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2011년 미국 정부는 파키스탄에서 빈 라덴을 사살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을 통해 본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2011년 5월 1일, 미국 백악관 회의실.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 등이 파키스탄 현지에서 전송하는 ‘넵튠의 창 작전’ 실시간 영상을 보고 있습니다.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대원 20여 명이 블랙호크 헬기에서 내려 대형 저택을 기습하는 순간입니다. 그때 갑자기 이런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제로니모 신원 확인..제로니모 이케이아이에이(EKIA)”
‘제로니모’는 빈 라덴의 코드명이고, EKIA(Enemy Killed in action)는 ‘작전 중 적 사살’이라는 뜻입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몇 년간의 정보 수집과 몇 달간의 계획이 절정에 이른 순간이었다.”
<b style=″font-family:none;″><빈 라덴 때는 특수부대 투입></b>
미국은 같은 대테러 작전을 하면서도, 알자와히리에겐 드론 공습, 빈 라덴에겐 특수부대 투입이라는 다른 방식을 썼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2011년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국가안보실·CIA·합동참모본부 등 참모진은 빈 라덴을 잡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검토합니다.
●은신처 미사일 공습
●네이비실팀을 투입하는 특수작전.
참모진 내부에서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최종 결정은 대통령 몫이었습니다.
오바마는 이런 이유로 특수작전을 선택했습니다.
“미사일 공격을 세부적으로 검토했더니 무시할 수 없는 단점들이 드러났다. 우리가 저택을 파괴하면 빈라덴이 거기 있었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겠는가? (중략). 게다가 아보타바드 저택에는 성인 남성 네 명과 더불어 여성 다섯 명과 아동 스무 명이 산다고 추정되었다. 타격을 실행하면 1차 시도에서 저택뿐 아니라 인근 주택 여러 채가 초토화될 것이 분명했다” (오바마 회고록 <약속의 땅> 중에서)
빈 라덴 신원 확인 필요성과 무고한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 특수부대 투입, 다시 말해 미군이 희생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선택을 했다는 겁니다.
여기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빈 라덴의 신원 확인을 거듭 강조하는데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작전을 승인할 때까지도 표적이 빈 라덴이라는 걸 100% 확인하지 못했으니까요. CIA는 표적이 빈 라덴일 확률을 60~80%로 평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네이비실이 공격 때 “제로니모 신원 확인”이 필요했던 거죠.
CIA는 작전 전에는 빈 라덴을 ‘보행자’라고 불렀고, 작전 실행 후에 자체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로 확인했다고 합니다. 빈 라덴을 보행자라고 부른 이유는 “담장 안의 작은 정원에서 정기적으로 원을 그리며 걷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알자와히리는 드론·미사일로 공습></b>
알자와히리는 아침 일찍 은신처 발코니에서 독서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빈 라덴처럼 ‘패턴’이 있었던 거죠. CIA가 이를 포착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전은 달랐습니다. 알자와히리에겐 미사일을 썼죠.
외신들은 이 미사일을 ‘헬파이어’(공대지 대전차용)의 개량형인 ‘R9X’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탄두에 폭약이 없고, 타격 직전 칼날 6개가 펼쳐지는 무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정밀 레이저 유도가 가능해서 애먼 사상자를 최소화할 수 있고요. 별명이 ‘닌자 미사일’이라고 합니다. 이번 작전 때 다른 사상자가 없고, 알자와히리 은신처가 크게 파괴되지 않은 점도 닌자 미사일 추정을 뒷받침합니다.
이 미사일은 오바마 행정부 때 개발에 착수했고, 2017년에 자동차에 타고 있던 알카에다 핵심 간부를 정확하게 사살하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