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12-03 09:32 수정 | 2022-12-03 09:32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법정에서 공개된 문자</strong>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일당 사이에 ′주식을 팔라′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된 직후, 김건희 여사가 증권사 영업점에 전화로 실제 매도 주문을 넣은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습니다.
어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심리로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재판에서, 검찰은 최근 해외에서 자진 귀국해 구속된 투자자문사 임원 민 모 씨를 증인 신문하며 이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와 김건희 여사 주식 거래 기록을 제시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매도하라하셈″ 조작 지시에 움직인 김건희 계좌</strong>
검찰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 띄우기가 진행되던 지난 2010년 11월 1일 주가조작 선수인 전직 증권사 직원 김모 씨는 민씨에게 ″12시에 3천3백에 8만 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민 씨는 ″준비시킬게요″라고 즉각 답을 합니다.
이어 김 씨는 ″매도하라 하셈″이라고 다시 문자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로부터 7초 뒤, 김 씨 지시대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가 3천3백 원에 매도됩니다.
출처는 김건희 여사 명의의 대신증권 계좌였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검찰 ″김건희 직접 영업점에 전화해서 거래″</strong>
검찰은 재판에서 ″이때 당시에 영업점 단말로 김 여사가 직접 직원에게 전화해서 거래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건 ″누군가가 김 여사에게 전화에서 팔라고 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가 매도 지시를 전달한 건지 민 씨를 추궁했습니다.
매도 물량은 민 씨 명의 계좌 등 일당들이 관리하는 계좌를 통해 대부분 소진됐습니다. 그래서 검찰은 이른바 통정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통정거래는 주가조작에 가담한 이들끼리 조금씩 가격을 높여가며 약속된 가격대로 대량으로 주식을 사고 팔면서, 정상적인 주가 상승인 것처럼 개미 투자자들을 속이는 수법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파일명 ′김건희′‥하나 같이 ″모르는 내용″</strong>
민 씨는 지난 8월 재판에서 공개된 ′김건희 엑셀 파일′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지목되기도 했습니다. 엑셀 파일엔 2011년 1월13일을 기준으로, 김건희 여사 명의 계좌 인출액과 잔액, 현금 26억여원, 매각 주식 수량 등이 정리돼 있었습니다. 여기에 적힌 건 앞서 쓰인 대신증권 계좌가 아닌 미래에셋 증권(옛 대우증권)과 토러스투자증권의 계좌입니다.
주가 조작에 관여한 민 씨의 회사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 경리의 컴퓨터에서 발견됐습니다. 파일의 제목과 내용을 볼 때, 김 여사의 미래에셋 증권 계좌를 직접 관리하면서 불법 거래에 활용한 증거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어 해외 도피했던 민 씨의 신병이 확보된 만큼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거란 기대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민 씨는 앞서 다른 관계자들처럼 검찰과 재판부의 추궁에도 ′처음 본다′거나 ′모르는 내용′이라고 발뺌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2012년에도 김건희 계좌로 주가 조작</strong>
검찰은 또 이때로부터 1년여가 지난 2012년 8월의 문자도 제시했습니다. 이번엔 주가조작 선수 김씨가 사건 관련자 권모씨로부터 받은 문자입니다.
″주변에서 내일 살거다″
이튿날 이번에도 문자 내용대로 김건희 여사의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1만주를 매수합니다. 검찰은 이시기를 포함한 2012년 12월까지 주가조작 시도가 계속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김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윤석열 캠프는 2010년 넉달 정도 주가조작 일당인 지 모르고 계좌를 맡겼지만, 손실만 봐서 돈을 돌려받고 절연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적어도 이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이 드러난 셈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검찰,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 밝힐까</strong>
단순히 계좌만 동원된 것일까요? 아니면 주가조작의 공범인 것일까요?
지금껏 법정에 제시된 자료와 진술만으로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일당의 범행을 사전에 알고 적극 가담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계좌주들처럼 계좌 명의만 동원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법정에선 김 여사로부터 15억 원을 투자받은 적 있다는 주가 조작 피고인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단순 투자금인지 흔히 말하는 ′쩐주′의 역할인지, 최소한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수사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지난해 말 검찰은 도이치 주가조작 일당을 기소하면서, ′국민적 의혹이 있는 주요 인물′에 대해선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는 사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일당들에 대한 1심 재판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심리를 맡은 재판부는 이번달 16일 검찰의 구형과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을 듣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대로 1심 판단이 나오면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까요?
답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