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8-11 15:38 수정 | 2024-08-11 20:11
<div class=″ab_sub_heading″ style=″position:relative;margin-top:17px;padding-top:15px;padding-bottom:14px;border-top:1px solid #444446;border-bottom:1px solid #ebebeb;color:#3e3e40;font-size:20px;line-height:1.5;″><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 총장 회의에서 나온 소수의견‥″통신 조회 자제하자″</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div></div>
8월 6일 화요일 오후 2시 이원석 검찰총장이 긴급 간부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대검 부장(검사장급)들과 일부 기획관(차장검사급)들이 모였습니다. 안건은 ′통신 자료 조회 논란′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이 언론인들과 야당 정치인들의 통신 이용자 정보(이름, 전화번호 등)를 대거 조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찰′ 공세가 거세졌기 때문입니다. 조회 통보도 법적으로 정해진 최대 7개월 시한까지 끌다가 이제야 한 것도 논란이 됐습니다.
검찰은 사찰 주장은 ″악의적 왜곡″이라며 ″합법적 통상 절차″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이번에 통지된 것은 ′이용자 정보 조회′로 ′통신 사실(통화 내역) 조회′와도 다르다고 했습니다. 법원을 통해 통신 사실 조회를 요청하면 전화번호만 나오니까, 전화번호 주인을 찾으려면 가입자 조회가 뒤따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이원석 총장은 ″가볍게 생각하지 말라. 정치권에서 이슈가 계속되어 가입자 정보 조회에도 영장이 필요하도록 입법되면 난감해진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 총장은 정치권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잘 만들고 언론 등에도 잘 설명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참석자들 대부분은 ′법을 어긴 것도 없는데 억울하다′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수의견이 있었습니다. 한 참석자는 ″우리가 다 잘하고 있고 억울하다고만 하는데, 국민 눈높이에서 봤을 때는 그렇지 않으니 통신 조회를 좀 더 신중하게 한다든지, 좀 더 추려서 한다든지 하는 방안도 내놓으면 어떠냐″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이미 여당에서도 심지어 법조인 출신인 권영세, 장동혁 의원이 가입자 정보 조회 영장 필요성을 제기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대검 간부들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그런 태도로 나가면 야권의 프레임에 말린다는 겁니다. ′역시 검찰 너희도 방만하게 운영한 걸 인정하는 거냐′며 더욱 공격받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다수였다고 합니다.
<div class=″ab_sub_heading″ style=″position:relative;margin-top:17px;padding-top:15px;padding-bottom:14px;border-top:1px solid #444446;border-bottom:1px solid #ebebeb;color:#3e3e40;font-size:20px;line-height:1.5;″><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 검찰에겐 한없이 낮았던 ′통신 조회′ 문턱</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div></div>
2003년 10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현대, SK 비자금 사건의 수사 정보 유출자를 찾겠다며 출입기자들의 통화 내역을 들여다본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대검 출입기자단은 송광수 검찰총장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 도대체 어느 기자들의 통화 내역을 조회한 건지 밝히라고 요구했습니다. 안대희 당시 대검 중수부장은 통화 내역을 조회한 기자가 몇 명인지는 공개를 거부하면서도 ″직원들을 내사하는 차원에서 서울지검장(현 서울중앙지검)의 승인을 받아 기자 여러 명의 통화 내용을 조회했다″고 시인했습니다. <2003년 10월 7일 뉴스데스크>
당시 통신비밀보호법 13조입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제13조(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절차)
③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미리 서면 또는 이에 상당하는 방법으로 관할지방검찰청 검사장(검찰관 또는 군사법경찰관이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관할 보통검찰부장을 말한다)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blockquote>
그때만 해도 지방검찰청 검사장 승인만 있으면 ′통화 내역′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검사장 승인′ 조항도 2001년 12월 29일 생겼습니다. 그전에는 검사가 통신사에 공문만 보내면 통화내역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법원 허가제로 바뀐 것은 2005년부터였습니다. (2005년 5월 26일 일부 개정, 8월 27일 시행)
검찰에서 웬만한 수사를 시작할 때 통신 내역 조회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합니다. 한 차장 검사 출신은 ″통화 상대방도 웬만하면 전체를 떼어보는 것이 관행″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가입자 정보 조회이지만, 본질은 ′통화 내역 조회′입니다. 가입자 정보 조회는 원래 통지가 안 되던 것에서 통지가 된 것이므로 오히려 그 자체로는 투명해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통화 내역은 어떨까요. 작년 한 해 검찰이 통화 내역을 들여다본 건수가 13만 3,094건입니다. 하루 평균 365건꼴입니다. 전년보다도 21%나 늘었습니다. 같은 수사 기관인 경찰은 오히려 전년대비 8,706건 줄었습니다. 해당 자료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2022년 9월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법에 따라 검찰 수사권이 부패·경제 등 범죄로 한정된 상황에서 검찰 통신 자료 조회가 급증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법원이 허가를 내주니까 나온 것이지만, 그만큼 신청이 많았다는 얘기도 됩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윤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으로 통화내역 조회가 이뤄진 대상이 기소됐거나 압수수색을 받은 사람뿐이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모두가 그런 것이냐′는 추가 질문에는 ″그런 것까지 확인해드릴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21년 전 안대희 전 중수부장의 답이 떠올랐습니다.
<div class=″ab_sub_heading″ style=″position:relative;margin-top:17px;padding-top:15px;padding-bottom:14px;border-top:1px solid #444446;border-bottom:1px solid #ebebeb;color:#3e3e40;font-size:20px;line-height:1.5;″><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 미국은 3년 전 ′언론인 통화내역 조회 금지′ 조치</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div></div>
이번 사건이 일반 형사 사건과 다른 점도 주목할 대목입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도 아닌 명예훼손 혐의로, 현직 대통령의 대선 당시 검증 보도를 한 언론사들에 대해 10여 명의 특별수사팀이 수사를 벌였습니다. 안 그래도 ′대통령 심기 호위 수사′라는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에 언론인들 주변으로 광범위한 통신 이용자 조회까지 이뤄진 사실이 확인된 겁니다.
2021년 7월 미국은 언론인의 통화 내역과 이메일 기록 수집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테러 관련 활동이 의심되거나 내부자 거래(insider trading) 같은 형법 위반으로 수사받는 경우, 불법 침입 등의 방법으로 정보를 얻은 경우 등 극히 일부 사례만을 예외로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지금 한국과 마찬가지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대선 당시 보도′를 둘러싼 논란 때문이었습니다. 앞서 2017년 트럼프 행정부 법무부는 미국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보도와 관련한 정보 유출자를 찾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스 등 정부에 비판적 언론사 기자들과 야당 의원들의 통신 기록을 들여다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언론 자유를 위한 기자 위원회(Reporters Committee for Freedom of the Press)의 브루스 브라운(Bruce D. Brown) 대표는 당시 결정을 환영하며 ″이 역사적 정책은 기자들에게 정부가 비밀 취재원을 파헤칠 것이라는 두려움 없이 보도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자는 권력이 불편해하는 정보를 다룹니다. 그 정보를 모으고 해석해서 기사화합니다. 핵심 제보자가 필수입니다. 참고로 닉슨 미국 대통령을 사임하게 만들었던 ′워터게이트′ 사건의 제보자 마크 펠트 전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의 신원은 닉슨이 사임한 지 30년도 더 지난 2005년에야 ′본인 의사로′ 알려졌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제보자가 숨지면 밝히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든 내 신원이 노출될 수 있다면, 그것도 내가 통화한 기자를 통해 까발려질 수 있다면, 어느 누가 권력을 고발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물론 어떤 이유에서든 언론인이 금품을 받는 행위는 부적절합니다. 이번 사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허위 사실을 보도해 명예를 훼손하는 것 역시 언론이라고 성역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공직자에 대한 검증 보도는 충분히 보장돼야 합니다. 그것이 대법원 판례이기도 합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명예훼손 보도 관련 대법원 판례
″감시와 비판은 언론 자유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로, 이러한 보도로 공직자 개인의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수 있다고 해 바로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
<출처: 2004다35199 판결 참조></blockquote>
<div class=″ab_sub_heading″ style=″position:relative;margin-top:17px;padding-top:15px;padding-bottom:14px;border-top:1px solid #444446;border-bottom:1px solid #ebebeb;color:#3e3e40;font-size:20px;line-height:1.5;″><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 헌재의 소수의견 ″이용자 정보 조회 개선하라″</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div></div>
이용자 정보 조회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2022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통신 이용자 조회를 당한 당사자에게 사후 통지하도록 하는 조항이 생겼지만, 당시 이종석 헌법재판관의 소수의견을 보면 앞으로 개선할 점이 더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서울법대 79학번 동기로 윤 대통령이 작년 헌법재판소장으로 지명한 바로 그 이종석 재판관입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 헌법 불합치 관련 이종석 헌법재판관 별개의견
-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수사기관 등이 취득하는 통신자료는 민감정보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진 정보들이고, 특히 주민등록번호는 만능키라고 불리울 정도로 다른 민감한 정보로의 연결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중략)
-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사기관 등이 취득한 통신자료의 보관기간이나 폐기절차 등 사후관리에 관한 규정을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아 국민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 등에 의하여 남용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출처: 2016헌마388 통신자료 취득행위 위헌 확인 등></blockquote>
검찰만 따져도 한 해 148만 건 이뤄지는 ′통신 이용자 정보 조회′, 이미 3년 전 논란이 있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건희 여사, 국민의힘 의원 등 80여 명과 언론인 100명 이상의 이용자 정보 조회를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공수처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미친 사람들″이라고 했고, 민주당은 ″문제없는 수사 절차″라고 했습니다.
최근 만난 검찰 고위 관계자는 당시 느낌이 싸했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언젠가 우리(검찰) 가지고도 뭐라 하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검찰 내부에서 이미 고민은 시작됐던 겁니다. 이번 검찰총장 주재 긴급회의에서 나온 소수의견이 그 방증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검찰은 내부 자성의 목소리를 품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원석 총장이 그렇게 막으려고 했던 이용자 정보 조회의 영장 제도화 추진입니다. 야당은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통신이용자정보 조회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 9일 발의했습니다. 여당도 대놓고 반대할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총장 회의에서 소수의견이 받아들여져서, ′수사상 꼭 필요한 경우에만 활용하겠다′고 했다면 어땠을까요. 결과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검찰이 곱씹었으면 하는 헌법 조항이 하나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헌법 18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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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검찰 출입기자단 통화내역 조회 결과 공개 거부(2003.10.7) </b>
<a href=https://imnews.imbc.com/replay/2003/nwdesk/article/1972884_30767.html target=″_blank″><b>https://imnews.imbc.com/replay/2003/nwdesk/article/1972884_30767.html</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