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임경아

다시 불붙은 망 사용료 논란‥'망 중립성 VS 무임승차' 이게 맞나요?

입력 | 2022-10-14 08:05   수정 | 2022-10-14 08:05
<b style=″font-family:none;″>다시 불붙은 망 사용료 논란… 망 중립성 VS 무임승차 ?</b>

′망 사용료 논란′이 ′다시′ 뜨겁습니다. 콘텐츠사업자(CP)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ISP) 사이 반복돼 온 해묵은 논란이 이번에는 여론전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CP의 대표격인 구글이 ′망 중립성′ 프레임을 들고 ′유튜버들이 나서 달라′고 호소하면서 여론이 기울자, 이번에는 ISP 측인 통신3사가 반격에 나섰습니다. ISP가 들고 나온 프레임은 ′역차별, 무임승차′ 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b style=″font-family:none;″>국회에서 시작한 논란… 장외로 확산</b>

논란 재점화 시발점은 국회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국외 CP 망 이용료 지급과 관련된 법안이 7건 계류 중입니다. 이른바 ′망 무임승차 방지법′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가 망 이용 대가를 부당하게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한 게 주요 내용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인데, ′망 이용 대가를 거부′ 한 곳은 현재 구글과 넷플릭스 둘입니다. 사실상 그 둘을 겨냥한 법안이지요.

여·야 모두 공감대가 형성된듯싶었습니다. 사실 기업 간 갈등이다 보니 일반 국민은 큰 관심이 없었지요. 그런데 구글이 유튜브를 통해 대대적인 법안 저지 운동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유튜버들은 입법 반대 주장이 담긴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유튜브 사이트에는 ′망 중립성을 지키자′는 서명 운동 링크가 노출되기 시작했고요. 결정타는 게임 전문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서 날렸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 한 망 사용료 부담을 간접적으로 앞세워 한국에서만 영상 화질을 다운시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게이머를 중심으로 법안 반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지요. 현재 입법 반대 서명운동에는 약 25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돌아선 여론… 화들짝 놀란 통신사</b>

여론이 돌아서자 국회 분위기도 달라졌습니다. ISP인 통신 3사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망 사용료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망 중립성과 망 사용료 지급은 다른 개념이고, 법안이 통과된다고 유튜버 수익이 주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구글과 넷플릭스가 ′공포 마케팅′으로 여론을 호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기자 간담회에서는 ″(네티즌들이)이런 내용을 다 알고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나왔지요. 통신사들은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국내 CP는 이미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 ′역차별′을 강조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이 틈을 타 비용 전가?′ 글로벌 CP 꼼수</b>

자, 여기까지가 현재 벌어지는 일입니다.

괘씸죄를 따지자면 1순위는 글로벌 CP 입니다. 인터넷망 연결 때 어떤 형태로든 ′인터넷 접속료′ 내지 ′중개 접속료′를 내는 건 시장에서 벌어지는 보통의 작동 방식입니다. 업계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일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망 중립성′이라는 대원칙을 앞세워 여론을 ′호도′하는 측면이, 분명 있어 보입니다.

아마존의 자회사 트위치는 구글이나 넷플릭스와 달리, 이미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용자 규모로 볼 때 법 적용 대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지요. ′망 사용료 부담′을 앞세워 이런저런 수익성 테스트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법안 통과도 되기 전, 법안이 통과되면 ′이런 일이 벌어질 거야′라고 공포를 유발하며 국내 이용자들을 볼모로 잡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b style=″font-family:none;″>돌아서지 않는 여론… 왜?</b>

그럼에도, 여론이 쉽게 통신사들 편에 서지 않는 건, 비단 ′잘못된 정보′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통신 3사 합산 영업이익은 1조 1,788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년 동기 10% 늘어난 수치입니다. 5G 가입자 증가, 신사업 확대 등으로 수익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용자인 국민이 느끼는 만족도는 그만큼 높아졌을까요? 그건 아닌 듯합니다.

통신사들이 내놓은 ′중간요금제′에 소비자 다수가 요금이 비싼 반면 데이터 제공량은 부족하다고 느낀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통신사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고, 개인이 내는 비용 부담도 큰데, 굳이 통신사 이익 문제인 ′망 사용료′에 손을 들어줄 필요가 있느냐′는 감정이, 곳곳에서 엿보입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에 흥미로운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망 사용료 누가 문제냐′를 묻는 글이었지요. 6천6백 명이 넘게 참여했는데 81%가 통신사가 문제라고 답했고, CP가 문제라고 답한 응답자는 19%에 불과했습니다.

댓글을 몇 개 볼까요. ′5G 망 깐다고 한지가 언제인데 아직 깔지도 못하고 세금 받아서 뭐하냐′, ′CP랑 직접 계약하면 되지 왜 법으로 강제화하느냐′에 ′업보′라는 글까지 나왔습니다.

통신 3사 항변처럼 ′잘못된 정보′로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CP가 망 사용료를 낸다고 인터넷 사용자들의 직접적인 효용이 보장되는 게 아닌 이 싸움에서, 사용자들이 나서 통신사들과 같은 목소리를 낼 이유도 없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b style=″font-family:none;″>협상은, 진행 중입니다.</b>

자, 결론입니다.

사실 ′망 사용료 논란′ 자체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SKB) 사이 1심 재판에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됐습니다. 판결 내용을 줄이면 이렇습니다. (2021.6.25, 서울 중앙지법)

- 넷플릭스는 SKB로부터 인터넷망에 대한 연결이라는 유상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
+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 넷플릭스가 주장하는 ′망 중립성′은 관련 없는 내용이다.
- 현재 협상 중이고 계약자유의 원칙상 당사자 간 협상에 맡겨야 할 문제이다.

이 외에도 넷플릭스가 미국에서는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는데, 콘텐츠 전송, 비용 지급 구조를 보면 현재 SKB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는 등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법원이 망 사용 금액까지 산정해주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내는 게 맞아 보이니, 당사자끼리 잘 협상하라′는 것입니다. 이후 넷플릭스 항소로 현재 2심이 진행 중입니다. 아마도 넷플릭스와 SKB 사이 물밑협상도 진행 중인 걸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논란을 틈타 자사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지속적인 감시와 견제도 필요하겠습니다. 다만, 이미 1심 판결까지 나온 사안인데다, 통신 3사의 이익을 위해 국회에서 법까지 만들어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