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0-08-26 09:32 수정 | 2020-08-26 09:35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더불어민주당 내부를 향한 이 비판들, 누구 입에서 나왔을까요</strong>
″자녀의 입시 관련 부분은 적법·불법을 떠나 많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 조국 후보자의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인사청문회에서 진실된 사실관례를 명확히 밝혀주길 바란다″
- 작년 8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논란
″부모가 현재 국회의원으로 있는 지역에서 그 다음 임기에 바로 그 자녀가 같은 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것은 국민정서상 납득하기 어렵다″
- 지난 1월, 문희상 전 국회의장 아들 문석균 ′세습공천′ 논란
″민주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 입장을 밝힌다.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 지난 2월, ′비례 위성정당′ 창당
″윤미향 의원 기자회견, 제기된 의혹 해소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신속한 검찰 수사 통해 국민적 의혹이 하루빨리 해소되길 바라며 이번이 위안부 인권운동이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지난 6월, 윤미향 사태
″금태섭 전 의원 징계는 정당 민주주의 하에서 국회의원의 직무상 양심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대단히 중요한 헌법상 문제″
- 지난 6월, 금태섭 전 의원 징계
″지금부터는 피해호소인이 아닌 ′피해자′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민주당 대처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가 부족한 점이 있었다. 책임있는 공당, 약자 보호를 주요 가치로 삼는 공당에서 경중을 살피지 못했다″
- 지난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문 의혹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여당 내 야당? 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을 만나다</strong>
이 모든 발언을, 단 한 사람의 민주당 최고위원이 했습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최연소 의원(부산 연제, 당시 39세)으로 당선, 초선 의원으로서 최고위원까지 당선돼 2년간 당 지도부로 활동했던 김해영 전 의원입니다.
그의 최고위원으로서의 임기는 이제 4일 남았습니다. 정치적 논란이 뜨거웠던 사안마다 다른 곳도 아닌 민주당 지도부가 모두 모여 있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 면전에 이런 ′쓴소리′를 서슴없이 날렸던 ′강심장′. 이제는 어떤 판단 때문에 그런 발언들을 할 수 있었는지 허심탄회하게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정치in 人터뷰>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 민주당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지난 2년간 최고위원으로 활동했다. 소회가 어떤가.
=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이다 보니 국정 전반에 대해서 폭넓은 역할을 했는데, 돌이켜 보면 잘한 부분도 있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지난 2년간 부지런히 서울과 부산을 오가면서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다.
- 본인의 최고위원 활동에 점수를 준다면?
= 뭐, 한 70점 정도.
- 민주당은?
= (웃으며) 점수로 표현하기에는 참 간단치 않을 것 같다.
- 별명이 ′미스터 쓴소리′다. 젊은 초선의원 신분으로 대놓고 쓴소리 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 부담스럽긴 했다. 하지만 저는 당에서 청년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는 최고위원이다.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학력과 소득으로 대물림되는 구조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해왔는데, 다른 의원이면 몰라도 저는 그 말을 안 할 수가 없었다.
- 지금도 조국 전 장관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데?
= 당시에 저는 법적인 문제보다는 우리 국민들의 일반 정서와 청년층의 박탈감을 얘기한 거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 소신 발언할 때마다 반응이 엄청났다던데.
= 문자랑 전화 쏟아진다. 조국 전 장관 사태 때 제일 심했다.
- 안 힘든가?
= 아무래도 문자를 2~3천 통씩 받고 하면 좀 심리적으로 위축이 될 수 있다(웃음). 위축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 국회의원은 99명이 ′예′라고 하더라도 본인이 뭔가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가장 중요한 덕목인 것 아닌가.
- 4월 총선에서 낙선했다. 결과 보고 아주 잠깐이라도 쓴소리 했던 거 후회했을 법한데.
= 전혀 그런 것 없다.
- 그럼 왜 낙선했을까.
= 아무래도 최고위원 활동을 하면서 지역 밀착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출석률과 재석률, 법안 발의, 국정감사, 모든 분야를 성실히 하려고 노력했다. 나름대로 좋은 평가 내려준 기관들도 있다. 4년간 서울 부산 오가는 비행기를 500번 이상 탔더라. 그런데 막상 지역구 선거 관련해서는, 20대 때 비해서 준비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 20대 국회 때 언론이 일명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라고 부르는 민주당 쓴소리 계파가 있었다.
= 당내 현안에 대해서 주류와 다른 의견을 자주 내온 의원들이긴 하다. 같이 모여서 의논하고 그랬던 건 아닌데 그렇게 됐다. 이제 정확히는 전·현직 의원이네(웃음). 저는 이런 소수의견이 우리 당에 도움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 쓴소리 하면 당 지도부나 당내 강성 지지층이 비판하지 않나?
= 아무래도 당 주류와 다른 의견 내게 되면 그런 비난을 받게 된다. 그런 부분은 정치인이기 때문에 감당을 해야 되는데, 또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우려가 드는 건 사실이다.
- 우리 정치는 ′지역양극화′가 아니라 ′정치양극화′가 더 문제라고 얘기해 왔는데.
= 많은 정치 전문가들도 그렇게 얘기한다. 정치가 점점 더 극단적이다. 양 진영으로 나뉘어서, 국가 발전에 상당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정치 양극화에 맞설 수 있는 용기가 정치인에게 꼭 필요한 때 아닌가 생각한다.
- 각 진영 간 양극화도 있겠지만, 진영 내 양극화도 있는 것 아닌가.
= 음… 사실 각 정당도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민주 정당에서는 의견이 다양할수록 건강하고 생명력이 높은 거라고 생각한다. 당에 획일적인 목소리만 있다면 큰 위기가 찾아올 거다.
- 그런 면에서 민주당 지도부에 바라는 점 있을 것 같다.
=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당내 다양성이 살아있는 문화를 만들어 주십사 하는 부탁이 있다. 코로나 국난 극복 등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오히려 지금 정치권은 자꾸 국민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하는 측면이 있다.
′바다와 같은 리더십′이란 표현을 쓰고 싶다.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서, 어떤 물줄기든 가리지 않는다. 모든 물줄기를 받아 안는 리더십으로 코로나를 비롯한 여러가지 국가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 사회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주길 부탁드린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강한 자에 강하게, 약자에게는 더 낮게…국민 눈높이 맞춰달라</strong>
총선에 떨어진 직후, 김해영 최고위원은 다른 의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국회의원은 국민 전체의 대표로, 진영논리보다는 양심에 따라 정직하게 의정활동을 해주시길 부탁한다. 주류에 편승하기 위해 침묵하는 게 아니라, 권력 가진 자에게 더 강하게 하고 약자에게는 더 낮은 자세로 섬기는 국회가 되어달라″ (4월 20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최고위원 임기 종료를 열흘 남긴 지난 19일에는 당 지도부에는 이런 직언을 남겼습니다.
″당이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거대한 민심의 흐름 앞에서 깊은 성찰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분명 민주당의 위기다. 위기의 원인으로 부동산 문제가 주로 거론되지만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당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현안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보를 종종 보여왔다. 이런 행보가 누적돼 지금의 당 위기를 가져왔다.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차기 지도부에서는 선민후당 정신으로 당의 가치를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린다.″ (8월 1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여의도를 떠나는 그의 정치적 진로가 궁금해집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청년정책조정회 부위원장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지만 고심 끝에 고사한 그, 지금은 부산에서 변호사 사무실 일을 하면서 그간 서울 오가느라 제대로 못 봤던 세 아이 얼굴은 매일 볼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제가 민주당 부산 연제구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민주당이 부산 지역에서는 열세인 그런 상황이라 노력을 많이 해야 될 것 같다. 또 부산시당 산하 오륙도연구소 연구소장도 맡았다. 연구소장으로서 부산 전체의 발전 방안, 미래 비전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고 여러가지 해결책도 제시해 보려고 한다. 그래도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도 해봤고, 집권여당 최고위원도 해본 경험이 있으니까 그걸 바탕으로 사회와 공동체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해 보겠다.″
′조금박해′라고 부를 만한 당내 소신파가 여럿 있다는 건 분명 민주당의 큰 자산이었습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적어도 김해영 최고위원의 직언 덕분에 훨씬 더 ′민주적′으로 보였습니다. 떠나는 김해영 최고위원의 뒷모습은 그리 어두워 보이지 않습니다. 21대 국회, 176석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은 그의 말처럼 ′위기′라는 진단을 받아들이고 ′선민후당′ 정신을 실천해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