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수연

[World Now] 트럼프 주치의, 의사 아닌 '뼈 전문가'?

입력 | 2020-10-08 11:25   수정 | 2020-10-08 14:3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퇴원이 결정된 지난 5일(미국시간), 주치의 숀 콘리 박사는 워싱턴DC 월터 리드 군 의료센터 밖에서 기자들에게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i>″그가 돌아왔습니다.″</i>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 장면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참모 중 하나에게 원했던 모습″이라며 ″자신감 있었고 낙관적이었다″고 묘사했습니다.

40살의 비교적 젊은 주치의는 ″아직 완전한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닐 수 있지만, 나는 대통령의 임상적 상태가 퇴원을 뒷받침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임상적 근거도 들지 못했습니다.

불분명한 설명에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퇴원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졌고, 동시에 주치의의 자격에 대한 의구심도 확산됐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정골 의사′ 출신 첫 대통령 주치의</strong>
콘리 박사는 미국 버지니아주 해군 의료 센터 등 해군에서 근무하다, 2년 전 38살의 나이에 대통령 주치의로 전격 발탁됐습니다.

그런데 그는 일반적인 ′의사′는 아닙니다.

미국에서 90% 이상을 차지하는 의사는 M.D.(Medical Doctor)인 반면, 콘리는 D.O.(Doctor of Osteopathy), 즉 정골요법(Osteopathy)을 전공한 의사입니다.
미국 역사상 정골 의사가 대통령 주치의를 맡은 건 콘리가 최초인데요.

정골 요법을 시행하는 의사는 워싱턴D.C 전체 의사 중 1~3%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골요법은 골격과 뼈, 근육, 조직 등 인체의 유기적인 구조를 제대로 교정하면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설에 기초한 의학입니다.

미국 버렐 대학의 윌리엄 피에라트 정골의학 학장은 ″정골의학은 치유와 관련된 철학″이라며 ″신체가 스스로 조절하고 스스로 치유하고 평형을 이루는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습니다.

일종의 대체 의학인데, 미국에선 정골 요법을 전공하면 별도로 D.O.면허를 발급합니다.

정골의학 대학원 4년에 인턴 1년을 수련해야 하고, 최소 2년 이상의 레지던트 과정도 거칩니다.

그러나 일반 의대를 나온 의사와 달리 정골 요법 의사는 질병을 대하는 관점과 치료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보니, 미국 언론들은 대통령 주치의로서 콘리의 적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오락가락′ 설명에 낙관적 태도‥의사보단 ′스핀 닥터′</strong>
병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서인지, 콘리 박사는 코로나19를 대처하는 방식이 다른 감염병 전문가들과 달라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가 처음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한다고 밝히면서부터입니다.

이때 의료진 중 유일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건 콘리였습니다.

당시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 끝에 치료로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득이 상대적 위험보다 크다고 결론내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 미국 FDA는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이 약의 긴급 사용 허가를 철회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대통령 주치의 ′오락가락′발언‥병세 숨기는 것 아니야?</strong>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이후엔 오락가락 하는 말로 트럼프의 병세를 감추는 것 아니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그는 4일 기자회견에서 ″2일 오전과 3일 아침 두 차례 트럼프 대통령의 혈중 산소 포화도가 떨어져 2L의 산소를 공급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날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산소 공급을 받았느냔 기자들의 질문에 “어제와 오늘은 아니다”, “지금은 아니다”라며 부인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중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약들을 투약받았는데, 콘리 박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가 ″괜찮다″고 브리핑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콘리 박사는 ″나는 병의 경과와 관련해 의료팀과 대통령이 가졌던 낙관적 태도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감염병 전문가인 카를로스 델 리오 에머리대 교수는 이런 태도를 두고 ″의사가 아닌 스핀 닥터(정치 홍보전문가)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콘리의 전 동료들은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되기 훨씬 전부터 콘리가 백악관 정치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했다″며 ″그가 대통령이나 백악관이 지시하는 정치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VIP 증후군? 트럼프의 ′치어리더′?</strong>
일각에선 콘리 박사가 이른바 ′VIP 증후군′을 겪고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VIP 증후군은 의료진이 직위가 높거나 유명한 환자를 치료할 때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무리한 시도를 하다 오류를 범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엘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 아돌프 히틀러의 주치의 등이 VIP 증후군의 대표 사례인데, 히틀러의 주치의 테오도르 모렐은 히틀러를 치료한다며 필로폰 등의 마약과 남성성 강화를 위해 비전통적인 치료법을 남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쓰이는 렘데시비르와 덱사메타손, 항체치료제인 ‘Regn-COV2’ 등 3가지 약물을 동시에 투여받았습니다.

특히 아직 FDA 승인조차 받지 못한 Regn-COV2 까지 투여한 건, 빠른 퇴원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맞추기 위해 과잉 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리아나 원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세 가지 치료를 모두 받은 세계 유일의 환자일 것”이라며 “미국 대통령에게 처음으로 임상 시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같은 처방이 ″콘리 박사의 VIP 증후군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패트릭 잭슨 버지니아대 박사 역시 “백악관이 밝힌 대로 대통령의 증세가 경미했다면 지나치게 공격적인 치료”라고 비판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콘리 박사를 ′주치의 겸 (대통령의) 치어리더′라고 칭하며, 그가 환자를 기쁘게 하는 것과 미국 대중에게 알려야 하는 의사의 역할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