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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호
[외통방통] "엄청난 모험이었다"…손수레 밀고 北 탈출한 외교관
입력 | 2021-03-02 17:30 수정 | 2021-03-0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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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style=″font-family:none;″>[러시아 외교관, ′수레 탈북′은 ′엄청난 모험′이었다] </b>
최근 주북한 러시아 외교관 가족이 걸어서 국경을 넘는 영상이 화제가 됐습니다.
러시아 외무부가 공개한 영상인데 철로를 따라 수레를 밀면서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평양에서 근무했던 블라디슬라브 소로킨 3등 서기관과 그 가족 등 8명은 지난달 23일 러시아로 돌아가기 위해 대장정을 떠났습니다.
평양에서 32시간 동안 기차를 탄 뒤 버스로 갈아타고 다시 2시간을 이동했습니다.
마지막 약 1km 구간은 철로 위로 움직이는 수레를 밀고 국경을 넘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면서 러시아로 가는 기차나 비행기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접경국을 가는데 이틀이 꼬박 걸렸지만 소로킨 서기관의 반응은 생각보다 유쾌했습니다.
그는 주변인들에게 이번 여행길이 ′엄청난 모험′이었다면서 ′아이들을 위한 장대한 여정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초 북한은 소로킨 서기관에게 버스를 타고 중국을 경유해서 러시아로 갈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격리 기간을 따로 거쳐야 하는 등 방역 절차 부담에 결국 보도로 국경을 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러시아 외무부 ′불편한 기색′..동맹국의 이례적 비판] </b>
소로킨 서기관의 반응은 생각보다 유쾌했지만 러시아 외무부의 생각은 조금 달랐습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자국 외교관들의 험난한 대장정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공인된 외교관들이 이런 식으로 오가서는 안된다면서 소로킨 서기관의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특히 전염병으로 인해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닥쳤는데도 북한 당국자들이 정책을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도 비판했습니다.
동맹국인 러시아조차도 비판할 정도로 북한의 봉쇄정책은 대단히 완강합니다.
의료체계가 미비한 북한으로서는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방역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아직까지 코로나로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소식은 없지만 대신 생활고와 경제난이 심각한 상태에 빠졌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대북제재 때문에 원자재나 설비 등의 수입이 어려웠지만 식품이나 일반 상품의 수입은 중국을 통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길 조차도 막혔습니다.
이제 평양 시내에서는 옷이나 신발 같은 생활용품은 물론이고 설탕이나 식용유 등 기본적인 식재료도 구하기 어렵다는 전언이 들립니다.
지난주 세계식량계획 WFP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일시 중단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북한에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는데다 이미 들어가 있는 직원들의 발도 묶여서 지원활동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감시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였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김정은 위원장 기강잡기 나섰지만..없는 물건 솟아 나나?]</b>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당과 군 간부들의 기강잡기에 나섰습니다.
경제발전에 저해되는 모든 것들을 혁파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관영매체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자력갱생′을 위한 전 국민의 노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없는 물건을 노력만으로 솟아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국경을 열어야할텐데 코로나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입니다.
북한은 올해 상반기 중에 코로나19 백신 공동구매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99만 명 분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공급받을 예정입니다.
북한 인구가 2천 5백만 명임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물량이기도 하지만 공급이 시작된다고 할지라도 전력난이 심각한 북한에서 적절한 접종 체계를 갖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백신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냉장·냉동 시설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어쩔 수 없이 봉쇄를 상당 기간 지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당장 보릿고개를 맞이한 주민들로서는 난감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언젠가는 국경을 열어야만 하는데 방역과 생활고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북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