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2-19 14:54 수정 | 2021-02-19 14:57
주한미군의 주둔비용 중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몫인 방위비분담금을 결정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이 드디어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7차 회의가 열린지 11개월 만인 지난 5일 8차 회의가 열리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타게 된 건데요.
양측 협상팀은 화상으로 진행된 8차 회의에서 ′계속된 이견을 해소하고,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에 협상을 타결′하는데 공감을 이뤘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한 해 1조원 소요… 방위비분담금이란?]</b>
제19차 협상에서 타결된 2019년도 방위비분담금의 규모는 1조 389억원입니다.
2019년 한 해에만 우리 국방부가 주한미군 측에 주둔비용 명목으로 1조 389억원을 지급한 겁니다.
적지 않은 금액인데다 국회 비준을 거쳐야하는만큼, 우리 정부는 매번 협상마다 사활을 걸고 임하고, 언론의 관심도 높습니다.
특히 2019년 9월에 시작된 제 11차 협상에는 외교부가 아닌 기획재정부 출신의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을 협상TF 대표로 투입할 만큼 초반부터 공을 들였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2020년에 무슨 일이?]</b>
양측 협상팀은 2020년 3월 미국 LA에서 열린 7차 회의에서 ′다년 계약, 13%+α의 인상′안에 잠정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은보 방위비협상TF 대표는 3월 31일 저녁 6시경 화상 성명을 통해 협상 타결이 임박했음을 알려왔고, 당일 뉴스를 위해 부랴부랴 세부사항을 취재했던 기억이 선한데요.
다음날인 4월 1일부터 주한미군 한국인 직원들의 무급휴직이 시작될터여서, 그야말로 극적인 합의를 이룬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시각으로 밤사이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양국 외교장관까지 문제없이 올라갔던 협상안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거부해버린 겁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이 4월 1일 아침에 ″이르면 오늘 타결″이란 기사까지 내보낸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50억 달러? 13억 달러? 진실은 트럼프만이...]</b>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초지일관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으로 50억 달러를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직전 분담금인 1조 389억원이 10억 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액수니까, 무려 5배로 올려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13%+α′ 자체도 10차 때 인상률이었던 8.2%에 비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였지만, 13%와 400%의 간극은 너무나 컸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리한 요구에 미국 협상팀마저 우리 협상팀에 미안해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왜 하필 50억불인지, 그 근거는 명확치 않습니다.
2019년 미 국방부가 집계한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이 44억 달러인데 이를 근거로 50억 달러를 요구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할 뿐입니다.
그러다보니 미국 측은 이전에 방위비분담금에 포함되지 않았던 전략자산 전개 비용과 연합 훈련·연습 비용, 심지어 주한미군 군속과 가족 지원 비용까지 추가로 요구하며 한국을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이미 제시했던 인상률이 우리가 낼 수 있는 액수의 최대치″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버티기에 들어갔습니다.
주한미군 감축까지 시사하며 한국을 압박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결국 5월쯤 요구액을 13억달러로 내렸는데, 왜 13억 달러인지 그 이유 역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원화 기준으로 50% 인상을 의미한 거란 해석이 제일 합리적인데, 개인적으로는 한국 측이 제시한 13%를 그냥 숫자만 받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실은 트럼프 전 대통령만 아는 것이겠죠.
양측이 지리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사이 미국 측 협상 대표가 교체됐고, 미국 대선 레이스까지 시작되면서 협상은 사실상 멈춰버렸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동맹 중시′ 바이든 행정부의 선택은?]</b>
멈춰섰던 협상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고 불과 17일 만에 재개됐습니다.
미 CNN 방송도 국무부 관리를 인용해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이 13% 인상률로 수주일 내에 타결될 것″이라고 보도했는데요.
바이든의 동맹 정책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미국 뿐만 아니라 독일, 일본 등에서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선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금을 깎아주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는 게 사실인데, 동맹을 중시하기 때문에 동맹의 기여를 강조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최근 친정부매체로 급부상한 CNN이 ″한미 양국이 협정문에 한국이 국방 예산을 의무적으로 늘리고, 미국산 군사장비를 도입하는 내용을 포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는데,
이 역시 사실이라기보다는 미국 측의 마지막 요구 혹은 희망사항이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해보입니다.
어쨋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리한 요구 때문에 인상률이 높아졌다는 아쉬움이 남는데, 어제(18일) 국회 외통위에서도 13% 인상이 너무 과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합리적이고 공평한 수준에서 타결짓도록 노력하겠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작년은 그 전년도 수준으로 동결을 이미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만 답했습니다.
한미가 협상을 타결할 경우 올해부터 방위비를 인상하고 작년에 소급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