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1-17 10:40 수정 | 2022-11-17 11:11
지난 9일 입법 예고된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령 안을 두고 정치권에선 야권의 비판이 거셌습니다.
제출된 개정령안을 보면, ′처장은 경호구역에서 경호 활동을 수행하는 군·경찰 등 관계 기관 공무원 등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경호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권한을 행사하려는 것이 입법 목적이라고 하지만, 야권은 경호처가 군대와 경찰력에 대한 지휘권을 갖는 건 대한민국 건국이래 처음있는 일이라며, 군사정권에도 없었던 짓을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이라고 작심비판했습니다.
시행령 개정은 법이 아니어서 입법권을 지닌 국회를 통과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로 구성된 국무회의만 통과하면 효력이 생기는 겁니다. 경호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라지만 윤 대통령이 경호처의 ′군경 지휘권′에 힘을 실어주면 야권에선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인데요.
현재는 경호차장의 직접 지휘권이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 경호 업무를 군과 경찰이 지원하는 형식이어서, 경호처가 군과 경찰의 지휘계통을 거쳐 협조를 얻곤 하지만, 시행령 개정이 효력을 지니게 되면 경호처장의 권한은 그야말로 막강해지게 됩니다. 경호처 소속인력 7백여 명과 22경찰경호대, 101경비단, 202경비단 등 경찰 인력이 1천3백여 명, 군도 55경비단, 33군사경찰경호대 1천여 명, 모두 합해 3천명의 경호처 직원과 군, 경찰을 경호처장이 직접 지휘하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경찰과 군은 경호처장의 ′지휘 감독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상 반기를 들었습니다.
먼저 경찰부터 보면, 대통령실 경호처의 시행령 개정안이 헌법과 정부조직법과 배치될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헌법 제96조에 보면 ′행정각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고 나와 있고, 정부조직법 제2조1항에도 ′중앙행정기관의 설치와 직무범위는 법률로 정한다′고 나와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에는 없었던 ′경호처의 군경 지휘·감독권′을 추가했고 이는 명백한 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경찰은 이어 경호처장이 군경에 대해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경호처가 자신들을 대등한 기관이 아닌 지휘계통에 속하는 하급기관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지금은 ′협조′를 구하지만 시행령이 처리되면 ′지시′를 하게 바뀐다는 거죠. 이어 경호처 지휘를 받을 경우 경찰이 대통령실 경비 업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지휘체계 등에 혼선이 생길 우려도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대통령실 주변, 그러니까 경호구역에 배치된 경찰관은 긴급상황 발생시 제지나 안전조치, 현행범 체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 만큼 지휘·감독규정은 불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안 관련 경찰청 검토의견을 달라는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의 질의에 경찰청은 위에 열거된 4가지 이유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한 겁니다. 경찰청은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가 아닌 ′필요한 사항을 관계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정할 수 있다′가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부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방부도 마찬가집니다.
′국군조직법상 국군을 지휘·감독하는 권한은 대통령, 국방부장관, 합동참모의장, 각 군 참모총장 및 그 권한을 위임받은 소속부서의 장에게 있다′며, 경호처장은 국군조직법상 국군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다만 효율적인 경호를 위해 경호처장이 경호구역에서 경호활동을 하는 군·경찰 등에 대한 현장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가 아닌 ′관계기관 공무원에 대한 현장 지휘를 할 수 있다′라고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경찰과 군 모두 대통령실 경호처의 ′지휘·감독권′ 추진은 명백히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위배된다는 우려를 표한 겁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를 두고 상당히 의외라는 반응입니다. 정부 결정을 곧잘 수용하는 군과 경찰이 헌법 배치 행위라며 반발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입니다. 적어도 대통령실이 군경과 협의를 거쳤을 것이고, 내부 조율을 마친 뒤 최종 시행령을 내놨다면 이렇게 반발할 리는 없다는 겁니다. 민주당에선 이번에 입법 예고된 문제의 대통령경호법 시행령이 군경과의 이견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고, 때문에 군경 내부 반발이 쌓이면서 이런 상황이 나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경호법 제정 이래 군사독재 시절 포함해 역사상 한 차례도 시행된 전례가 없다. 참 무모하다″며, ″시행령 개정은 헌법 82조 문서주의위반, 경호처장 협조주의 위반, 11호 16호 명시된 지휘규정도 위반하는 엉터리 그 자체 시행령이다″라고 규정했는데요.
전용기 의원 역시″이건 명백한 헌법 위배 행위다. 오죽하면 경찰과 군조차 반대하고 나섰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잘못을 시인하고 군사정권 시대의 막강한 경호처로 회귀하려는 시행령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경호처의 권한 강화 논란이 제기된 이번 시행령은 다음 달 19일까지인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시행될 예정입니다.
다만 위에서 말씀드렸지만, 시행령은 국회 입법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개정령안은 다음 달 19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시행될 예정인데요, 김종철 대통령 경호처 차장은 ″권한 강화라는 이런 것들은 오해라고 보면 되겠다″며, ″지휘·감독을 다 하는 것도 아니고 매우 제한적인 경호 활동에 대해서만 시행할 것″이라며 야권을 중심으로 거세지는 우려에 대해 반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