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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M부스] 김종인과 추미애의 얽히고 설킨 인연, 어디로?

입력 | 2020-09-11 10:57   수정 | 2020-09-11 10:57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법무장관-검찰총장 갈등에 김종인 위원장은?</strong>

- ″최근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 국민들을 실망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중략) 국민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짜증스러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이 문제에 조속한 결말을 내주길 바랍니다.″ (7월 2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발언 中)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던 지난 7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회의 석상에서 한 발언입니다.

당시만 해도 다른 비대위원들과 달리 김 위원장은 추 장관을 직접 비난하기보다 대통령이 결단해달라는 당부의 수준에 그쳤는데요.

같은 자리에서 주호영 원내대표가 한 발언과 비교해봐도 당시 추 장관에 대한 두 사람의 온도차는 확연히 느껴집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횡포가 안하무인 수준입니다. 어떻게 백주대낮에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핍박하고 이렇게 난폭하게 공격할 수 있는 지 아연할 따름입니다. (중략) 국민이 추 장관을 지켜보기가 어려운, 그런 광기가 추 장관에게 흐른다는게 느껴집니다.″ (7월 2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발언 中)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그랬던 김종인이… 두 달만에 추미애 비난 가세</strong>

그랬던 김종인 위원장이 두 달만에 추 장관에 대해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발언 수위는 두 달 전과 크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 ″당시 집권여당 대표가 권력을 동원해 헌법에 규정된 국방의 의무를 해치고 반헌법적,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겁니다. (중략) 법무부장관은 즉각 사퇴해야 합니다. 현 장관을 그대로 두는 것 자체가 법치 모독이자 법치 파괴입니다.″ (9월 7일, 김종인 위원장 발언 中)

지난 9일에는 정의와 공정을 거론하며 추 장관을 비난했고, 10일에는 그 수위가 더 높아졌습니다.

- ″법무부장관에 연속해서 정의·공정과 거리가 먼 사람을 앉혀서 오늘날 이렇게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9월 9일, 김종인 위원장 발언 中)

- ″추 장관이 권력을 앞세워 정의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중략) 국민과 맞서는 비양심적인 태도에 국민이 분노를 하는 것입니다.″ (9월 10일, 김종인 위원장 발언 中)

′반헌법적 범죄′, ′반사회적 범죄′, ′법치 모독′, ′법치 파괴′, ′정의·공정과 거리가 먼 사람′, ′비양심적 태도′.

추 장관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발언 수위가 이처럼 높아진 배경은 뭘까요?

국민의힘 관계자는 두 달새 추 장관에 대한 여론이 급변한 점을 꼽았습니다.

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아들의 황제 군복무 의혹에다 통역병 청탁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국민이 추 장관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당에서도 추 장관에 대한 공세에 당력을 집중하기로 했고 김 위원장도 힘을 싣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김 위원장이 행정 경험도 풍부하다보니 두 달 전에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남아있었지만 지금은 추 장관의 개인 비리로 보는 것 같다″면서 ″정부여당에 절대 불리한 판인 만큼 지금은 몰아붙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지난 2004년 ″추미애, 굉장히 감동적″이라던 김종인</strong>

지금은 거친 표현을 써가며 공격과 방어를 펴고 있지만, 한 때 두 사람이 돈독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인연은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열린우리당 창당과 탄핵 역풍을 맞고 총선에서 고전하던 민주당은, 파격적으로 국보위 출신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습니다.

열린우리당에 합류하지 않고 민주당에 남았던 당시 추미애 의원도 김 위원장과 함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이후 추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광주에서 3일간 삼보일배를 이어갔고, 김 위원장은 삼보일배로 기진맥진하던 추 장관을 격려하기 위해 광주를 찾았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제대로 서지도 못해, 양쪽에서 부축을 받고 겨우 서 있는 추 장관을 만난 김 위원장. ″굉장히 감동적″이라며 묵언수행중이던 추 장관을 한껏 추켜세웠습니다.

- ″연약한 여인의 몸으로 아무리 정치라고 하지만 자기 스스로를 던져서 당의 결속을 도모하고 각 지역에서 뛰고 있는 출마자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점에 있어서 저는 굉장히 감동적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2004년 4월 4일, 김종인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 광주 방문 中)

이후 추 장관은 낙선, 김 위원장은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돼, 한 사람은 국회를 떠났고 또 한 사람은 국회로 들어왔는데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이어 달리겠다″고 화답했던 추미애</strong>

12년이 흐른 지난 2016년, 두 사람은 다시 ′민주당′이라는 같은 이름의 정당에서 만나 이번엔 함께 의원 배지를 달았습니다.

전임 민주당 대표와 신임 민주당 대표로 당권의 바톤을 이어받기도 했고요.
추 장관은 전임 대표였던 김 위원장에게 잔뜩 예의를 갖춰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등 한동안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 ″당을 안정감있게 전당대회까지 잘 치를 수 있게 크게 뒷받침해주셔서 우리 모두 다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이어달리기′ 한다는 그런 자세로 해나가겠습니다. (중략) 대표님께 수시로 고견을 여쭙겠습니다.″ (2016년 9월 1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 전현직 지도부 조찬 회동 中)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조국 사태′ 꺼내든 김종인… 아름다운 인연은 어려울 듯</strong>

정치는 생물. 이로부터 또 4년이 흐른 뒤 이번엔 여야로 엇갈린 김 위원장과 추 장관.

김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은 지난 7월 추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최근엔 특임검사, 특별검사, 국정조사 등을 주장하며 연일 추 장관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여당의 벽 앞에 실현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소수야당인 국민의힘이 원내에서 꺼낼 카드는 많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보니 국민의힘 내에선 ″믿을 건 국민의 여론 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10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추 장관을 조국 전 장관과 연관지으며, ′조국 사태′를 다시 꺼내들었습니다.

- ″조국 사태때와 마찬가지로 공정과 정의가 다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 (중략) 법무부장관이 두 번 연속 정의와 공정 문제를 야기했다.″ (9월 10일, 서울신문 인터뷰)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도 ″조국 사태와 추 장관 의혹은 다르지 않다″며 ″공정과 정의라는 원칙을 잡고 가면 추 장관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우리 쪽으로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침 추 장관 논란을 겪으며 국민의힘 지지율도 다시 반등하는 상황. 추 장관에 대한 김 위원장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인데요.

과거 한 배를 탔다가 지금은 정치적 대척점에 선 두 사람의 얽히고 설킨 정치 역경이 현재로 봐서는 아름다운 인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