체는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현재는 차량 판매의 5% 정도가 친환경 차량입니다.) 여기에는 탄소 배출을 줄여보려는 ′환경′측면의 고려도 있겠지만, 해외 업체들이 중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을 통해 첨단 기술을 확보하려는 계획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중국 제조 2025′에서 지원하는 신산업 가운데 하나가 전기차인데, 이를 위해 전기차 기술의 경쟁터로 유도하는 것이죠.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서는 완성차 산업보다 먼저 중국 업체의 부상이 두드러집니다. SNE 리서치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배터리 생산량으로 따진 세계 1위가 중국 CATL로 바뀌었습니다. 한동안 1위를 유지하던 LG화학을 2위로 밀어낸 결과입니다. 물론 기술력, 그에 따른 매출을 종합적으로 보면 LG화학이 여전히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음도 분명합니다. 생산량으로 봐도, 1-8월까지 올해 전체를 보면 아직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한 달의 순위 변화로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얘기죠. 하지만, 배터리 업계의 1, 2위가 바뀐 가장 큰 이유가 중국 자동차 시장의 회복과 관계가 깊다는 것은 주목할만 합니다. 그동안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이었던 유럽 판매량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반토막 나는 사이, 중국은 2배 넘게 성장하며 유럽을 제치고 전기차 판매 최대시장이 됐습니다. 중국 로컬 업체(그리고 테슬라의 중국 판매 물량)에게 주로 판매하는 CATL이 유럽 완성차 업체을 주고객으로 하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을 앞선 것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양적인 변화가 축적돼 질적인 변화를 보인 사례를, 우리는 우리 기업들과 경쟁하는 중국에서 종종 보아 왔습니다. LCD처럼 빠른 시간 내에 추월할지, 아니면 D램을 포함한 반도체처럼 기술 간격을 상당기간 유지할지, 혹은 조선산업처럼 국내 중소 업체들을 집어삼키고 나서 시장을 나눠 가지게 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만든 기회가 시장의 기회를 열어주고, 그것을 통해 기술의 간격을 좁혀오는 계기가 된다는 예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시장의 변화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하는 분명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