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PD수첩팀

[PD수첩 예고] "피해자를 밟고 올라간 성공" 스타 선수들의 학교 폭력 논란

입력 | 2021-03-16 14:05   수정 | 2021-03-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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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style=″font-family:none;″>- 욕설, 강요, (성)폭력까지… 스타 선수들에게 쏠린 ‘학교폭력’ 의혹 </b>
<b style=″font-family:none;″>- “감독·코치에게 말하면 어차피 돌아오는 건 똑같아요. ‘알겠다’든가, 아니면 ‘참아라’”</b>
<b style=″font-family:none;″>- 스포츠계 학교폭력, 고교의 경우 일반 피해 대비 최고 2.6배 높아</b>

지난 2월 프로배구선수 이다영·이재영 자매의 학교 폭력 가해 고발 이후, 스포츠계 곳곳에서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이들이 나왔다. 스포츠계 내 폭력실태 고발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에만 해도 내부 폭력으로 인해 생을 마감한 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있었고, 그 전 해에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의 눈물어린 증언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고발들에서 선수들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였다. 피해를 주장한 이들은 학폭 가해 선수들이 프로 선수로, 국가대표로 활약하기 전인 초중고교 시절부터 자신들에게 폭력을 가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조창모 씨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7년 전 자신의 얘기를 올렸다. 자신의 실명도 공개했다. 그는 고등학교 야구부 시절 현재 프로야구 선수로 활약 중인 두 선배로부터 폭행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조 씨가 지목한 선수는 두산베어스 이영하, LG트윈스 김대현 선수. 두 선수의 고등학교 1년 후배였던 조 씨는 졸업할 때까지 그들의 폭력에 시달려야했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야구가 아닌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다. “너무 많이 맞아서, 누구한테 맞았는지도 모를 정도”였다는 조 씨. 그의 학폭 피해 고백에 동창생들을 포함한 여러 목격자들이 나타나 힘을 실었다. 조 씨의 친구인 이 모 씨는 “감독, 코치에게 말하면 어차피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고 말했다. 팀 내에서 소위 ‘잘 나가는’ 선수들의 권력은 최고였기 때문이다. 조 씨의 또 다른 친구는 “‘맞아야 말이 된다, 맞아야 잘한다’는 게, 어쩌면 운동부 사회 전통이 돼 버린 것”이라고 했다.

월드컵 국가대표도 학교폭력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달 24일 폭력 고발이 처음 나온 뒤로 3주째 진실 공방 중인 기성용 선수. 기 선수에 대해 최초로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초등학교 시절 축구부 후배 두 명이었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박지훈 변호사는 두 차례의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익명으로 낸 첫 보도자료에 기 선수 측이 공개 반박하자 기 선수의 실명까지 공개했다. 해당 사건의 당사자인 두 사람은 초등학생 때, 기성용 선수를 포함한 선배 선수들에게 유사 성행위 강요 등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언급된 두 사람 외에도 추가 제보자가 있으며, 이를 법정에서 공개하겠다는 뜻도 밝혀왔다. 당사자들에게 여러 경로로 압박이 들어오고 있어, 구체적 신원을 노출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기 선수 측은 약 일주일 전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으나, 아직 소송을 제기하진 않은 상황이다. 기 선수 측 법률대리인인 송상엽 변호사는 “소송 시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기 선수가 의혹을 받게 되는 기간만 길어지고, 상대 측은 그것을 노리는 것”이라 주장했다.

수 년이 흐른 후 어렵게 꺼낸 이들의 고백은 이미 대부분 공소시효를 넘겨 법적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상태다. 게다가 상대방들은 이미 유명세를 입은 선수들. 그럼에도 피해자들이 잊고 싶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꺼낸 건 이 악습이 또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 전부터 벌어져 왔던 일들’이고 ‘기강을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PD수첩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들’은 오늘(16일) 밤 10시 4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