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백승우

대법 "'신라젠 前대표 외삼촌 102억 증여세' 부당‥다시 판단"

입력 | 2024-05-12 09:58   수정 | 2024-05-12 12:50
제약사 신라젠 문은상 전 대표의 외삼촌이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통해 취득한 회사의 주식과 관련해 과세당국이 부과한 100억 원대 증여세에 대해 대법원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했습니다.

대법원 3부는 문 전 대표의 외삼촌이 제기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문 전 대표의 외삼촌인 조모씨는 2014년 신라젠이 발행한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했고, 2016∼2017년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1주당 3천500원 가액으로 신라젠 주식 142만 8천570주를 취득했습니다.

서울 성동세무서는 2018년 2월 이 거래를 통해 조씨가 약 166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2015년 개정된 상속·증여세법을 적용해 약 102억 원의 상속세를 부과했습니다.

해당 조항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전환사채를 인수해 얻은 이익을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경제적 실질′이 유사해도 과세한다고 돼 있습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최대 주주는 아니었지만 신라젠의 대표이사이자 2대 주주였고, 조씨는 문씨의 외삼촌으로 특수관계인이었습니다.

비록 문 전 대표가 최대주주는 아니었지만, ′대표이사이자 2대주주′라는 점에 비춰 경제적 실질이 이와 유사해 과세가 가능하다고 것이 세무당국 판단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조씨 측은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경우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도록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봐야 해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세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2심은 이 같은 ′경제적 실질 유사′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놨습니다.

1심은 ″이같이 법을 적용한다면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일반 투자자까지 증여세 과세 대상이 무한정 확대돼 과세관청의 자의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져 조세법률 관계의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납세의무자의 예측가능성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증여세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반면 2심은 경제적 실질이 유사한 것이 맞다며 증여세 부과가 정당하다고 뒤집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해당 법 조항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 한정해서만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은 ″해당 조항은 과세대상과 과세범위를 한정함으로써 증여세 과세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가 얻은 이익에 대해 과세하는 별도의 규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