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07-18 21:03 수정 | 2021-07-18 21:14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일단 숨기고 축소하는 군 수사의 악습</strong>
18일 저녁 8시20분에 방송된 MBC 시사보도 프로그램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서 군 수사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축소, 은폐의 악습을 고발했다.
먼저 ′스트레이트′는 지난 2014년 4월 7일 발생한 육군 28사단 윤승주 일병의 사망 사건을 되짚으며 군사경찰(당시 헌병대)의 부실 수사를 지적했다.
당시 헌병대는 한달 넘게 지속된 선임병의 집단 폭행 사실을 숨기고 단순 질식사로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
가해자들에게 무거운 ′살인죄′가 아닌 가벼운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그러나 윤 일병의 유가족과 군 인권센터가 군 수사기관의 부실수사를 폭로하면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고 결국 대법원에서 살인죄 확정 판결이 내려졌다.
사건은 일단락 되는 듯 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윤 일병의 유가족들은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고 했던 군 지휘관과 수사관 30여 명을 고소했다.
진실을 숨긴 죄 역시 처벌받아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트레이트′ 취재에 따르면 당시 군 검찰은 단 한 명 예외없이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군의 부실 수사 책임을 진 사람이 한명도 없는 것이다.
′스트레이트′가 단독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헌병대장은 ″지금까지도 살인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축소 은폐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유가족들에게 막말을 쏟아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군대에선 군판사-군검사-군변호사 모두 한식구 ′법무병과′</strong>
′스트레이트′는 이렇게 군이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군법무병과′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군법무관들은 순환보직을 한다. 군 인사발령에 따라 군 검사가 군 판사가 될 수도 있고, 국선 변호인이 될 수도 있다.
′스트레이트′를 진행하는 성장경 MC는 ″오늘 판사와 검사로 만났던 법무관들이, 내일은 거꾸로 검사와 판사로 만날 수 있다는 제도가 정말 이해가 안된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허일후 MC도 ″이래서 엄정하고 공정한 재판이 가능하겠느냐″며 군 수사와 재판의 독립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스트레이트′는 군법무관이 매년 20명 남짓 배출되는데다, 한 다리만 건너면 선후배라서 끼리끼리 문화가 강할 수 밖에 없고, 민간인 접근이 어려운 군 특성상 법무관 출신만의 카르텔이 움트기 쉬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공군 성폭력 사건의 수상한 움직임</strong>
특히 이번에 논란이 된 공군 성폭력 사건에서도 군법무관들의 늑장 대응이 이같은 ′카르텔′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사망한 이 중사의 군 변호인은 이 중사가 목숨을 끊을 때까지 한 번도 이 중사를 만나지 않았고, 유족들이 수사촉구를 애원하며 건넨 탄원서도 30일 동안이나 갖고 있다가 뒤늦게 군 검찰에 제출했다.
군 검찰 역시 4월 7일 군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고도 55일이나 가해자 장 모 중사를 소환하지 않았다.
이 모두가 가해자 장 중사가 군법무관 출신 변호인을 선임 한 뒤 일어난 일들이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막강한 권력 ′군 법무실장′, 전역 한달만에 로펌행</strong>
′스트레이트′는 군판사와 군검사, 군변호사의 인사권과 지휘권을 갖고 있는 군법무실장의 막강한 권한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법무실장은 법무병과 소속 인원, 그러니까 군 검사와 판사, 국선변호사와 일선 부대 법무참모의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한다.
그런데 해군 법무실장을 지낸 김영수 대령이 올해 1월 3년 임기를 마친 뒤 불과 한달만에 로펌으로 이직했다.
해당 로펌은 법무법인 YK.
′스트레이트′는 이번 공군 성폭력 사건 가해자 장 중사가 이 로펌 소속 변호사를 선임했다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변호사가 사임계를 냈다고 보도했다.
′스트레이트′ 취재결과 법무법인 YK는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성폭력 가해자 변호의 성공 사례를 올려놨는데, 후배 군인인 피해자가 술에 취한 사이 성폭행하려 한 사건의 경우 자신들의 조력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됐다고 홍보했다.
또 회식 자리에서 후배 여군을 성추행한 사건도 합의가 되지 않아 법정구속이 유력했으나 자신들의 적극적인 변론 끝에 선처를 받았다고 적어놨다.
′스트레이트′는 법무법인 YK가 법무실장이나 군 검사, 군판사 출신 변호사를 7명이나 보유하고 있고, 심지어 법무관 출신이 아닌 일반 퇴역 장성도 3명이나 고문으로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군사법원은 정말 필요한가</strong>
′스트레이트′는 이처럼 불합리하게 운영되고 있는 군사법제도를 개혁하기 위해선 첫째, 외부 인사의 수사 감시를 보장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원론적으로는 군사법원을 대법원 산하에 두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1996년 헌법재판소가 군사법원을 현행처럼 유지하는 것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스트레이트′는 ′군 인권보호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방송했다.
인권보호관이 불시에 부대를 방문해 조사하거나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실질적 권한을 가져야 군 수사가 투명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트레이트′는 두 번째 해결책으로 군 검사와 판사를 분리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군법무병과의 조직을 분리시켜야 유착의 고리를 끊고 사건을 독립적으로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는 또 근본적으로는 군사법원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스트레이트′ 취재결과 군사기밀 유출이나 항명 같은 순수한 군사 범죄는 군내 형사 사건의 13%에 불과했고 나머지 87%는 성폭행이나 교통사고, 폭행 같이 군사 기밀과는 무관한 일반 범죄였다.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과거에도 여러차례 군사법제도 개혁 방안이 나왔지만, 군 장성 출신 국회의원들의 거센 반발 때문에 개혁이 실패했다.
′스트레이트′의 진행자 성장경 MC는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군은 늘 스스로 바뀌겠다고 다짐했다″고 했고 허일후 MC는 ″그러나 매번 개혁은 좌초됐고, 비극적인 사건이 반복됐다″면서 이번엔 말로만 그치지 않도록 ′스트레이트′가 끝까지 추적하겠다면서 방송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