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김수진

[World Now] 큐어난(QAnon)을 아십니까? 트럼프가 극찬한 음모론 신봉자들

입력 | 2020-08-25 09:31   수정 | 2020-08-25 11:05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트럼프, ′혈장 치료제′ 긴급 승인…왜?</strong>

미국 식품의약국, FDA가 코로나19 혈장 치료제를 긴급 승인했습니다.

코로나에 걸렸다가 회복한 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허용한 것인데, 일요일이었음에도 FDA는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긴급 발표했습니다.

백악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브리핑을 자청했습니다.

트럼프는 ″아주 효과적인 치료법(very effective treatment)″이라며 ″역사적인 발표를 하게돼 기쁘다″고 자랑했습니다.

트럼프의 설명만 듣고 보면 정말 획기적인 치료제가 나온 것 같은데요.

회견장 분위기는 좀 달랐습니다.

일단 FDA 국장은 트럼프와 달리 차분한 분위기로 회견에 임했습니다.

스티브 한 FDA 국장은 ″유망한 치료법(Promising treatment)″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망하다′는 건 효과가 입증됐다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명확히 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이 있었지만 FDA는 즉답을 하지 않고 서둘러 회견을 종료했습니다.

발표 시점도 좀 미묘했습니다. 이례적으로 일요일에 예고 없이 발표됐고, 특히 바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FDA를 맹비난했기 때문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FDA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방해″</strong>

지난 토요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FDA가 의도를 가지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일부러 늦추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i>″딥 스테이트, 아니면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이, FDA는 제약회사들이 백신을 만들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분명히 그들은 11월 3일(대통령 선거일) 이후로 미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중요한 건 속도, 그리고 생명을 살리는 일인데도!″</i>

대선 전에 백신이 나오면 자신의 재선에 유리하니까, FDA가 11월 3일 대선 이후로 이를 지연시킨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럼 트럼프가 말한 ′딥 스테이트(the deep state)′는 대체 뭘까요?

딥 스테이트는 미국내 극단적인 음모론자들, 큐어난(QAnon)이 쓰는 말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큐어난(QAnon)의 실체는?</strong>

큐어난은 2017년 미국의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포챈(4Chen)에서 탄생했는데, 스스로를 ′애국자 Q′라고 칭한 익명의 게시자가 올린 글에서 시작됐습니다.

큐어난은 사탄을 숭배하는 소아성애자 집단이 미국을 지배한다고 믿는 인터넷 음모론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들은 미국에 거대한 소아 성매매 조직이 있다고 믿고, 민주당은 물론 트럼프에 반대하는 유명인들이 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힐러리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 같은 민주당 소속 유명 정치인들, 또 오프라 윈프리와 톰 행크스, 엘런 드제너러스 같은 유명 방송인들이 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큐어난 추종자들은 진보적인 주장을 하는 이들이 사실은 아이들을 학대하고 그들의 피를 먹어 회춘하는 악마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황당한 음모론을 누가 믿을까 싶지만 음모가 아닌 사실이라며 굳게 믿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지난 2016년 미 대선기간 중 워싱턴DC의 한 피자가게가 총격을 받았는데, 범인은 힐러리 등이 이끄는 아동 성착취 조직의 근거지가 바로 이 피자가게라는 이른바 ′피자 게이트′ 신봉자였습니다.

특히 이들은 범죄 집단을 소탕하고 미국을 더 위대하게 만들어 줄 메시아 같은 존재가 트럼프라고 믿습니다.

또, 코로나 19는 민주당이 트럼프 재선을 막기 위해 퍼뜨린 바이러스라거나, 빌 게이츠가 백신을 팔아 돈을 벌기 위해 퍼뜨린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급속히 확산되는 큐어난 음모론</strong>

코로나19가 겉잡을 수 없이 퍼지고,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전국적인 시위가 계속되는 등 사회 혼란이 지속되자 이런 음모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최근 소셜 미디어를 통해 #SaveTheChildren 해시태그가 급속히 퍼졌습니다.

이 해시태그는 아동구호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이 아니라 바로 큐어난이 퍼뜨리고 있는 건데요.

태그를 클릭하면 큐어난의 각종 음모론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큐어난 페이스북 그룹은 회원수만 10만명, 트위터에는 큐어난과 연관된 계정이 15만 개에 달합니다.
온라인 뿐 아닙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현실 정치에도 큐어난 추종자가 등장했습니다.

조지아주에선 최근 공화당의 하원의원 후보로 큐어난 지지자가 당선됐는데요. 마저리 테일러 그린이라는 여성 정치인으로 공개적으로 큐어난을 지지해 논란이 일었던 인물입니다.

조지아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세가 높은 곳이어서 미국 언론들은 ″곧 큐어난 음모론자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트럼프 ″큐어난은 애국자″</strong>

공화당 내에서도 극단적인 극우 성향의 후보 당선에 우려의 목소리가 일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의 스타가 탄생했다″며 축하를 보냈습니다.

또 지난 19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트럼프는 ″큐어난은 애국자들이라 들었다″고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큐어난의 음모론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은 없다″면서도 ″만약 내가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나라를 파괴하려는 급진 좌파들로부터 세계를 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대통령이 음모론을 받아들였다며 비판했습니다.
펜스 부통령은 사흘 전 CNN에 출연해 이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음모론을 받아들인 것이냐는 앵커의 질문에 펜스 부통령은 ″큐어난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며 ″음모론은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답했는데요.

그러면서 ″언론들, 특히 CNN 같은 언론들이 잘못된 보도를 통해 혼란을 확산시킨다″며 주류 언론을 탓했습니다. 큐어난 지지자들이 흔히 하는 주장과 같은 것이었죠.

대통령과 부통령의 잇단 발언을 두고 워싱턴 포스트는 ″큐어난 지지자들이 환호했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최근 FBI는 큐어난의 음모론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미국내에 테러 위협을 불러올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까지 ″큐어난 추종자들은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발언을 하는 상황.

현지 매체들은 큐어난 음모론의 확산은 이제 아무도 막을 수 없게 됐다고 진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