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나세웅

[단독] '채 상병' 재검토' 착수하자마자‥"혐의 인정되는 자만 이첩" 사전 지침 의혹

입력 | 2024-03-06 16:25   수정 | 2024-03-06 20:09
작년 8월 국방부 조사본부가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한 ′채 상병 사건′ 재검토에 착수하자마자,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처리 방향을 사실상 구체적으로 정한 의견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MBC가 확보한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의 <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고 해병대 조사결과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법무관리관실은 ″구체적으로 혐의가 인정되는 관련자를 경찰에 이첩하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작성했고, 이 검토 의견서는 그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재검토에 착수한 첫날 조사본부측에 전달됐습니다.
작년 8월 8일 당시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보고된 보고서에서 법무관리관실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가 법리적으로 미흡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1사단장 등 8명이 수중 수색 중 숨진 채상병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봤지만, 법무관리관실은 ″업무상 주의 의무 및 사망과 주의 의무 위반간의 인과관계 입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법무관리관실은 또, 해병대 수사단 판단과 달리 ″인과관계 등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등은 작전 과정에서의 과오에 대하여 사실관계를 정리하여 경찰에 송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적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혐의가 인정되는 관련자만 경찰에 이첩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해병대 수사단장이 항명죄로 수사를 받고 있어 관련 조사를 공정하게 계속하기 어렵다″며, ″상급 기관인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해 재검토하도록 할 것″을 장관에 건의합니다.

앞서 최초 조사를 맡았던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해 8월 2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이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국방부 지휘부는 군검찰단을 시켜 당일 사건 기록을 통째로 회수하도록 했고,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보고서 내용대로, 8월 9일 군경찰 격인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전면 재검토에 나섰습니다.

이후 법무관리관실은 장관에 보고한 보고서를 그대로 재검토 주체인 국방부 조사본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국방부 조사본부는 10여명 규모의 별도 TF를 구성한 뒤 수중 수색 지시를 전달한 대대장 두 명만 처벌대상으로 범죄혐의를 적시하고 임성근 사단장 등 4명에 대해선 사실 관계만 정리해 경찰에 넘겼습니다.

최종 발표 나흘 전인 8월 17일 장관 주재 중간 검토 회의가 열렸고, 조사본부는 수색 현장에서 합류한 여군 2명을 제외한 임 사단장 등 6명이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보고한 사실이 MBC 취재로 공개됐습니다.

중간 검토 회의에는 유재은 법무관리관과 김동혁 검찰단장도 참석했는데, 참석자들은 이들이 조사본부 의견과 달리 ′처벌 대상인지 판단을 빼고 사실관계만 적어야 한다′, ′2명만 처벌대상이 확실하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습니다.
MBC는 국방부 조사본부가 최종 발표 하루 전날인 8월 20일 작성한 <해병대 사망 건 재검토 결과> 보고서도 확보했습니다. 보고서에는 ″11포병대대장과 7포병대대장은 범죄 인지통보서를 작성해 경찰에 이첩하고 안전관리 소홀 등 일부 정황이 식별된 임성근 사단장 등 4명은 사실관계를 적시해 경찰에 송부하겠다″고 적은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조사본부는 또 ″유관기관(법무관리관실 및 검찰단) 의견을 종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이종섭 장관의 친필 서명으로 결재된 뒤 그대로 이행됐습니다.

앞서 조사본부 관계자들은 재검토 과정에도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다른 의견들을 참고해,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외압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해병대 수사단에도 인과관계 불분명한 사람은 이첩 대상자에서 빼라고 했다″며 ″조사본부도 이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 이들 문서에서 드러난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