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6-04 17:34 수정 | 2024-06-04 17:34
스스로 세상을 등진 경우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이력이 없더라도 우울장애를 의심할 사정이 있으면 유족에게 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는 지난달 9일 숨진 여성의 유족이 보험사들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직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이 여성은 지난 2018년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숨진 여성이 업무상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해 ′업무상 재해 판정′을 내렸지만, 여성이 가입한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들은 고의로 자신을 해쳤다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보험 약관의 면책 조항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약관에는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쳤다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예외 조항이 있었지만, 숨진 여성에게는 진료·진단 기록이 없었습니다.
1심 법원은 전후 사정을 고려해 예외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며 보험사에 보험금 1억 6천2백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지만, 2심 법원은 유족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생전 주요우울장애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더라도, 자살에 이를 때까지의 경위와 사망한 사람이 남긴 말이나 기록, 주변인들의 진술 등 모든 자료를 토대로 사망한 사람의 정신적 심리 상황 등에 대한 의학적 견해를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