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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탈북민 10년 면접 결과 공개‥"북한 민생 나아졌다는 건 착시"

입력 | 2024-02-06 15:13   수정 | 2024-02-06 15:14
통일부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북한이탈주민 6천351명을 심층면접 조사한 결과를 분석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오늘 발간했습니다.

그동안 탈북민 면접조사 결과를 ′3급 비밀′로 분류해 비공개해왔는데, 이번에 비밀을 해제하고 보고서로 펴냈습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이후 평양 건물도 많이 건설하는 등 북한 주민들의 민생이 조금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들이 일각에서 나왔다″며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그러한 평가들은 일종의 착시″라고 밝혔습니다.

구 대변인은 ″외관상 북한 주민들의 민생 부분에서 개선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북한 당국의 정책이나 노력의 결과가 전혀 아니라 북한 주민 스스로 시장을 통해 해결한 결과라는 걸 보고서가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에는 ″백두혈통을 유지해야 한다″는 탈북민들의 답변이 최근 들어 더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비교적 최근(2016∼2020년) 북한에서 탈출한 주민 가운데 북한 거주 당시 ′백두혈통 영도체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인식한 비율은 29.4%에 그쳤습니다.

2000년 이전에 탈북한 이들이 해당 답변이 57.3%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줄어든 것입니다.

또 북한에 거주할 때 김정은의 권력승계가 정당하지 않다고 여겼다는 답변도 탈북시기에 따라 2011∼2015년 47.9%에서 2016∼2020년 56.3%로 상승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 주민 전체의 여론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탈북민의 인식 변화 양상을 볼 때, 백두혈통 기반 영도체계에 대한 인식의 균열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만성적 경제난으로 북한 당국의 무임금·무배급이 장기화하면서 식량을 시장에서 조달하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로 붕괴한 배급제는 회복되지 않아, 2016∼2020년 탈북한 이들의 72.2%는 식량배급을 받은 경험이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공식 직장에서 노임과 식량배급 모두 받지 못했다는 응답은 2000년 이전 탈북민도 33.5%로 꽤 높았지만, 이후에도 계속 상승해 2016∼2020년 탈북민은 50.3%를 기록했습니다.

배급제 붕괴에도 북한에서 하루 세 끼를 먹었다는 답변은 탈북 시기에 따라 ′2000년 이전′ 32.5%에서 2016∼2020년 91.9%로 많이 늘었는데, 이는 식량을 시장에서 조달하는 주민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이번 보고서는 2020년까지 북한에서 탈출한 주민의 증언을 분석한 것으로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하고 통제를 강화한 이후 상황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