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박성호

[World Now] 코로나19 대처도 '가족 사업'?…트럼프 사위 비선조직 도마위에

입력 | 2020-05-08 14:07   수정 | 2020-05-08 16:20
미국이 코로나19와 싸우는 과정에서 ′정실 인사′로 또다른 걱정거리를 낳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대응팀(태스크 포스)이 ″계획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파벌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뉴욕타임스는 오늘(미국 시간 7일)자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개입을 우려했습니다.

트럼프 사위 쿠슈너의 비선 조직 ′그림자TF′

백악관에 코로나바이러스 TF는 3개나 됩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끄는 공식 조직이 있고,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장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 등 의사들이 참여하는 소규모 그룹, 그리고 ′그림자 TF′로 불리는 비선 조직이 있습니다. 이 비선 조직을 쿠슈너가 이끕니다.

이렇게 나뉘어 있다 보니 ″태스크포스의 의사소통이 사안을 명확하게 하기보다 오히려 모호하게 만든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그의 인식을 봐도 장인인 트럼프 대통령과 똑 닮았습니다. 지난달 30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연방정부는 이 난국에 잘 대처했다. 위대한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했습니다.

각 주에서 인공호흡기가 모자라 연방정부에 호소할 때는 ″연방의 전략비축분이라는 것은 연방을 위한 것이지, 주 정부를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 위세에 눌려서인지 보건복지부는 원래 주 정부에 위급시 공급하기 위한 전략비축분의 정의를, 부족할 경우 ′보충′해주는 용도라고 웹사이트에 고쳐 놓았습니다.
″위기를 더 위태롭게 만든 트럼프 사위″

그가 코로나19 대처에 관여하는 게 도움은커녕 오히려 피해를 준다는 걱정도 큽니다.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카렌 투물티의 오늘자 칼럼에는 ″쿠슈너로부터 모두를 지켜라″(Save us all from Jared Kushner)라는 제목이 달렸습니다.

쿠슈너의 비선 TF가 맡은 임무가 병원에 공급될 개인보호장비(PPE)를 확보하는 것인데, ″무능″과 ″정실 인사″로 위기 상황을 더욱 위태롭게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쿠슈너 자신도 투자, 부동산 개발에 종사했고, 그의 팀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도 벤처 캐피탈, 사모펀드 회사 출신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개인보호장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제조업체와 안면도 없는데다, 장비 수입시 통관 규칙이나 식품의약국(FDA)의 규정을 잘 모르다보니, 장비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방카 트럼프의 남편으로 39살인 쿠슈너 선임보좌관은 이미 중동평화 협상, 멕시코 국경의 장벽 건설, 형사사법 제도 개편 등에 두루 관여해 막후 실세로 통합니다.
워싱턴포스트 ″정부는 가족 사업 아냐″

워싱턴 포스트는 ″백악관 집무실에 올라오는 어떤 문제도 사위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트럼프의 신뢰가 무한한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부가 왜 가족 사업(family business)처럼 운영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가를 지금 보고 있다″고 개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를 ′보이지 않는 적′이라고 부르는 사이, 미국인들은 백악관 내부의 ′보이는 적′을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