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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차량에 15m 날아가 숨졌는데‥"징역 3년이라고요?"

입력 | 2023-04-09 09:03   수정 | 2023-04-0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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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쨍쨍 내리쬐는 대낮.

꽉 막힌 도로를 지나가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한 장면이 찍혔습니다.

60대 여성 보행자가 교통섬을 지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승합차가 달려든 겁니다.

화면에서 사라진 여성은 15미터 넘게 날아갔고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지난해 6월 대구 달서구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건입니다.

가해 운전자는 60대 남성으로, 혈중알코올농도는 0.156%에 달했습니다.

자신이 운전을 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였으며, 이미 두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변을 당한 여성은 나흘간 손주들을 봐주고 돌아가던 길이었습니다.

[피해자 둘째 딸/유족]
″구급대원들이 얘기하시기를 엄마가 순간적으로 그렇게 되면서 그 끝에 되게 멀리쯤에 지하철 내려가는 데가 있거든요. 거기까지 날아가신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가해자는 사과는커녕 연락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재판이 시작되자 가해자의 친척이 나타나 합의하자는 얘기를 꺼냈다고 합니다.

[피해자 둘째 딸/유족]
″미안하다 근데 저희가 어떻게 해줄 수는 없다… 불쌍한 사람이다, 아내분은 난소암으로 아픈 상황이고 항상 사고를 치는 사람이라서 자식들도 연을 끊고 산 상태고.″

합의를 거부한 뒤 9개월 동안 이어진 공판.

택시 운전을 하던 피해자의 남편은 아내의 사고 현장을 지날 때마다 괴로워했고, 지난달 결혼한 아들은 예식장에서 텅 빈 어머니의 자리를 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검찰이 재판부에 요청한 형량은 징역 7년.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책이 무겁고 피해자의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피해자를 위해 공탁금 3천만 원을 냈다″고 밝혔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던 가해자는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그것도 재판이 열린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장 출신이었습니다.

사람이 죽었고, 가해자는 무려 3번째 음주운전이었는데도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났는지 유족들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피해자 둘째 딸/유족]
″엄마가 어차피 이런 상황에서 돌아오지 않는데… 돌아오지 않는 거죠. 근데 이런 분들이 이렇게 쉽게 그냥 벌 받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이 받았으면 엄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