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4-20 15:06 수정 | 2022-04-20 15:07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20대 엄마도, 10대 아들도‥장기밀매 성행하는 아프가니스탄</strong>
아프가니스탄에서 다섯 아이를 키우는 20대 후반의 나자닌은 최근 지독한 가난 탓에 신장을 팔았습니다.
나자닌의 가족은 지난해 코로나19에 걸려 병원비와 아버지 장례비 등으로 1천 달러, 우리 돈 123만 원의 빚을 졌습니다.
나자닌이 온종일 이웃의 빨래를 하며 손에 쥐는 돈은 고작 1달러.
가족 생계비도 빠듯한 상황에서 1백만 원이 넘는 빚을 갚을 방법은 장기 매매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영양실조 상태인 나자닌은 수술 이후 계속 심한 현기증과 구역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주의 판자촌에 사는 모하맛 부부는 10대 아들의 장기까지 팔았습니다.
모하맛은 신장 결석, 아내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데, 식량과 약을 사려고 많은 빚을 졌습니다.
채권자들은 모하맛의 두 살배기 아이를 납치했다 돌려주면서 ″또 방문할 때까지 돈을 갚지 않으면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계속된 채권자들의 압박에 이들 가족은 장기 매매를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폐품을 수집해 하루 3달러를 버는 장남은 계속 일을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15살 차남이 신장을 팔게 됐습니다.
모하맛은 ″결정을 내린 날 밤, 정말 많이 울었다. 그건 마지막 선택이었다″며 ″세상 어떤 아버지도 아들의 신장을 팔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모하맛은 아들의 신장 구매자로부터 4천500달러, 우리 돈 555만 원을 받아 빚을 갚았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탈레반 재집권 아프간 ′경제 나락′‥시내 곳곳에 신장 매매 광고</strong>
아프가니스탄은 수십 년간 전쟁으로 정부 재정 자립 능력이 사실상 고갈된 상태였는데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경제가 나락에 빠지면서 가난한 시민들이 장기밀매까지 내몰리고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현지 톨로뉴스 등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시에서 신장을 돈 받고 파는 장기밀매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시내 벽과 가로등에는 신장 매매 광고지가 붙어 있고 중개인들이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명함을 배포하는 등 활개치고 있습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신장 하나를 팔고 남은 하나로 살아 `신장 하나 마을`이라 불리는 곳까지 생겨났습니다.
헤라트시의 병원 2곳에는 전국에서 신장 이식을 받으러 온 환자들이 줄을 서는데, 매달 20건 안팎의 신장이식 수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최근 6개월 동안 신장 이식 수술 요청이 급격히 늘었다″며 ″현재 입원 환자 13명 가운데 12명이 다른 지역에서 왔다″고 말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도 다른 나라들처럼 장기밀매가 불법입니다.
하지만 보건 당국 공무원들과 병원 관계자 모두 장기밀매를 눈감아 주는 상황입니다.
병원 관계자는 장기밀매에 병원은 관여하지 않고 이식 수술비로 570만 원, 약물 치료비로 186만 원을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탈레반도 경제난에 따른 장기밀매 상황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헤라트의 신장 거래 뒤에는 국제 밀매업자들이 있다″며 ″우리 국민은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에 국제사회가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유엔은 최근 아프간 인구 4천만 명 중 58%인 2천300만 명이 ′극심한 기아′에 직면해 있다고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