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성일

[알려줘! 경제] '100조 기업' 쿠팡 "한국시장에 공격적 투자"

입력 | 2021-03-13 09:22   수정 | 2021-03-13 09:27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입성한 쿠팡이 첫날 거래에서 공모가(35달러)보다 40% 넘게 오른 49.25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시가 총액 886억 달러, 우리 돈으로 100조원을 넘겼습니다.

시가총액 100조원,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말고는 이만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기업이 아직 없습니다. 세계 무대를 상대로 한 IT기업도 아닌데, 놀랄만한 일이죠.

국내 소비자들도 잘 알고 있는 전통 유통회사 이마트(5조원), 신세계(3조원)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입니다. 주가는 오늘 하루로 결정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추이를 봐야겠지만, 50-60조원대를 평가받는 LG화학, 네이버, 현대자동차와 큰 차이를 둘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쿠팡이 코로나19 이후 일상으로 깊이 파고든 온라인 유통(E-Commerce)의 대표 기업이라는 점을 한국 사람들은 잘 알고 있지만, 다른 나라 그것도 미국 시장이 이만큼 대접(?)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뉴욕시장의 100조원 평가…이유는?</strong>

쿠팡의 뉴욕 시장 데뷔 첫날 기업가치는 글로벌 경쟁 기업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비교 기준 가운데 하나인, 매출과 비교한 주가(Price Sales Ratio)로 볼까요? 쿠팡의 주가는 매출의 5.4배인데, 미국 시장의 강자 아마존(3.4배)보다 높고 중국 시장의 강자 알리바바(5.4배)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알리바바의 배경인 중국은 쿠팡이 선전하는 한국 시장과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리바바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 이유는, 한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더 크다는 판단 때문일 겁니다.

우리나라 온라인 유통 시장은 전세계에서 5번째로 규모가 큽니다. 전체 소비시장(530조 추정)에서 온라인 유통(E-Commerce)이 차지하는 비중은 33% 정도인데, 앞으로 5년 안에 절반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서비스에 대한 반응, 배송을 포함한 인프라가 좋기 때문이죠.

한국 시장이 매력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아마존과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의 진입이 쉽지 않다는 점일 겁니다. 쿠팡에 따르면, ″전세계 10대 E-커머스 시장 가운데 아마존·알리바바가 장악하지 못한 시장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쿠팡이 온라인 유통 석권할까?″</strong>

시장 환경이 좋더라도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뉴욕 증시의 첫날 반응은 한국의 온라인 시장을 장악할 사업자로 쿠팡을 점지(?)했다는 평이 많습니다.

″온라인 유통에서는 ′트래픽′이 자산인데, 쿠팡은 OTT를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들을 묶어 두고 있다. 뉴욕 투자자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의 온라인 유통 시장 성장세를 쿠팡이 독점할 것이라는 예측을 한 것″(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이라고 생각하는 분석가들이 많습니다.

뉴욕시장 상장 기념행사를 치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도 이런 기대에 부응하는 말을 했습니다. 상장과 함께 조달한 자금(약 5조원)을 활용해, ″지금까지 그랬듯이 물류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 상장을 했지만, 당장의 적자를 줄이는 데 신경을 쓰지 않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투자를 더 하겠다는 말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온라인 유통 선도한 쿠팡, 앞 길은?</strong>

쿠팡의 다음 행보와 관련해, 아주 명확한 방향을 제시한 겁니다. 일각에서 제기했던 배달 업체 인수는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고,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도 일단 선을 그었습니다. 당분간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김 의장은 ″장기적으로는 해외시장 진출, K-커머스를 수출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당분간은 국내 시장에 전념하겠다″고 한 거죠. (쿠팡은 지난해 동남아 시장 동영상 서비스 업체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적자만 보는 회사, ″언제 망하느냐″를 두고 내기대상이 되던 기업이 보란듯이 자본 시장에 화려한 데뷔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걸어 온 길만큼이나 앞 길이 순탄치는 않아 보입니다. 100조원의 기업가치에 나타난 미국의 투자자들의 기대 수준을 채우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쿠팡의 돌풍을 계기로, 기존 유통회사들이 서로 협력하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노동과 관련한 이슈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택배 노동자들이 잇따라 숨지면서 ′과로사′ 문제가 불거졌고, 플랫폼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우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이미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쿠팡이 (전부는 아니지만) 배송업무를 맡은 기사를 직접 고용한 것에서, 다른 유통업체들과 구별된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합니다.

″증권시장은 단기로는 인기투표이고 장기적으로는 무게를 재는 기계다.″ 김범석 의장이 상장 기념식 직후 한 말입니다. 말처럼 사회적 책임, 경영 성과를 함께 내는 묵직한 기업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