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권희진
미국이 서서히 발을 빼고 있는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0일에서 14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오만·바레인 등 걸프협력회의 4개 회원국과 터키, 이란 등 모두 6개국 외교장관과 장쑤성 우시에서 잇달아 만났습니다.
왕이 부장은 6개국 외교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이 세상에는 어떤 민주주의도 태생적으로 우월하지 않다″며 ″중국과 중동 국가는 각자의 길을 굳건히 걸어가고, 서로 다른 문명 간의 평등한 교류를 옹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지역 안보에 대한 걸프 지역 국가의 합리적인 우려를 이해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를 위해 걸프 지역에 다자간 대화 플랫폼의 구축을 특별히 제안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지역 국가의 관심에 대응해 지역 집단안보 구축을 위한 공통 인식을 모으고 조건을 축적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그동안 미국의 중동 개입을 비판하면서 미국의 ′안보 우산′을 배제한 중동국가 간의 집단안보 메커니즘 구축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작년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계기로 미국의 관심이 중동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중동 권위주의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과 패권경쟁에 대비하려는 걸프 지역 수니파 왕정들은 러시아, 중국 등 이른바 ′반미 진영′ 강대국과 경제뿐 아니라 안보, 군사,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며 대미 의존도를 낮추고 있습니다.
왕이 부장은 지난 14일 걸프지역과 함께 중동 지역의 다른 한 축인 이란의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외교장관과도 만나 이란 핵 합의 복원을 위한 미국의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