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PD수첩팀

[PD수첩] PD수첩, 검찰 내부의 감찰 기능 작동 여부 심층취재

입력 | 2021-10-05 22:40   수정 | 2021-10-05 22:43
지난 9월 2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부패신고 한 건이 접수되었다. 임은정 부장검사가 전·현직 검찰 간부를 신고했던 것. 사건은 한 검사가 고소장을 잃어버리면서 시작되었다.

5일 밤 PD수첩 ′검찰 가족 - 어느 부장검사의 고백 -′에서는 검찰의 내부 조사 축소 및 은폐 의혹에 대해 다뤘다. PD수첩은 임은정 부장검사를 인터뷰, 검찰 내부의 감찰 기능이 작동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심층 취재했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2015년 상반기 공판부 시절부터 이야기를 후배들한테 집중적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사건 당사자는 KB금융지주 윤종규 회장의 딸 윤혜령 검사다. 2016년 임은정 부장검사는 후배들에게 “고소장을 분실해놓고 들키지 않으려고 기록을 위조했다”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윤혜령 검사는 고소장을 분실한 뒤, 직원에게 민원인이 기존에 내고 기각된 고소장을 복사하도록 했다. 복사한 뒤, 서류 표지를 위조해 사건과장과 차장검사의 인장까지 찍었다. 수사관의 명의로 민원인이 고소장을 복사해서 반복해 고소하는 사람이라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도 작성하였다.

취재 중, 윤혜령 검사 측 변호인이 PD수첩에 메일을 보내왔다. 윤혜령 검사는 고소장을 위조한 사실이 없으며, 사건 기록 표지는 사건 접수 담당 직원이 평소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일상적·기계적으로 작성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또한 법원이 유죄로 인정하였지만, 윤혜령 검사의 행위가 가벌성이 미약해 선고유예를 판결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PD수첩이 입수한 감찰 기록에는 윤혜령 검사의 고소장 복사·위조, 표지 위조 및 직인 날인 그리고 허위 조사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임은정 검사는 사건을 감찰 부서에 제보했다. 부산지검이 진상조사에 나섰지만, 사표를 수리하고 사건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회 교수는 “분실하는 것도 상상하기 힘든 일인데, 기록을 위조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법조인으로서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서울 남부지검에서는 이른바 아이스크림 검사 사건이 일어났다. 김모 부장검사는 회식 중 러브샷을 하자며 피해자를 추행했다. 피해자가 검사 4명에 이르는데도, 김모 부장검사가 사표를 내는 것에서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또, 전 대검찰청 진형구 공안부장의 아들 진동균 검사가 회식 자리에서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대검찰청 감찰부가 조사를 시작했지만, 조사가 중단되었다. 이후,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당시 대검찰청 장영수 감찰1과장을 찾아가 사표를 수리한 이유를 물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임은정 검사는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던 관계자를 직무유기로 고발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더 이상 문제 삼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며 기각했다. 과거 검찰이 직원의 성추행 사실을 전해 듣고도 진상조사를 하지 않은 교장 선생님을 기소한 사례와는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것이다. 법무부 성범죄대책위원회가 검찰청, 교도소 등 산하기관 여성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가 성적 침해행위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2016년 5월, 故 김홍영 검사는 서른셋이라는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故 김홍영 검사는 직속상관인 김대현 부장검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조사가 시작되자 남부지검에서 후배 검사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연주 변호사는 “목격자인 검사들을 하나하나 불렀다. 이 정도가 욕이냐, 1대 정도는 때릴 수 있는 거지 이게 폭행이냐”고 했다고 전했다. PD수첩은 당시 남부지검 차장검사를 찾아 압력을 행사한 의혹에 관해 물었지만,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유가족과 고인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항의에 나서자, 대검이 감찰에 나섰다. 그러자 진술이 달라졌다. 故 김홍영 검사에게 여러 차례의 폭언과 폭행이 있었던 것이 확인되었다. 심지어 사망하기 하루 전에는 20분 동안 폭언을 당했다. 하지만, 사망하기 전날의 폭언과 관련된 진술은 보고서에서 누락되었다. 김대현 부장검사는 해임되었지만, 입건되지 않았다. 이후, 김대현 부장검사는 변호사 등록을 신청했고 변호사 협회가 김대현 부장검사를 고발했다. 故 김홍영 검사가 사망한 지 5년 뒤인 2021년, 김대현 부장검사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사직으로 마무리되었던 고소장 위조 사건에 대하여 조선비즈에서 봐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 기사를 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윤혜령 검사를 고발했다. 부산지검은 윤혜령 검사를 입건하기로 했고, 선고유예를 선고받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임은정 검사는 “표지만 위조했을 뿐, 고소장을 위조하지 않았다는 것이 선처 사유였다”라고 말했다. 표지를 위조한 공문서 위조 혐의만 기소하고, 고소장을 위조하고 허위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은 누락시켰다는 것. 부산지검 김기동 검사장은 축소 기소 의혹에 대하여 “철저히 수사한 후 기소가 이루어졌고, 공개재판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공개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임은정 검사는 윤혜령 검사를 입건하지 않은 감찰 지도부에 대한 감찰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검찰청 감찰부는 당시 윤혜령 검사가 사표를 냈고, 중징계 사안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종결 처리했다. 이후, 임은정 검사는 사건 당시 검찰 간부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부산지검에 대한 압수수색을 세 차례 요청했지만, 검찰은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직무유기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임은정 검사는 재항고했고, 기각되었다.

임은정 검사는 인터뷰를 통해 “법을 바꾸기도 어렵지만, 법을 바꾼다고 하더라도 법을 해석하고 집행하는 것은 결국 판결이다. 이 정도면 직무유기·직권남용이다, 이런 사건은 덮으면 안 된다고 처벌한 예가 있어야 법률에 대한 해석 가이드라인이 생기는 것이다. 검사들이 이 정도 행동은 처벌받을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 하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해보려고 노력하는 발버둥을 치는 거죠”라고 말했다. 세상을 바꿔온 것은 어디서나 앞장서서 새로운 길을 열어온 소수의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다. 검사를 위한 검찰이 아니라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