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임소정

[World Now] 영혼의 쌍둥이? 브로맨스? 닮아도 너무 닮은 두 남자

입력 | 2020-05-25 15:44   수정 | 2020-05-25 17:29
″코로나 묻지마″…이와중에 핫도그 사먹는 ′그′와 골프 치는 ′그′

23일 밤, 브라질 브라질리아.

한 남자가 경호원들에 둘러쌓인 채 노점상으로 향합니다.

″핫도그 살 수 있어요? 먹고 갈 수 있나요?″

길거리에서 핫도그를 맛있게 먹는 남자, 브라질의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입니다.
노점상에서 핫도그를 먹는 대통령, 친근한 모습에 ′서민 대통령′이란 별명이 붙었을 법도 한데요.

이날 주위에 있던 시민들은 그를 향해 ″살인자″, ″학살자″라며 고함을 질렀습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지지자 몇 명과는 셀카까지 찍는 여유를 보여줬습니다.

같은 날 낮에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축구에 대한 질문에만 답하겠다″며 ″코로나에 대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고도 했는데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축구 선수들은 신체 상태가 좋기 때문에 코로나로 사망할 가능성이 낮다″며 지난 3월 중단된 축구 리그를 열어도 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날 하루 브라질에서는 1만7천명의 신규확진자가 발생했고 965명이 사망했습니다.
같은 날, 옆 나라 대통령은 골프라운딩에 나섰습니다.

주말마다 거의 빠짐없이 골프장을 찾는 ′골프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얘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현충일 연휴 기간인 23-24일 이틀 내내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골프를 쳤습니다.

이번 골프 라운딩은 76일만이어서 골프광 트럼프에게는 실로 ′오랜만′의 외출이라 할 수 있는데요.

나름 거리두기를 하겠다며 캐디 없이 혼자 골프 카트를 모는 모습도 보여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장을 향하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세에 접어들었다며, 경제와 건강 우려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날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사망한 미국인이 10만명에 육박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즈는 1면 전체를 코로나19로 사망한 미국인 1천명의 짧은 부고로 채웠습니다.

트럼프가 골프를 치고 돌아가는 길, 시민들은 백악관 차량행렬을 향해 ″우리를 그만 죽여라″고 외쳤습니다.

맹목적 클로로퀸 사랑까지…닮아도 너무 닮았다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로 세계 1,2위에 오른 두 나라 미국과 브라질.

두 나라 정상은 사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닮은 꼴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 당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천군만마′를 얻었다며 두 사람의 브로맨스를 점치기도 했는데요.

총기와 환경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나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을 ′가짜 뉴스′라고 비난하며 날을 세우는 모습까지 너무나 많은 것이 닮아있습니다.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한 대표적 지도자들로 꼽히면서도, ′그게 왜 내 탓이냐′ ′코로나의 위협이 과장됐다′며 큰소리를 뻥뻥 치는 모습도 데칼코마니 수준입니다.

두 정상은 지난 3월 미국에서 만났다가 나란히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도 했죠.

이후엔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 클로로퀸′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클로로퀸을 ′신의 선물′로 내세우며, 클로로퀸의 부작용을 경고한 식품의약국을 향해 ′트럼프의 적′이 내는 성명′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최근엔 본인이 2주 가량 직접 클로로퀸을 투약했다고 당당히 밝혔다가 전문가들이 ′미친짓′이라고 평가하자, 오늘은 ″막 (복용을) 끝냈고, 어쨌든 여기 살아있다″고 말했습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클로로퀸을 코로나19 경증 치료에까지 확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복지부 장관이 부작용을 우려해 반대하자 해임시켜버렸을 정도로 클로로퀸에 강한 집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니 트럼프의 클로로퀸 복용 소식은 얼마나 반가웠을까요.

실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도 복용하고 있는 이 약을 나도 93세이신 어머니를 위해 한 박스 준비해 놨다″며 반색했습니다.

이유있는 확진 세계 1,2위…난 ′No 마스크′

마스크 착용에 심한 거부감을 보인 것도 공통적입니다.

마스크를 끝까지 거부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포드자동차 공장이 마스크를 써야만 방문을 허용하겠다고 하자 그제서야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보우소나루 역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지자 집회에 나가 포옹과 악수를 하는가 하면 보건당국의 거리두기 지침까지 어기고 파티를 열겠다고 하는 등 기행을 보이다가 최근에서야 간혹 마스크 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망자가 늘어도, 시기상조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잇따라도, 경제를 살려야한다며 봉쇄령 해제를 주장하는 것 역시 닮아도 너무 닮았습니다.

트럼프의 배신에 흔들리는 브로맨스?

그런데 이렇게 돈독했던 브로맨스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는 것일까요.

미국이 오는 28일부터 미국에 입국하기 14일 전, 브라질을 방문한 이력이 있는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브라질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건데요.

케일리 매커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런 조치가 미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브라질 간 교역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안 그래도 코로나19 사태의 악화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믿었던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한방′을 먹은 사실을 애써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