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김정원

[World Now] "아마존 CEO 베이조스는 바이러스입니다"

입력 | 2020-10-16 15:54   수정 | 2020-10-16 16:30
<i>″베이조스의 탐욕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

″베이조스에게 세금을 부과하라!″

″기업 이윤 위에 사람 있다!″</i>

현지시간 10월 4일 일요일 오후, 조용하던 미국 캘리포니아 비버리 힐즈 주택가에 100여 명의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업체 ′아마존′ 전·현직 근로자들로, 아마존 회장인 조프 베이조스의 집 앞에서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의 요구 조건은 크게 4가지입니다.

- 시간당 최저임금 30달러 보장
(현재 시간당 15달러)

- 시간당 2달러인 ′코로나 위험수당′ 인상

- 코로나19 ′유급 휴가′ 도입
(확진된 직원들이 음성 판정을 받고 일터로 복귀할 때까지 ′유급 휴가′ 보장)

- 코로나 사태로 해고된 직원들의 복직

아마존 해고 노동자인 크리스 스몰스는 ″코로나 사태로 아마존 주가가 엄청나게 오르며 베이조스의 재산이 수백억 달러 늘었다″며 ″반면 중소기업들은 아마존 때문에 문을 닫았고 많은 사람의 삶도 파괴됐다″고 말했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은 ″베이조스는 1초에 4천 달러를 버는 데 왜 우리는 시간당 최저임금 30달러도 받을 수 없는 것인지 이유를 대보라″고 주장했습니다.

베이조스의 재산은 2천억 달러, 우리 돈 237조 원으로 3년 연속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지켰습니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면서 최근 1년 사이 회사 주가가 60% 오른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 늘어난 889억 달러(약 106조 원)를 기록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세계 최고 부자로 오른 CEO‥ 직원들은 처우 개선 소송</strong>

하지만 직원들 처우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습니다.

회사 측은 올해 3월 코로나 대유행에 따른 배달·온라인 판매 분야 인력난에 대응하기 위해 시간당 2달러의 위험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석 달 만인 6월 초 수당을 없앴습니다.

코로나 감염 방지를 위한 무급 휴가 제도 역시 도입 한 달 만인 4월에 폐지했습니다.

코로나19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미흡하다며 직원들은 회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지난 6월, 미국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 직원 3명과 그들의 가족은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아마존을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아마존을 고소한 직원 중 한 명인 바바라 챈들러는 지난 3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후 가족과 사촌들이 자신에게 옮아 감염됐다고 말했습니다. 그중 사촌 1명은 지난 4월 숨졌습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회사 측이 직원들에게 ″업무 속도를 늦추지 말라″고 강요했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 씻기, 방역 등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방역 지침을 준수했다면서 청소와 발열 체크, 마스크 제공 등을 위해 8억 달러(약 9천750억 원)를 지출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창고 직원들의 양성 판정은 잇따랐고 사망자도 10여 명 나왔습니다.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갔지만 회사 측은 미국 전역에 운영 중인 175개 창고에서 몇 명이나 감염됐는지 등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빈축을 샀습니다.

보다 못한 직원들이 직접 감염자 숫자를 집계해 온라인에 공개하고 일부 창고 직원들은 미국 전역을 돌며 회사 측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비판 여론이 커지자 아마존은 이달 초 아마존 현장 근로자들의 코로나19 감염 현황을 공개했습니다.

회사 측은 코로나 대유행 이후 아마존 현장 근로자 137만2천 명 중 1만9천816명이 양성 판정을 받거나 감염 의심 증상을 보였다고 발표했습니다.

1.5% 감염률을 보인 건데 회사 측은 예상했던 것보다 환자가 42% 덜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전체 감염률 등을 고려했을 때 아마존 직원 3만3천952명이 코로나에 걸렸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검사 결과 1만9천816명이 나왔다는 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직원 사망자까지 나왔지만‥ 방역 위반 벌금 935달러</strong>

이런 가운데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코로나19 보건안전 규칙을 위반한 혐의로 아마존 창고 배송시설 2곳에 각각 935달러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벌금을 물게 된 시설은 LA 카운티 호손과 리버사이드 카운티 이스트베일에 있는 창고입니다.

올해 초, 미국 노동 단체인 ′창고 근로자 센터′(Warehouse Worker Resource Center)는 아마존이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의심되는 구역을 폐쇄하지 않고 근로자들이 감염 예방을 위해 손을 씻는 시간도 충분히 주지 않는 등 회사 측이 방역에 소홀했다고 주장한 겁니다.

이후 캘리포니아 주 ′직업안전국′이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문제가 된 창고 2곳이 직원들의 위생 교육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며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벌금 부과 소식이 전해지자 회사와 근로자들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아마존 측은 직원 교육 프로그램은 적절했고 각종 안전 수칙을 준수하고 있다며 벌금 부과 조치에 대해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근로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선 별말이 없고 직원 교육이 미흡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만 벌금을 물게 한 조치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반발했습니다.

또 벌금 935달러는 ′캘리포니아 직업안전국′이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과 관련해 고용주에게 부과한 가장 낮은 금액이라며 더 엄한 처벌을 요구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노동환경 개선해야″ 직원들 시위는 계속됐지만‥</strong>

<i>″베이조스는 진짜 바이러스입니다.″</i>

아마존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대규모 할인행사인 ′프라임데이′를 하루 앞둔 10월 13일 밤, 손에 손에 촛불을 든 노동자들이 베이조스의 집 앞에 다시 모였습니다.

집회를 준비한 노동 단체 ′창고 근로자 센터′의 엔리코 마니아고 씨는 베이조스 회장을 진짜 바이러스(real virus)라고 표현하며 회사 측이 근로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 더 힘써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집회 참석자들은 소비자들에게 ′프라임데이′ 행사를 보이콧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외침에도 올해 ′프라임데이′ 매출은 크게 늘었습니다.

이틀 동안 진행된 ′프라임데이′ 행사 기간 동안 230만 개에 달하는 ′서드파티′ 즉 협력업체들은 35억 달러(약 4조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작년보다 60% 가까이 늘어난 액수입니다.

아마존은 자신들이 직접 물건을 판매한 성적은 공개하진 않았지만, 지난해보다 늘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아마존이 올해 ′프라임데이′를 통해 최대 100억 달러(11조5천억 원) 매출을 달성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