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박선영

시리아 정부군과 비슷한 규모의 군사력‥"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의 갓파더(godfather)"

입력 | 2023-06-25 09:49   수정 | 2023-06-25 10:23
러시아 용병 세력인 바그너 그룹(Wagner Group)의 ′무장 반란′이 가까스로 수습됐다. 하지만 러시아를 내전 상황으로 내몰았던 바그너 그룹의 군사력은 어느 정도인지,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Yevgeny Prigozhin)은 누구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바그너 그룹이 그동안 비밀 작전을 수행해 왔던 만큼, 장비 목록이나 능력, 조달원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없고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 위성 등을 통한 탐지나 증언 등을 종합해 볼 때 바그너 그룹 용병들은 러시아군의 T-72 와 T-90과 같은 주력 전차와 함께 BMP-2, BMP-3, BTR-82A 등 다양한 보병 전투 차량이나 장갑차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헬리콥터의 종류에는 Mil Mi-8과 Mil Mi-24와 같은 러시아군에서 흔히 사용되는 모델이 포함된다. 공중 자산 측면에서는 항공기까지 보유하면서 지상 부대에 근접 공중 지원을 하거나 상대편 군대의 위치를 공격하는 데에 사용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용병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 회의에서는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5만 명의 전투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제출됐다. 반면 영국 외무성은 우크라이나에 수만 명의 인원을 갖추고 있다고 추정했고, 2017년 러시아 신문 ′콤메르상트′는 바그너 그룹 병력이 6,000명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이 추산들은 추산일 뿐이고 실제 병력의 숫자는 용병 활동의 비밀스러운 특성 때문에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바그너 그룹은 세계 각지의 충돌에 개입하면서 규모를 확대해왔다.

종합적으로 볼 때 바그너 그룹은 광범위한 무기와 장비를 포함해 대규모 군대를 보유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용병 세력의 군사력을 특정 국가와 비교하기는 쉽지 않지만, 혹자는 시리아나 리비아 군대와 유사한 수준이라는 주장도 한다. 이번 크렘린에 대한 무장 반란에서 보이듯, 러시아군도 바그너 그룹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프리고진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관련 정보는 제한적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엄청난 재산과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자신의 후견자였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넘어서려고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리고진이 용병 조직의 이름을 바그너라고 부른 이유는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를 좋아하기 때문. 바그너의 음악이 게르만 신화와 영웅적 서사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그 역시 강한 러시아 정체성을 육성하려는 비슷한 목표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수수께끼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그의 측근 중 한 명이 쓴 회고록(In the Same River Twice)이 공개되면서 조금씩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마랏 가비둘린(Marat Gabidullin)은 러시아 공수부대 출신으로 2015년 바그너 그룹에 합류했다. 그는 시리아에 파병되어 러시아군과 함께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하기 위해 바그너 그룹의 5개 부대 하나를 지휘했다고 밝혔다.
가비둘린은 자신의 책에서 프리고진을 ′대부(godfather)′로 지칭하며, 바그너 그룹의 시리아 작전을 기획하고 자금을 조달한 책임자로 언급한다. 또 프리고진이 푸틴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기술한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엘리트들을 상대로 요식업을 하며 부를 쌓아온 요리사 출신이다. 푸틴과 매우 가까운 관계로 강력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다. 바그너 그룹은 2014년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회사 등록이나 세금 신고, 조직도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비둘린은 바그너 그룹의 군사 자산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다양한 무기와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썼다. 또 시리아, 리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우크라이나의 충돌에 개입했고 중요한 임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올 3월 국제 분쟁 전문가인 사힐 고살리아(Sahil A Gosalia)가 출간한 책 ′Shadow Warriors: The Wagner Group′은 바그너 그룹의 기원과 확장, 시리아, 우크라이나, 리비아, 아프리카를 포함한 전 세계의 갈등에 참여하는 방식, 또 러시아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군사 작전 등 바그너 그룹의 전술과 전략도 상세히 설명하고, 이에 대한 지역 안보와 국제관계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공개 보고서에서는 아동 병사 고용 등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 역시 드러나고 있다.

러시아에서 벌어졌던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은 비밀스러운 군사 조직이 공개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면서 체재를 전복시키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그림자 군대(Shadow Warriors)가 아니다. 앞으로 실체가 더욱 공개되면서 위험성은 점점 더 알려지게 될 것이다. 무장 반란이 일시적으로 봉합된 것인지, 또 다른 반(反)푸틴 군사 작전을 재개할지는 아직은 미지수. 하지만 그동안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무장 충돌 상황에서 그들이 어떤 일을 했고 무슨 활동을 했는지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