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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Now] 안창호 선생의 외손자가 분노한 까닭은?

입력 | 2021-02-20 10:23   수정 | 2021-02-20 10:52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도산 안창호 선생의 외손자 필립 안 커디 씨가 하버드대에 역사 자료를 기증하려던 뜻을 철회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당장 미국 LA에 거주 중인 커디씨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이메일로 화상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현지 시간으로 밤 11시가 넘은 늦은 시각이었지만, 커디씨는 화상 인터뷰에 응해주셨고, 30분 가량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안창호의 외손자, 필립 안 커디의 분노</strong>

커디 씨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외손자입니다.

안창호 선생의 장녀인 안수산 씨의 아들로, 두 사람의 사진과 문서 등 역사 자료 1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커디 씨는 어머니 안수산 씨가 세상을 떠난 지난 2015년부터 이 사료들을 하버드대에 기증하려고 협의해 왔습니다.

커디 씨의 누나와 조카가 하버드대 동문인 인연도 있지만,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하버드대에 한국 독립운동의 역사 기록을 남기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램지어 교수의 논문과 이에 대한 하버드대 측의 소극적인 대응을 보며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경악스러울 뿐만 아니라, 이를 묵인하는 것은 세계적 권위의 대학이 취할 태도가 아니라는 겁니다.

특히 하버드대 배카우 총장이 ″램지어 교수가 논쟁적인 견해를 표현한 것도 ′학문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밝힌 것에는 분노했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거짓 선동을 퍼뜨리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며, 배카우 총장이 램지어 교수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지 않고 학문의 자유라는 장막 뒤에 숨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배카우 총장이 ″사회는 약자와 정의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판단된다″고 과거에 말한 바 있는데, 이와도 모순되는 매우 위선적인 태도라고 꼬집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안수산,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 군인</strong>

커디씨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은 그의 어머니인 안수산씨의 영향도 큽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3남2녀 중 셋째이자 맏딸인 안수산. 그는 미국 해군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군인이었습니다.

독립운동에 헌신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으며 자란 안씨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참전하자 일본과 싸우기 위해 1942년에 자원 입대했습니다.

성차별을 딛고 최초로 미 해군 포격술 장교로 임명됐는데, 아시아 여성 장교인 자신의 지시를 백인 조종사들이 거부하기도 해 거부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합니다.

1947년 아일랜드계 미국인 프랜시스 커디씨와 결혼한 그는 미 국가안전보장국에서 비밀정보 분석 요원으로 활동하기도 했고, 러시아 부서장으로 3백여 명의 요원을 지휘하기도 했습니다.

퇴직한 뒤에는 아버지의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하고자 미국 내 한인들의 권익을 위해 힘을 쏟았고, 2015년 10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계, 한국계 여성으로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딛고 자신의 길을 개척한 안수산 씨는 2006년 아시안 아메리칸 저스티스 센터(AAJC)가 수여하는 ‘아메리칸 커리지 어워드’를 수상했고, 2016년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하는 ‘이름 없는 여성 영웅’에도 포함됐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하버드대 기증 철회가 내가 할 수 있는 일″</strong>

독립운동가인 할아버지 도산 안창호 선생과 미국 아시아계 여성 영웅인 어머니 안수산 씨. 커디씨는 그들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하버드대 기증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움직임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