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김상훈

[서초동M본부] 조현천 벌써 귀국 두 달‥'계엄 문건' 검찰 수사는?

입력 | 2023-05-27 09:02   수정 | 2023-05-27 09:17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5년 만에 돌아온 조현천‥″도주 아닌 귀국 연기″</strong>

두 달 전인 지난 3월 29일,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돌연 귀국했습니다. 도피 생활 5년여 만입니다. 조 전 사령관은 당당하게 ″도주한 것이 아니고 귀국을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돼, 인터폴 수배가 이뤄졌고, 여권까지 무효화 된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당당했던 조 전 사령관은 귀국 즉시 공항에서 검사들에게 붙잡혀 압송됐습니다.
조 전 사령관은 ′계엄 문건′의 핵심 인물입니다. 계엄 문건은 간략히 말하자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할 걸 우려해, 기무사가 계엄을 실행하는 방안을 담아 만든 문건입니다. 문건에는 촛불집회가 확산하지 못하도록 시민들의 휴대전화 전파를 방해하고, 국회를 무력화하거나 언론을 검열하는 등 구체적인 계엄 실행방안이 포함됐습니다. 구체적인 문건 내용은 뒤에서 더 언급하겠습니다.

조 전 사령관은 당시 ′계엄령 문건작성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문건이 세상에 드러나자 지난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 지시로 군과 검찰이 합동수사단을 꾸려 ′계엄 문건′에 대한 수사에 나섰지만 조 전 사령관이 미국으로 출국해 돌아오지 않아 수사는 멈춰 섰고, 결국 합수단은 기소 중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조 전 사령관은 ″계엄 문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기 위해서 귀국했다″고 말했습니다. 책임을 지겠다는 건지, 실체적 진실이 따로 있다는 건지 명확하지 않은 답입니다.

검찰은 지난달, 조 전 사령관을 구속 기소했습니다. 지난 2016년 보수 성향 민간단체인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에 개입하고, 기무사 요원들을 동원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집회를 연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계엄 문건과 관련한 의혹과 내란 예비·음모 혐의는 빠졌습니다.

귀국 두 달째인 지금, ′계엄 문건′에 대해 조 전 사령관의 책임이 있는지, 다시 따져보겠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여의도·광화문에 장갑차 투입″‥거센 후폭풍 뒤 ′용두사미′ 수사</strong>

계엄 문건에 담긴 내용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2017년 2월. 당시 국군기무사령부(현재 국군방첩사령부)가 만든 ′계엄령 검토 문건′. 공식명칭은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입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1. 서울 도심에 전투부대 배치하라
국회와 정부 청사 등 중요시설 494개소와 집회 예상 지역인 광화문, 여의도에는 기계화 사단 등 전투부대들이 배치될 예정이었습니다. 야간을 이용해 전차와 장갑차로 신속히 투입한다고 문건에는 적시됐습니다. 계엄의 성공을 위해 군대가 주요 ′목′을 빨리 장악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로 했습니다.

2. 국회의원을 막아라
계엄을 막을 수 있는 국회도 주요 대상이었습니다. 계엄 해제 의결에 필요한 국회의원은 150명. 기무사는 이 150명 저지 작전을 수립했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에 대해선 ′당정 협의′를 통해 의원들이 국회 의결에 불참하게 만들고, 200명이 넘는 야당과 무소속 의원에 대해선 ′검거 작전′을 세웠습니다. 계엄사령부가 집회·시위 금지 포고령을 선포한 다음, 이를 어기면 대대적으로 검거한다는 게 핵심입니다.

3. 인터넷 포털·언론 통제하라
계엄임무 수행군이 투입될 주요시설 494개소 가운데는 주요 방송사를 포함한 언론사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언론·출판·공연·전시물을 사전 검열할 보도검열단 9개 반 편성계획도 수립했습니다. 기무사는 인터넷 포털과 SNS를 차단하고, 유언비어 유포를 적극 통제하겠다는 방안도 보고했습니다. 특히 보수언론을 통해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시키는 등 언론을 통제하고 SNS와 주요 인터넷 사이트를 차단하겠다는 ′강력 조치′가 담겼습니다.

4. 국정원 통제하고 사법권을 멈춰라
국정원장은 계엄사령관의 지휘와 통제에 따라야 하고, 국정원 2차장이 계엄사령관을 보좌하도록 하는 국정원 통제 계획도 포함됐습니다. 계엄이 발동되면 대법원을 제외한 모든 사법권이 정지가 됩니다. 문건에는 이를 대비해 계엄사 군사법원의 설치 방안까지 마련됐습니다.</blockquote>
21세기에 계엄이라니… 문건 내용만큼이나 후폭풍이 거셌습니다. 거센 비난 여론에 기무사는 끝내 해체됐습니다. 기무사에서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무마하기 위해 먼저 검토한 위수령 제도. 이 제도는 비상사태 등으로 군사시설 보호와 치안 유지의 필요가 있을 때 육군부대가 주둔할 수 있는 근거가 됐지만, 역시 6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조 전 사령관의 도피로, 계엄 문건 수사는 흐지부지됐습니다. 합동수사단은 조 전 사령관의 신병이 확보될 때까지 수사를 잠정 중단했습니다. 그리고 조 전 사령관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윗선으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과 황 전 권한대행, 한민구 전 국방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등 8명에 대해서는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끝내 합수단이 재판에 넘긴 사람은, 조 전 사령관의 부하 3명. 이들은 계엄 문건 작성이 아닌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장 TF 관련 허위로 공문을 작성하고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용두사미 수사로 그친 셈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법원이 먼저 인정한 계엄 문건의 위법성 ″기무사 직무 벗어나″</strong>

조 전 사령관이 귀국하던 날. MBC는 조 전 사령관의 부하 직원에 대해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확인해 단독 보도했습니다. 당시 조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고 계엄령 검토 문건을 만들고 은폐한 부하들은 3명. 이 가운데 가장 계급이 높았던 기무사 전 참모장 소강원 소장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가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혔고, 항소심의 벌금형이 확정된 겁니다.

당시 기무사는 계엄문건을 만들기 위한 TF를 만들어놓고 이름은 ′미래 방첩 업무 발전 방안 TF′로 위장했습니다. 해당 TF는 위장한 이름으로 공문서를 작성해 예산을 받았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자 바로 다음날 이들은 문건의 은폐를 시도했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부하들에겐 이 두 가지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군사법원이 맡은 1심은 팀 이름을 위장한 부분에 대해 ″위장 TF를 만든 건 업무상 관행이라 가짜 이름을 써도 된다고 착오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고, ″계엄 문서가 담긴 USB를 나중에 검찰에 자발적으로 제출했으니 은폐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각기 다른 민간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됐습니다. 소 전 참모장에게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한 서울서부지법은 1심과 달리 계엄 문건의 위법성을 폭넓게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평시를 대비해 위수령과 계엄발령 요건 등을 광범위한 범위에서 연구하고 이를 문건으로 작성하는 행위는 명백히 기무사의 직무를 벗어난 것″이라며, ″소 전 참모장도 계엄 문건의 위법 가능성을 알고 조직을 숨기려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의 논리는, 법적으로 기무사가 계엄의 주체가 될 수 없는데 위법하게 계엄 문건을 작성했고, 따라서 위법한 일인 걸 알았으니까,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문건 은폐까지 시도했다는 겁니다. 재판부는 한 발 더 들어가 살폈습니다. 계엄의 주관 부서는 합동참모본부이지만, 계엄법에 따라 계엄사령부에 합동수사본부를 둘 때 기무사령관이 합동수사본부장에 임명될 수 있고, 그간 을지훈련에서도 합수본부장에 기무사령관이 임명돼왔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계엄 상황에서 기무사가 할 수 있는 일은 합수본부 운영에 대한 검토뿐인데, 그 외적인 일은 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래는 판결문 내용입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기무사는 사령관이 합동수사본부장이 될 경우에 대비하여 합수본부 운영에 관련된 검토를 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지만, 계엄 관련 문건은 합참의 계엄시행계획, 법무관리실의 위수령 검토자료 등을 참조하여 평시, 즉 탄핵심판 선고일을 D-데이로 삼아 현 시국 진단, 위수령 및 계엄 발령 요건 검토, 시위대 통제를 위한 동원 가능한 부대 검토를 하는가 하면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 시 이를 막기 위한 방안 등 내용으로 작성된바 명백히 그 직무를 벗어난 것이다.″</blockquote>

계엄령 아래 합수본부장으로서의 역할을 검토한 게 아니라, 계엄령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위수령과 계엄 발령을 검토하고, 시위대 통제를 위한 동원 가능 부대를 검토하고,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를 막기 위한 방안까지 검토하는 건 모두 기무사의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재판부는 더 구체적으로 TF회의에서 언급된 내용들을 짚어주기도 했습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소강원(피고인)은 2017년 2월 17일 TF 회의에서 ㉠ 비상계엄 선포절차를 장관건의부터 선포까지 상황별로 상세히 작성하고, 국회가 반대 시 해산 건의 가부를 검토하고, ㉡ 선포 후 계엄사, 합수본부 수행절차, 유관기관 조정, 통제절차를 검토하며, 그 과정에서 계엄 선포 이후 20여 가지 상황을 상정하여 구체적으로 보도통제, 포고령 구체화, 집회 시위 통제, 정치인 가택연금 등의 상황을 정리하고, ㉢ 기 계획된 국방부, 청와대 방호 계획을 확인하고, ㉣ 수도권 군부대 통제계획까지 고려하여 작성하라고 하는 등 상세한 지침을 주었고…″</blockquote>

유죄가 확정된 시점은 지난 2월. 공교롭게도 조 전 사령관이 귀국하기 직전에 법원이 먼저 계엄 문건의 위법성을 인정한 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또 나온 부하직원 유죄 판결‥″조현천 지시에 따라 문건 작성″</strong>

그런데 이번 달 18일 또 다른 부하직원의 유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동부지법은 기우진 당시 기무사 수사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서부지법과 마찬가지로 서울동부지법도 ″기우진(피고인)은 적어도 계엄 검토 문건 작성 업무의 위법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이 사건 연구계획 문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판결문에는 조현천 전 사령관의 이름도 자주 언급됩니다. 법원은 조 전 사령관의 책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사령관 지시에 따라 ′계엄령 문건′ TF가 구성·운영됐다″, ″문건을 사령관에게 4차례 보고했고 사령관이 3차례 수정보완을 지시했다″고 판결문에 적시한 겁니다. 일부 내용에는 그 윗선인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언급됐습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기우진(피고인)은 당시 조현천 기무사령관과 소강원 3처장의 순차 지시에 의하여 계엄 관련 문건을 작성하기 위하여 이 사건 TF를 구성·운영″</blockquote>

법원은 한계도 드러냈습니다. 계엄문건 자체가 위법한데, 부하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계엄문건 자체를 작성한 혐의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이 사건 허위공문서작성죄나 행사죄가 계엄 관련 문건의 검토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지만, 이 사건 양형의 직접 대상이 되는 범행은 연구계획 문서의 작성 및 행사와 관련된 허위공문서 작성·행사인 점 등을 고려하면… 기우진(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다″</blockquote>

이 사건이 계엄 문건 검토와 관련됐지만 이번 재판은 직접 계엄 문건에 대한 건 아니어서 기 전 처장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직접 대상인 허위공문서 작성한 혐의만 고려하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 양형을 따질 때 기 전 처장에게 유리하다는 설명입니다. 재판부가 위법성을 인정한 계엄 문건에 대한 책임을 TF의 일원에게 따지진 못한다고 우회적으로나마 한계를 인정한 셈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5년 만에 돌아온 조현천‥계엄 문건 위법 책임은?</strong>
검찰은 조 전사령관에 대해 계엄 문건 의혹과 내란 음모 혐의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검찰은 앞서 내려진 부하들에 대한 판결문도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벌써 두 달째입니다. 법원에서 계엄문건의 위법성을 인정한 만큼, 문건 작성을 지시한 핵심 책임자인 조 전 사령관이 혐의를 벗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2018년 당시 합동수사단은 수사를 멈추면서, 검찰은 ″계엄 문건의 계획대로 실행되었을 경우 비상사태로 보기 부족한 상황에서 위수령과 계엄을 통해 병력을 동원하여 일반 시민들의 집회·시위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입법·행정·사법기관 등을 통제하려 한 것으로 국헌문란의 목적이 인정될 소지가 있다″며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위협이 되는 등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가 목적 달성을 위해 이용할 경우 폭동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일응 보인다″고 적시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엄 문건이 실행행위로 나아간다는 확정적 의미의 합의인지, 이러한 합의에 실질적인 위험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본건 계엄 문건을 작성해 보고한 조현천의 진술을 들어야 진상을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상태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조 전 사령관의 입과 검찰의 의지에 따라 내란 음모·예비 혐의가 적용될지, 직권남용 등 다른 혐의가 추가 적용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현재 검찰은 5년 전과는 달리 자신감이 많이 사라진 모습입니다. 검찰 내부에서는 내란 음모·예비 혐의 적용이 가능하겠냐는 목소리도 일부 나옵니다.

검찰 수사에 따라 조 전 사령관뿐 아니라, 함께 계엄 문건 작성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를 받다 참고인 중지로 수사가 중단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권한대행,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또 직접 계엄 문건을 조 전 사령관에게 보고받은 한민구 전 국방장관 등 ′윗선′ 대한 수사도 재개될 수 있지만, 이 역시 요원해 보입니다. 그 사이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특별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일원으로 6년 만에 복귀했습니다.

여의도와 광화문에 장갑차를 보내는 등 기무사가 자신의 직무 범위를 넘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려 한 계엄 문건. 당시 나라를 뒤흔든 문건이 드러난 지 벌써 5년이 지났습니다. 핵심인물 조현천 전 사령관만 귀국하면 진상규명은 시간문제인 건 같았습니다. 조 전 사령관이 귀국하고도 벌써 두 달이 또 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