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저희 아이가 전역을 하지 않은 관계로 마스크와 모자를 부득이하게 착용한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몹시 참담하고 한편으로는 몹시 두려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본인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생으로 돌아온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통화에서는 ′엄마 내가 수근이를 못 잡았다′고 울었습니다. 사고가 있었던 날 이후 부대와 여러 차례 통화를 했지만, 외박이 안 되면 영내 면회라도 신청하려 했지만 신청도 안 됐을 뿐더러 제 아들 녀석도 ′수근이를 먼저 보내는 게 먼저′라며 ′잘 보내주고 올게요′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면회를 만류했습니다.
사고 이후 아들을 처음 볼 수 있었던 건 사고부터 17일이 지난 8월 4일입니다. 간신히 중대장의 특별 외박 끝에 휴가를 나온 아들은 늘 잠꾸력이었던 제 아들은 집에 와서 하루도 편하게 잠을 못 잤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깨기도 했고 어느 날은 울면서 깨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이런 기막힌 뉴스를 접하고 더 이상 저는 이 사고를 사고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건 살인행위입니다. 그렇게 해병대의 위상을 세우고 싶었다면 현장 시찰을 나온 사단장은 몸소 물에 들어가서 모범을 보였어야 합니다.
저는 우리 대한민국의 해병대가 저와 생각이 같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런 군에 저희 아들을 보냈고 마침 사단장도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는 실망감을 넘어 정말 배신감을 느낍니다. 제가 이럴 텐데 그 현장에 있던 제 아들과 그리고 함께 했던 대원들은 오죽하겠습니까.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마따나 길가다 마주치는 해병 출신들은 서로를 모르더라도 형제처럼 서로를 대해줍니다. 하물며 함께 생활했던 형제 같은 수근이를 잃은 아이들에게 해병대는 지금까지 무엇을 해줬습니까. (울먹) 죄송합니다.
김기환 해병대 사령관과 임성근 해병 제1사단 사단장에게 묻습니다. 당신들은 지난 7월 19일 수해 복구 작전에 투입된 해병대원들을 전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그저 당신들의 무사안일 입신양명을 위한 도구였습니까. 돌아오지 못하는 채수근 상병과 그 복구작전인지 몰살작전인지 모를 곳에 투입되었던 그 대원들 모두 제 아들들입니다. 제 아들들 모두 정상으로 돌려놓으십시오.
저는 이런 참담한 현실에 제 심장이 뜯겨나가는 분노를 표하며 해병 1사단 사단장 임성근을 고발합니다. 이미 당신이 제 아들들한테 사과할 시점은 지나도 한참 지났습니다. 그러나 이제 수사에 책임지는 자세로 임하며 해병대의 본 모습을 바로 잡으시길 바랍니다. 모든 해병들과 제 아들이 명예로운 해병대원으로 전역할 수 있도록 하셔야 할 겁니다.
국민 여러분, 제 아들과 당시 투입된 대원들 대부분이 아직 군에 남아 있습니다. 그로 인해 오늘 이 자리는 몹시 두렵고 떨리는 마음이나 용기를 내어 이 자리에서 호소드립니다. 지금 그 아이들을 지켜주실 분들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뿐입니다. 부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입대한 우리 아들들을 위해 국민 여러분들의 시선을 조금 더 모아주시길 간절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