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5-21 09:40 수정 | 2023-05-21 09:46
<i>″행시(행정고시)도 시들해졌어요″ ″유학도 많이 줄었어요″</i>
′신의 직장′으로 불리면서 광풍에 가까웠던 공무원 시험 열기가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는데요, 그렇다면 문과에서 취업률이 높은 학과인 경제, 경영학과 학생들은 졸업하고 어디로 가는 걸까요?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로스쿨ㆍ CPA 인기 상승, 은행ㆍ공무원 인기 시들″</strong>
얼마 전 <서울상대 동창회보>에 눈길을 끄는 글이 실렸습니다.
서울상대(서울대학교 상학대학)는 경제학과, 상학과, 경영학과, 무역학과 등이 있었던 단과대학입니다. 현재는 사회대학 경제학부와 경영대학으로 나뉘었지만 동창회는 함께 운영되고 있는데요, <서울상대 동창회보>가 올해 졸업생들의 진로를 살펴봤더니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진 경향이 보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서울상대 동창회보>에 따르면 경영대학 올해 2월 졸업생의 경우, 대학원 진학(로스쿨 포함)이 30명, CPA 8명, 컨설팅 회사 6명, 중소벤처기업 취업 12명, 금융회사 5명, 행정고시 3명, 창업 2명이었고 취업준비나 고시공부를 하는 이들은 15명 정도였다고 합니다. (서울대 경영대학은 이 조사가 졸업생 전원이 다 응답한 전수조사는 아니어서 경향과 방향성을 파악하는 정도로만 참고하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제학부는 졸업생 159명 중 대학원 진학(로스쿨 포함)이 36명, 은행 및 금융회사 18명, 공무원 13명(행정고시 11명), CPA 3명, 컨설팅 회사 3명, 취업준비와 고시공부는 25명이었다고 합니다.
행정고시의 경우 2014년만 해도 경제학부 25명, 경영학과 9명이 합격했는데, 올해 졸업생은 경제학부 출신 11명, 경영대학 3명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한국은행 인기도 예전 같지 않아서 올해 한국은행 신입 행원 가운데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생은 2명뿐이라고 합니다.
서울대 경제학부 2학년에 재학중인 김 모 학생은 ″요즘 경제ㆍ경영 재학생들은 로스쿨 진학, CPA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공무원이 되겠다는 친구들은 잘 못봤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5급 공무원 시험′ 인기 하락‥″금융 공기업 떨어지고 왔어요″</strong>
한때 ′공시생 광풍′으로까지 불렸던 공무원 시험 열기는 왜 시들해졌을까?
흔히 ′행정고시′로 불리는 5급 공채는 직업의 안정성, 사회적 평가, 공무원 연금, 복지 등으로 인해 경영ㆍ경제학과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지만 ′워라밸′은 당초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2030이 보기에는 긴 근무시간에 비해 월급은 적고 공무원 연금도 예전 같지 않고 또 서울이 아닌 세종에 가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5급 공채에서 ′재경직′이 가장 치열하고, 재경직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합격생이 기획재정부를 지원하던 것도 옛말이어서, 일 많고 퇴근 늦은 기획재정부는 기피 부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국가경제를 이끌어간다는 ′자부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5급 공채 합격생들이 지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1지망에 불합격해서 가기도 한다는 겁니다.
얼마 전에 만난 한 관료는 최근 신입 사무관이 ″금융 공기업 떨어져서 할 수 없이 오게 됐다″며 한탄을 해 상사들이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대기업 취업을 하는 대신, 처음부터 스타트업 취업이나 창업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도 새로운 변화입니다. 서울대 경영대학의 경우 ‘벤처경영 연합전공’을 운영하고 있는데, 공대과목 등 맞춤 커리큘럼을 따로 짜서 창업 준비를 할 수 있고 ′스타트업 인턴′을 경험하는 기회를 주는 등 학생들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학생들의 창업이 많아진 것은 확실한 경향″으로 자리잡았고 ″졸업하고 나서, 혹은 기업을 다니다 창업하던 과거 패턴과 달리 처음부터 창업에 올인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학생들은 수업이나 졸업, 학점보다 창업 그 자체에 전력투구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