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김상훈

'윤석열 명예훼손' 첫 재판‥"이재명 왜 등장?" 검찰 공소장 지적한 재판장 [서초동M본부]

입력 | 2024-07-31 18:08   수정 | 2024-08-11 08:27
지난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언론인들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 대한 첫 재판이 오늘 열린 가운데, 재판장이 검찰 공소장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허경무 재판장은 오늘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 신학림 전 자문위원, 그리고 김만배 씨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장 가운데 공소사실 부분에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내용이 왜 나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허 재판장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죄라면 상대후보가 나올 수 있지만,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명예훼손 사건″이라며 ″이 전 대표에 대한 공산당 프레임 부분이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며 수정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재명 후보의 경쟁 후보인 윤석열 후보에게 피해를 주면서 선거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언론작업을 한 것이라, 이 후보에게 도움을 주도록 보도했다는 게 공소장에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허 재판장은 ″요즘 검찰 특수부(반부패부의 전신)에서 제출하는 공소장을 보면 간접정황이 너무 많이 포함된다″며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사건이면 이건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공소장에 언급한 이른바 ′공산당 프레임′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은폐를 위해 ′이재명 당시 후보가 성남시의 이익을 위해 민간업자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빼앗아 간 사람이다′라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만들어 김만배 씨 등 화천대유 측에서 유포했다는 내용입니다.

이재명 당시 후보는 대선 국면에서 화천대유 대표였던 이성문 씨가 법정에서 자신을 ′빨갱이, 공산당′으로 부른 사례가 있다며 대장동 의혹을 부인한 바 있는데, 검찰은 이런 법정 증언들도 김만배 씨가 만든 허위 프레임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김만배 씨는 대장동 사업 수익이 나기 시작하던 2018년부터 이재명 측과의 유착관계를 은폐하기 위해 화천대유 관계자들에게 ′우리는 이재명과 사이가 나쁘다는 프레임으로 가야 한다″며 ″우리가 이재명으로부터 많이 빼앗긴 구조로 가야 안전하고, 이재명이 공산당처럼 민간업자들로부터 수익을 많이 빼앗아 간 것처럼 이야기해야 한다′는 지침을 계속 강조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습니다.

허 재판장은 또 ″공소장 4쪽에 김만배 씨에 대해 ′이재명 전 성남시장과 유착해 천문학적 수익을 취득했다′고 썼는데, 이재명 전 시장과 대장동 일당에 대해선 지금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확정된 사실관계가 아니″라면서 ″꼭 들어갈 문장이 아니니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고 말했습니다.
허 재판장은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수사대상이 된 다른 언론사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허 재판장은 ″뉴스타파는 김만배 씨가 직접 접촉한 인물이 있지만, 2021년 10월과 11월에 기사를 쓴 경향신문과 한겨레, CBS, JTBC 등 언론사들에 김만배 씨가 연결되거나 자료를 제공했다는 내용은 빠져 있어 찾아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뉴스타파를 통해 김만배 씨의 인터뷰 녹음파일은 2022년 3월 6일에 기사가 나왔는데, 다른 기사들은 2021년에 나왔다″며 ″김만배 씨가 어떤 영향력을 끼친 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덧붙였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뉴스버스와 경향신문에 대해선 수사 중이라 당장 밝힐 수 없다″며 ″김만배 씨와 접촉이 없는 경우에도 최초 보도에 따라 많은 언론사들이 받아쓰고 확산됐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허 재판장은 ″오늘 검사님들이 애써 준비해온 공소사실 요지 PT 진행도 막았다″면서 ″공소장일본주의와 이게 꼭 필요한 부분인지 의문이 있었고 정식재판인 공판기일에 기회를 드리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다만 ″오늘은 공소사실 기재 내용 중에 어떤 부분이 필요한 사실인지에 주안점을 뒀다″며 ″공소사실이 맞고 틀리고는 오늘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피고인 측은 4명 모두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수사와 관련한 허위사실을 보도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보도 대가로 1억 6천500만 원을 주고받으면서 이를 책값으로 위장한 혐의로 김만배 씨와 신 전 위원을 구속 기소했습니다.

김 씨는 2021년 9월 15일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던 신 전 위원장을 만나 ′윤 대통령이 2011년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당시 변호사의 청탁을 받고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 사건을 덮어줬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했고, 뉴스타파는 이 내용을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보도했습니다.

검찰은 또 신 전 위원장과 공모해 허위사실을 보도한 혐의로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한상진 기자는 법정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 사건을 일부 정치 검사들이 작당해 벌인 정치 수사로 규정한다″며 ″처음부터 검찰과 대통령실, 국민의힘이 삼각 편대를 구성해 진행한 희대의 언론탄압″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