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한수연

"그날, 다른 곳서 쓰러졌다면‥" '헬스장 꾹꾹' 은인의 정체

입력 | 2024-07-03 16:36   수정 | 2024-07-0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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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경기도의 한 아파트 헬스장.

셔츠가 땀으로 흠뻑 젖을 만큼 러닝머신을 열심히 달리던 한 남성이 속도를 조절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습니다.

그대로 쓰러진 남성은 러닝머신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고 옆에서 운동하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 쳐다봅니다.

한 남성이 황급히 도움을 청하러 뛰어나가고, 직원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다가와 쓰러진 남성의 다리를 풀고 똑바로 눕혀 보지만 남성은 입에 거품까지 물고 몸이 굳어가기 시작합니다.

상황이 심각해져 가나 싶은데, 운동기구 사이로 한 남성이 다가옵니다.

체격이 건장한 이 남성,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도합니다.

이 남성은 119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7분가량 심폐소생술을 했고, 구급대원들이 도착해 응급조치를 시작하자, 안심한 듯 조용히 헬스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알고 보니 남성의 정체는 현직 경찰관이었습니다.

이날 쉬는 날이었던 서울 관악경찰서 김영봉 경위가 아파트 헬스장에서 체력 단련을 하다가, 마침 위급 상황을 목격한 겁니다.

[김영봉/관악경찰서 형사과 경위]
″그분이 이제 넘어져 있고 옆에 사람들이 이렇게 사람들이 살짝 모이고 있더라고요. 제가 이제 자세히 옆에서 좀 더 가까이서 봤는데, 약간 입에서 거품이 보였고 몸이 약간 경직되는 것 같아서 그냥 제가 가까이 가서 본 다음에 숨을 못 쉬는 것 같아서 바로 심폐소생술을 한 거거든요.″

사건 열흘 뒤, 관악경찰서 홈페이지에는 <김영봉 경찰분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쓰러진 남성의 아내는 이 글에서 ″신랑 옆에서 운동하셨다던 분이 경찰이셔서 운명인지, 천운인지,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르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아내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신랑과 그날을 곱씹어보니 만약에 헬스장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쓰러졌다면 혼자 심장마비로 죽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헬스장에서 쓰러진 게 감사했고 또 감사했다″고 말했습니다.

쓰러졌던 남성은 열흘간 입원한 뒤 일상으로 돌아왔고, 이후 김 경위와 아파트에서 만나 직접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상제공 : 서울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