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27 16:01 수정 | 2022-12-27 21:25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고용 대책은 ′체험형 인턴′></strong>
26일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계획안′ 최종안을 확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구조조정 방안을 함께 발표했는데요. 한전, LH, 도로공사 등 350개 기관의 현재 정원이 44만 9천 명인데, 이 중에서 1만 2천여 명을 3년 안에 줄이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비율로 따지면 2.8% 감축인데요. 기획재정부는 인건비 7천6백억 원을 아낄 수 있을 걸로 추정했습니다.
그럼 1만 2천 명 넘는 정원을 어떻게 줄이겠다는 걸까요? 직원들을 해고하겠다는 건 아니고, 퇴직·이직 같은 ′자연감소′를 활용한다는 계획입니다. 대신 이렇게 되면, 신규 채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신입사원을 안 받아야 퇴직·이직하는 직원의 숫자만큼 인력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이 때문에 내년 공공기관 취업문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공기관 정원 감축의 불똥이 취준생들에게 튀는 것이죠.
브리핑에서는 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당연히 나왔는데요. 최상대 기재부 1차관은 ″일단은 신규 채용의 축소를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최소화할지는 여전히 모호했는데요. 대신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공공기관에서 하고 있는 여러 체험형 청년 인턴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올해 1만 9천 명보다 2천 명 더 늘어난 2만 1천 명 정도로 확대하는 쪽으로 공공기관하고 협업할 예정″이라는 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체험형 인턴,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strong>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은 말 그대로 ′체험′을 하는 자리입니다. 평가에 따라 신규채용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인턴 기간이 끝나면 다시 새 일자리를 구해야 합니다. 이 점이 ′채용형 인턴′과는 다릅니다. 하지만 인턴 기간에는 통계상으로 ′취업자′로 분류됩니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이 ′체험형 인턴′만 늘리는 것에 이미 비판이 이어져 왔습니다. 1년 전, 한 정치인의 비판입니다.
″정부가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보단 고용통계 수치가 잘 나오게 하는 분식용 단기 일자리 창출에만 관심이 있다.″ ″공공기관을 알바 체험판으로 동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 발언의 당사자, 바로 이번 공공기관 혁신 계획안을 지휘한 추경호 경제부총리입니다. 당시 야당(국민의힘) 의원 신분이었던 추 부총리는 한 언론을 통해 이처럼 강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21.10.28 <중앙일보>)
그러면서 2019년부터 공공기관의 신규채용 인원은 계속 감소하는데, 체험형 인턴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기재부의 통계 자료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자료를 보면,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의 규모는 2017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1년엔 2만 221명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내년엔 이보다도 1천 명이 더 많은 2만 1천 명 수준까지 규모를 끌어올린다는 게 정부 이번 계획입니다. 계획대로 된다면 이 ′알바 체험판′ 일자리는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거라는 뜻입니다. 경제 수장의 인식이 1년 사이에 바뀐 것인지 궁금증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체험형 인턴′은 결국 고육지책?></strong>
윤석열 정부 일자리 정책은 잘 알려졌다시피 민간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하겠다는 겁니다.
최상대 기재부 1차관도 공공기관 혁신계획안 브리핑에서 ″새 정부의 일자리정책은 민간부문에 대한 규제 완화 그리고 여러 가지 경제활력, 기업활동을 돕는 것을 통해 최대한 민간 쪽에서 좋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겁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각각 9만 명과 8만 명입니다. 올해 증가폭을 약 81만 명으로 예상하니까 내년엔 올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는 말입니다. 이미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은 지난 10월부터 석 달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내년에도 세계 경제가 위축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엔 2.5%로 내놨다가 최근 1.6%로 확 낮췄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도 내년 고용 한파를 어느 정도는 예견하고 있습니다.
결국, 내년에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게 분명하지만, 정책 기조상 공공 부문 일자리를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는 게 정부의 고민일 겁니다. 그래서 공공기관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지적이 나왔을 때, 공공기관의 인력 규모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취업자 수는 늘릴 수 있는 ′체험형 인턴 확대′라는 방안을 그나마 답으로 내놓았던 것 아닐까 추측합니다.
정부는 지난 22일 ′일자리 TF′를 발족했습니다. 내년 1월에 민간·지역 중심 일자리 창출, 고용 취약계층 노동시장 진입 촉진을 위한 ′고용정책 기본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인데요. 이때는 ′체험형 인턴 확대′보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 포함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