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style=″font-family:none;″>- 명의만 빌려주면, 부대비용 없이 ‘월 고정수익 보장’ 유혹 … 피해차량 최소 105대 </b>
<b style=″font-family:none;″>- 연예계 인맥, 현금 뭉치, 고가 시계 …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꾼’의 수법</b>
기준금리가 1%도 못 미치는 시대. 명의만 빌려주면 연 금리 12%를 보장해준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최호철(가명) 씨가 이 같은 제안을 받은 건 2019년 1월. 상대는 최 씨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 중고 고급차를 사고, 이를 렌트카로 돌린다고 했다. 매달 투자금의 1%를 줄 것이며, 차를 사면서 발생하는 할부금, 세금, 각종 비용까지도 본인이 부담하겠다고 했다. 언뜻 듣기에 최 씨 입장에서 불리할 것 없는 거래였다. 최 씨는 상대의 제안대로 고급차 2대를 구입했다. 최 씨 앞으로 총 2억 2,400만 원의 대출이 생겼지만, 최 씨는 뿌듯했다. 큰 힘 들이지 않았는데도 통장에 매월 200만 원 남짓한 돈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다달이 들어오던 돈이 줄더니,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약속했던 돈이 입금되지 않기 시작했다. 매달 500만 원이 넘는 차 할부금이 고스란히 최 씨 부담으로 돌아왔다. 차라도 돌려받으려 했지만 지금은 줄 수 없다는 핑계만 돌아왔다. 최 씨는 직접 차를 찾아나섰다. 1년이 넘은 시간, 최 씨는 엉뚱한 곳에서 본인의 차를 찾았다. 지난해 겨울, 주차 갑질 사건이 일어났던 서울의 한 빌라였다.
최 씨의 차를 갖고 있던 사람은 ‘치킨맨’ 홍 씨(가명)였다. 홍 씨 위에는 ‘빅보스맨’ 김 씨가 있었다. 최 씨에게 투자제안을 했던 인물이었다. 스스로를 개인렌트 사업의 1세대로 칭했다던 김 씨. 그는 자신을 배우 원빈의 매니저 출신이라고 소개하며, 연예계 인맥과 본인의 재력을 늘 과시했다고 한다. 국내 최대 규모인 장안평 중고차시장을 중심으로 2017년부터 개인 렌트 사업을 시작한 빅보스맨 김 씨. 사업 수 년 만에 그의 차고지는 고급차들로 채워졌다. 그의 부를 키운 건, 고정적인 수입에 혹했던 최 씨 같은 투자자들이었다. PD수첩이 확인하기로만 피해차량은 105대에 달한다.
“어떤 차를 뽑느냐는 것보다 (중요한 건) 수익금이거든요.” 피해자들에 따르면 빅보스맨 일당은 본인들이 알아서 차를 뽑고, 렌트 운영을 하겠다고 했다. 투자자들이 관여하지 못하도록 한 후, 빅보스맨 일당은 본인들이 유리한 판을 짰다. 차량을 구입하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차 값을 최대한 부풀려, 투자자 모르게 일당이 챙기는 식이었다. 애초에 차량 구입에 별 다른 개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본인 명의의 차 상태를 파악하기조차 어려웠다. 중고차 상사, 대출을 담당한 캐피탈 직원, 빅보스맨 일당. 투자자(피해자)를 제외한 모두가 주머니를 불리는 구조였다.
피해가 이어지는 동안 빅보스맨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있는 상황. 빅보스맨 최측근으로 일했던 ‘치킨맨’ 홍 씨는, 경찰이 뒤에 있다고 폭로했다. 빅보스맨 김 씨의 지시로, 그가 직접 경찰에게 뇌물을 주기도 했다는 것. 실제로 빅보스맨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총 4차례에 걸쳐 경찰에게 뇌물로 차량을 제공했다. 차를 받은 사람 중 한 명은, 당시 남양주남부경찰서의 경제팀장. 빅보스맨의 주소지 관할서 소속이었다. 빅보스맨과 일했었다는 또 다른 직원 역시, “경찰 한 명으로 라인을 탄다”며, “(빅보스맨이) 범죄에 연루가 되면 웬만하면 다 무혐의, 기소유예(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남양주서에 빅보스맨 관련 20건의 고소가 접수됐지만, 이중 6건이 기소의견으로 송치됐고, 7건은 불기소, 2건은 각하, 1건은 반려됐다.
‘빅보스맨을 고소해봤자’란 말이 업계에서 떠도는 동안, 그의 제안에 솔깃했던 투자자들은 이제 막연한 기대조차 어렵다. 피해자가, 피해액이 쌓이는 동안 또 다른 빅보스맨도 생겨나고 있다. 법망에 걸려들지 않는 개인 렌트 사기, PD수첩 ‘슈퍼카와 꾼들’은 오늘(16일) 밤 10시 4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