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4-28 09:56 수정 | 2023-04-28 09:56
최근 경제계 소식 중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단연 화두입니다. 많은 언론이 ‘사상 최악’ ‘반도체 적자 쇼크’ 같은 제목으로 기사를 썼습니다. 삼성은 반도체 부문에서 약 4조 6천억 원 적자, SK하이닉스는 3조 4천억 원이 넘습니다. 세계적인 메모리 업계 불황이 적자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삼성 반도체가 분기 적자를 낸 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그때 적자 규모는 2008년 4분기 6천9백억, 2009년 1분기 7천1백억 원 정도였습니다.
<div class=″ab_sub_heading″ style=″position:relative;margin-top:17px;padding-top:15px;padding-bottom:14px;border-top:1px solid #444446;border-bottom:1px solid #ebebeb;color:#3e3e40;font-size:20px;line-height:1.5;″><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 ″삼성·SK하이닉스, 미국 대신 중국에 반도체 팔지 말라″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div></div>
삼성과 SK에 달갑지 않은 소식은 또 있습니다.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의 지난 23일 기사 내용이 그것입니다. 기사 제목은 이렇습니다.
″만일 중국이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한다면, 한국이 중국의 부족분을 채우지 않도록 백악관이 한국에 촉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기사에 따르면, 중국 사이버정보판공실(CAC)이 이달에 미국 마이크론에 대한 안보 심사에 착수했고, 미국은 이번 조사가 바이든 대통령의 중국 반도체 규제에 대한 보복이라고 믿고 있으며, 과연 중국이 미국의 주요 기업에 경제적 강압 조치를 할 수 있느냐는 최초의 시험대가 마이크론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중국이 만일 마이크론을 제재하면,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중국에 대신 반도체를 판매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미국이 한국에 요청했다는 겁니다.
마이크론은 삼성·SK하이닉스와 함께 세계 메모리 반도체 D램 시장에서 3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만일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판매 금지 조치를 당한다면, 중국 기업은 삼성이나 SK하이닉스에 대체 물량을 주문할 수 있고, 미국은 이를 원천봉쇄하려는 겁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이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동맹국의 기업에 동참을 요구한 것은 알려진 사례로는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 기사는 로이터 통신이 당일 인용 보도하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div class=″ab_sub_heading″ style=″position:relative;margin-top:17px;padding-top:15px;padding-bottom:14px;border-top:1px solid #444446;border-bottom:1px solid #ebebeb;color:#3e3e40;font-size:20px;line-height:1.5;″><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 미·중 갈등은 기업에 어떤 피해를 주나?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div></div>
마이크론 사례는 중국이 아직 결정을 내린 건 아니지만, 미·중 갈등 와중에 기업들이 어떤 위험에 노출되는지를 여실히 보여 줍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매출액 308억 달러(약 41조 3천억 원) 가운데 25%를 중국에서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큰 시장이 국가 간 갈등에 휘말리면서 불안에 휩싸였습니다.
중국 기업들도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 YMTC를 수출통제 명단, 즉 블랙리스트에 올렸습니다. 백악관이 ‘국가 챔피언’이라고 부른 기업입니다. YMTC는 중국산 장비로 첨단 반도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자 여기에 맞서 돌파구를 만들려는 거죠. 미국은 이걸 다시 제재하려는 거고요.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겪으면서 상호의존을 깨고 탈동조화 또는 결별 수순을 밟는다면 누가 더 큰 피해를 입을까?
미국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분석은 이렇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무역 관계가 끊어진다면, 미국 기업은 수익과 중요 공급처 접근 측면에서 중국 기업보다 더 큰 손실을 입을 것이다.″ (BCG 2020년 10월 자료. <미국과 중국이 진짜 탈동조화하면 무엇이 위태로울까> 중에서)
BCG는 미국과 중국의 16개 산업 부문에 대한 수요 위험과 공급망 위험을 분석해서 이런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O 수요 리스크 :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직접 판매한 매출이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기록한 것보다 3배(2019년 기준 약 4천100억 달러) 많다. 미국은 중국에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자동차와 부품, 항공기 등을 팔았다. 중국은 미국에 소비자 전자제품, 기계, 기업용 전자 장비 등을 판매했다.
O 공급망 리스크 : 미국은 소비자 전자 제품, 기업 전자 장비, 통신 장비 등에서 수입 대체가 어렵다. 중국은 반도체에서 가장 심각한 공급 위험이 있다. 중국은 가전, 통신 장비, 컴퓨터 하드웨어 부문에서 미국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구축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린 거래 관계를 해체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고 미국과 중국 기업 모두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분석했습니다.
<div class=″ab_sub_heading″ style=″position:relative;margin-top:17px;padding-top:15px;padding-bottom:14px;border-top:1px solid #444446;border-bottom:1px solid #ebebeb;color:#3e3e40;font-size:20px;line-height:1.5;″><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 한국 기업에 불똥 튀는데‥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div></div>
이번 한미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자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한 질문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LA타임스 기자 : ″중국 내 반도체 증산에 대한 규제가 한국 기업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에 도움을 얻기 위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핵심 동맹국에 피해를 주는 건가요?″
바이든 대통령 : ″반도체법을 통해서 제조업을 성장시키려 하고 있고, 장기적으로 수십억 달러를 반도체에 투자할 것입니다. 많은 경제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고 누구도 다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투자를 통해서 한국에서도 일자리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삼성, SK도 미국 내 투자를 통해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고 한국에서도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 윈-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관한 논의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내용인지, 또 후속 실무회담에서 어떤 논의가 있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에 공장이 있는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규제가 발등의 불입니다. 유예 시한이 오는 10월 끝나기 때문이죠. 제조 장비가 없으면 반도체도 없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한 내용도 상황 전개에 따라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만일 중국 당국이 마이크론에 대해 판매 금지 제재를 하면, 한국 기업들은 난감한 입장이 됩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국가 안보 문제가 경제 논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예견은 이제 눈에 보이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 중국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리는 게 국익을 위한 상책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앞장서고 의회가 받쳐주는 형국입니다.
반도체=경제=안보라는 삼단 등식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기업이 팀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윈-윈이 될 거라고 하지만, 미국의 선의에만 기댈 수는 없습니다. ″국가 간에 진정한 후의를 기대하거나 예측하는 일보다 더 큰 잘못은 없습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이 1796년 고별사에서 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