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장관을 수행하는 군사보좌관이 채상병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사령관에게 수사 의뢰 대상을 줄일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중앙군사법원에 제출된 기록에 따르면,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의 군사보좌관이던 박진희 육군 준장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지난 8월 1일 낮 12시6분 문자를 보냈습니다.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주십시오″라는 내용입니다.
앞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틀 전인 7월 30일 오후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명시해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했고 이 장관까지 서명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이틀이 지난 뒤 장관의 최측근인 군사보좌관이, 확실한 혐의자만 경찰에 넘기라며 사실상 수사대상을 줄여줄 것을 요청한 것입니다.
박 보좌관이 수사의뢰 대신 징계를 검토해달라고 한 ′지휘책임 관련 인원′은 임성근 사단장 등 상급자를 지칭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국방부는 ′누구는 넣고 누구는 빼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는데, 이와 배치되는 취지의 문자가 확인된 것입니다.
이 같은 박 보좌관의 문자에 대해 김 사령관은 ″지금 단계에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며 ″나도 부하들 전부 살리고 싶은데 아쉽습니다″라고 답해, 이때까지만 해도 수용하지는 않았습니다.
박 보좌관은 이 문자를 보내기 앞서 오전 10시 20분에는 ″수사단장은 법무관리관 개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는 메시지도 김 사령관에게 보냈습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말이 박정훈 수사단장에게 통하지 않자, 장관의 최측근이자 현역 군인인 군사보좌관이 해병대사령관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입니다.
박 보좌관은 수사 결과를 경찰에 넘기는 걸 미뤄야할 것 같다는 취지의 문자와 함께 추가로 최종보고가 필요하다는 이첩 연기의 명분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 보좌관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을 사령관님에게 이야기한 것이고 장관님께서 말씀하신 건 전혀 없다″며 ″민간의 변사사건 처리를 보면 어떤 건 수사 의뢰하는 것도 있고, 비위사실 통보라고 해서 징계만 하는 경우도 있어 그런 걸 참고해 물어봤다″고 말했습니다.
박 보좌관은 이달 초 단행된 하반기 장성 인사에서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 56사단장으로 부임했고, 김계관 사령관은 유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