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김현경
핼러윈을 앞두 토요일인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도로는 말 그대로 아비규환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호주인 네이슨씨는 ″밤 10시쯤 해밀톤호텔 옆 좁은 골목길을 지나던 누군가가 넘어졌고,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차례로 넘어져 겹겹이 쌓였다″며 ″바로 옆에 클럽에 사람들이 몸을 피하려 했지만 주인이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한 20대 여성은 ″해밀톤호텔 근처에서 친구와 헤어진 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소방관과 경찰들이 현장 접근을 못 하게 해 생사도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바로 눈앞에서 사고를 목격하거나 도로에서 수십 명이 CPR을 받는 모습을 본 시민들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발걸음도 떼지 못했습니다.
직장인 29살 오모 씨는 ″태어나서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사람들이 옷을 반쯤 벗은 채 길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누워 있었고 여러 명이 들러붙어 CPR을 하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습니다.
30살 이모 씨는 ″밤 9시쯤 해밀톤호텔 뒷골목을 지나다가 인파에 밀려나 죽을 뻔했다″며 ″사고가 발생한 직후에도 통제가 안 돼 환자들을 사람들이 지켜보기만 했다″고 전했습니다.
긴급 출동한 소방관들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도로 바닥에 가득히 쓰러진 사람들을 하나씩 맡아 사활을 다해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그 주변으로 구조대원과 경찰이 무전기 송수신을 하며 긴박하게 움직였습니다.
소방관과 경찰뿐 아니라 환자의 친구와 시민까지 의식을 잃은 사람들의 가슴을 압박하고 팔다리를 주무르며 멎은 숨을 돌아오게 하려 안간힘을 쏟았습니다.
모포나 옷가지 등으로 얼굴까지 덮인 사람들도 있었다.
이를 본 시민들은 눈물을 짓기도 했고, 일부 시민은 친구나 일행으로 보이는 환자의 손을 붙들고 울부짖었습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과 울음,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에 거리로 흘러나오는 빠른 음악 소리가 뒤섞였습니다.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은 이태원로 인근에서 소리를 지르며 지휘봉으로 시민들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지만 인파가 너무 몰려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몇몇 외국인 남성은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며 ″우리 집이 저긴데 왜 못 지나가게 하는 것이냐″며 소리를 지르다가 경찰에 의해 제지됐습니다.
주변 상인들은 낮부터 사람이 몰리기 시작해 밤이 되면서 적어도 수만명의 인파가 좁은 이태원 일대 도로를 메웠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