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곽동건

[조국·정경심 재판 LIVE⑲] 300번 넘게 "형사소송법 148조" 반복한 조국

입력 | 2020-09-05 10:22   수정 | 2020-09-05 10:27
[정경심 동양대 교수 27차 공판]
2020. 9. 3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조국, 배우자 재판에 증인으로 서기까지‥</strong>

지난 3일(목)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사모펀드 등 의혹과 관련한 27번째 공판.

정 교수의 배우자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어서 시작 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조 전 장관 부부 입장에선 이런 관심이 달갑진 않았겠죠.

재판에서 다뤄지는 쟁점이나 사실관계보다는 단지 부부가 함께 법정에 서는 모습에만 이목이 쏠릴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앞서 조 전 장관을 증인으로 소환해야 한다는 검찰의 요구가 나왔을 때부터 변호인들은 꾸준히 반대 의견을 내왔는데요.

지난 5월에 열린 재판에서도 ′조 전 장관을 불러봤자 모든 증언을 거부할 게 뻔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거′라고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5월 28일, 정경심 교수 15차 공판 中]
변호인 : ″(조국 전 장관 증인으로 나와도) 모든 것에 대해서 선서 거부 및 증언 거부 가능성이 높습니다. (…) (조국) 증인이 나온다는 것 자체로 사실관계 판단보다는 정치적 호불호에 따른 사회적 혼란 야기할 수 있어서…″

조 전 장관도 다른 법정에서 자신의 재판을 받으면서 사실관계를 다투고 있는 만큼 굳이 부인의 법정에까지 불러내는 건 사실상 ′망신주기′ 아니냐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차례 논의 끝에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을 정경심 교수 재판에 부르기로 결정했습니다.

[6월 25일, 정경심 교수 20차 공판 中]
임정엽 재판장 : ″증언거부권 있는 증인에 대해서도 필요성이 인정되면 채택해서 소환할 수 있는 걸로 해석됩니다. 그래서 증언거부권을 이유로 소환에 불응할 순 없습니다.(중략) 조국 증인신문의 필요성이 인정됩니다″

조 전 장관이 검사의 질문에 증언을 거부할 권리는 법에 보장돼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증인으로 소환조차 되지 않을 권리는 없다는 겁니다.

다만, 재판부는 변호인의 우려를 받아들여 검찰이 조 전 장관에게 던질 질문들을 미리 검토한 뒤 사생활과 관련됐거나 사건과 무관한 질문들은 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조국 말 바꿨나?′‥ 예고됐던 ′증언거부′</strong>

이같은 공방을 거쳐 결국 조 전 장관은 정 교수 사건 법정의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조 전 장관은 평소 자신의 재판 때마다 취재진 앞에서 미리 준비해온 입장을 간단히 밝히고 법원으로 들어갔는데요.

이번엔 미리 법원에 ′증인지원 절차′를 신청해 비공개 통로로 출석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날 조 전 장관의 모습은 언론사들의 카메라에 전혀 담기지 않았죠.

이것만 봐도 조 전 장관이 자신의 재판에 임할 때와 부인의 재판에 나올 때의 태도가 정 반대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는데요.

조 전 장관은 검찰이 질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재판부에 한 가지 요청을 했습니다.

증인선서 직후에 자신이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거였죠.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요청을 받아들이되, 입장문 내용을 미리 검토해 증언 거부에 관한 부분만 낭독하도록 했습니다.

조 전 장관이 읽어내려간 소명서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9월 3일, 정경심 교수 27차 공판 中]
조국 : ″이 법정의 피고인은 제 배우자이며, 제 자식의 이름도 공소장에 올라 있습니다. 이 법정은 아니지만 저는 배우자의 공범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이 법정에서 진행되는 검찰의 신문에 대해 형사소송법 148조가 부여한 권리를 행사하고자 합니다. 저는 친족인 증인이자 피고인인 증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형사법학자로서 진술거부권의 역사적 의의와 중요성을 역설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이러한 권리 행사에 편견이 있습니다. 다른 자리도 아닌 법정에서는 그러한 편견이 작동하지 않길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여기서 조 전 장관이 언급한 ′형사소송법 148조′를 먼저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형사재판의 방식과 절차, 권리 등을 규정한 형사소송법에선 ′증언거부권′을 명시하고 있는데요.

바로 형사소송법 148조를 보면요.

[형사소송법 제148조(근친자의 형사책임과 증언거부)]
누구든지 자기나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한 관계있는 자가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1. 친족 또는 친족관계가 있었던 자
2. 법정대리인, 후견감독인

이 조항을 간단히 해석하면 이런 뜻입니다.

본인이나 가족의 형사 재판에선 증인으로 소환됐다 하더라도 증언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이번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 조 전 장관은 정 교수의 배우자니까, 친족에 해당하고요.

특히 조 전 장관 자신도 이 사건에서 일부 혐의 공범으로 별도의 재판까지 받고 있다는 점에서 조 전 장관에게 증언을 거부할 권리가 보장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이같은 소명을 듣자마자 즉각 반발했는데요.

검찰이 조 전 장관을 비판한 논리, 그 핵심은 무엇이었는지 한 번 보시죠.

[9월 3일, 정경심 교수 27차 공판 中]
검사 :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거듭 진술했기 때문에 적어도 이 법정에서는 적극적인 소명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 봤습니다. (…) 변호인과 증인의 말처럼 지금은 ′법원의 시간′입니다. 이제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시간이 되었음에도 법률에 보장된 권리라는 점을 들어 증언을 거부한다고 하니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안타깝습니다″

검찰의 지적처럼 앞서 여러차례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던 조 전 장관.

그렇다면 이제와서 갑자기 말을 바꾼 걸까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변호인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항변했습니다.

″조 전 장관 본인 사건 재판에서는 밝힐 것은 다 밝힐 것″이라며 ″조 장관의 앞선 말은 ′자신이 피고인으로 조사받은 사건에서, 자신의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한 걸로 보인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본인 사건 법정에서 적극 대응하겠다고 한 것이지, 배우자 정 교수 사건에 대해 언급한 게 아니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5월 열린 정 교수의 공판에서도 조 전 장관 증인 채택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이 벌어졌는데요.

′조 전 장관이 법정에서 진실을 밝힌다 하지 않았냐′는 검찰 측 지적에 변호인은 ′그 법정(본인 사건)과 이 법정(배우자 사건)은 다르다′고 대답한 바 있습니다.

[5월 28일, 정경심 교수 15차 공판 中]
검사 : ″조국 씨는 검찰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법정에서 모든 사실관계 입증하겠다′고 직접 말씀했습니다. 그래서 불러서 듣겠다는 건데…″

변호인 : ″그 법정은 21부(조국 사건)입니다. 25-2부(정경심 사건)가 아니라″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과감한 ′증언거부 전략′ 택한 이유 뭘까</strong>

실제로 이날 조 전 장관은 검찰이 쏟아낸 300개가 넘는 질문에 하나도 빠짐 없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르겠습니다″라고만 대답했습니다.

중간 중간 검찰의 질문에 고개를 살짝 가로젓거나 짧은 한숨을 내쉬는 모습은 보였지만, 재판 끝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겁니다.

조 전 장관의 이같은 전면 증언거부 전략.

어떻게 봐야 할까요?

법적으로는 당연하게 보장되는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라지만,

법정 밖에서 바라볼 땐 쉽게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검찰의 말처럼 조 전 장관이 앞서 본인의 SNS에서도 재판 관련 발언을 자주 해왔던 만큼 법정에서도 의혹에 적극 해명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야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죠.

그렇다면, 이렇게 비난받을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조 전 장관이 굳이 증언 거부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각에선 이렇게 증언을 모조리 거부하면 재판부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줘서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를 해보니, 조 전 장관이 나름대로 합리적인 전략을 취한 걸로 보인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나 같아도 증언을 거부했을 것″이라고까지 말하는 전직 판사출신 법조인도 있었는데요.

왜 그런지, 지금부터 설명을 듣고 판단해보시죠.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조국에겐 ′증언거부′가 최선의 전략이었다?</strong>

형사재판에서 진술을 거부했을 때 재판부의 심증에 영향을 미치는 건 크게 두 단계로 나뉩니다.

첫 번째 단계는 유·무죄 판단이고,

두 번째 단계는 만약 유죄일 경우 그 형량을 정하는 ′양형′ 판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같은 ′진술 거부′는 실제로 첫 단계인 ′유죄냐 무죄냐′ 하는 판단엔 대부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차피 유죄를 입증해야할 책임은 온전히 검찰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에, 재판부도 공범이나 친족의 진술로 유죄가 입증될 거란 기대는 애초부터 딱히 하지 않는다는 거죠.

실제로 정경심 사건 재판부는 매번 증인이 나올 때마다 검찰과 변호인 측 신문이 끝난 뒤에 몇가지 보충하는 질문을 던져왔는데요.

이날 조 전 장관에겐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질문을 단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만 봐도, 재판부에겐 애초부터 조 전 장관의 증언으로 유·무죄를 판단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짐작도 가능합니다.

다만, 이같은 ′진술 거부′가 유죄로 판단될 경우 이어질 ′양형′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진술을 거부하면 ′반성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유죄 시 형량이 다소 높아질 순 있다는 거죠.

그러나 이 역시 재판부 성향에 따라 그야말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하는데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는 건 법률이 보장한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굳이 형량을 높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같은 ′전면 증언 거부′ 사례는 형사재판에서 흔하진 않은데요.

보통은 재판부에게 나쁜 인상을 줄까 우려해 ′솔직히 말하겠다′고 하고선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거죠.

그러니까 거짓말을 하느니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양형에도 더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조 전 장관 측은 재판에서 ′선처′를 바라면서 형량을 줄이려는 변론은 일절 펼치지 않았는데요.

대신 ′검찰의 과도한 수사와 기소가 이뤄진 것′이라며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 전 장관 입장에선 어차피 ′유·무죄′판단에 큰 영향이 없다면, 전면적인 ′증언 거부′를 감행하는 데 있어 형량의 증감을 따질 이유가 없는 겁니다.

이같은 조 전 장관의 전략,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재판을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주에는 특별히 정 교수 재판이 화요일과 목요일 두 번에 걸쳐서 열립니다.

오는 8일, 화요일엔 변호인 측이 신청한 동양대 교수 강 모 씨와 교양학부 조교 이 모 씨 등 동양대 관련 증인 3명이 법정에 나오고요.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한 질문이 집중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서 10일, 목요일엔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의 아내, 그리고 정 교수의 동생이 증인으로 나와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증언할 예정입니다.

정 교수 재판도 점차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그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요.

사건의 결론이 나오는 순간까지 놓치지 않고 끝까지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