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5-01 16:20 수정 | 2026-05-01 16:44
국방일보 편집권 남용과 갑질 논란 등으로 해임된 채일 전 국방홍보원장이 자신을 국방부에 신고한 내부 공무원의 신원을 누설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신고자를 공개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기각했습니다.
MBC 취재 결과 권익위는 ″채일 전 국방홍보원장이 간부 회의를 소집해 공익신고자의 신원을 공개했으므로, ′신고자 비밀보장 의무′를 위반한 데 대해 합당한 처벌을 내려 달라″는 국방홍보원 관계자의 신청을 최근 기각 결정했습니다.
KBS 기자 출신으로 윤석열 캠프 공보특보를 지낸 채 전 원장은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주장을 국방일보 1면에 싣도록 지시하고, 이재명 대통령 관련 기사는 삭제·축소하는 등 편집권을 남용했다는 논란으로 지난해 12월 해임됐습니다.
<B>″여기저기 떠든다, 유출했다″ 했는데‥″신고자 공개 아니다″</B>
채 전 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 통화 기사를 빼라′고 지시했다는 등의 폭로가 언론에 처음 보도된 건 지난해 7월 22일입니다. 같은 날 국방부에도 ″채 원장이 자신의 정치적 편향성을 국방일보 기사에 반영할 것을 지시한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이튿날, 채 전 원장은 청사 2층으로 팀장급 이상 간부 19명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채 전 원장은 특정 직원을 콕 집어 실명을 언급했는데, 이를 두고 ′신고자의 신원을 공개했다′고 볼 수 있는지가 사건의 핵심입니다.
권익위 조사 결과, 채 전 원장은 특정인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OOO 팀장은‥ 내가 걱정스런 마음에 부르기도 했는데 여기저기 떠들고 다닌다″거나 ″OOO 팀장은‥ 보고를 잘 안 하고 내부 정보를 자꾸 유출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해당 인물과 얼마전 면담을 하면서 녹음 문제로 마찰을 빚었다며 ″사무실에 (000 팀장이) 들어오는데 주머니가 불룩하고 느낌이 싸해서 ′핸드폰 꺼내라, 녹음하는 거 아니냐′고 내가 넘겨 짚었다″고 말한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현행 ′부패방지 및 권익위 설치·운영법′에 따르면, 누구든지 부패행위 신고자라는 사정을 알면서 그의 인적사항이나 그가 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타인에게 공개해서는 안 됩니다.
이를 두고 권익위는 국방홍보원 관계자가 채 전 원장을 신고한 행위가 ′부패방지법상 부패행위 신고′에 해당하며, 채 전 원장은 신고자가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신고자 누설의 전제조건은 충족한 셈입니다.
권익위는 다만 ″채 전 원장 발언의 내용만으로는 ′통상적인 일반인의 관점에서′ 신고자가 누구인지를 인지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건을 기각했습니다.
채 전 원장이 신고자의 실명을 언급한 것을 두고도 권익위는 ″신고자를 공개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해당 인물이 대화 내용 등을 녹취하려 한 사실이 있어 내부정보 유출을 우려한 원장이 간부들을 상대로 주의를 당부하는 과정에서 실명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B>″당사자도 ′넘겨 짚었다′는데 권익위가‥″ 신고자 측 반발</B>
신고자인 국방홍보원 관계자 측은 권익위의 판단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특히 ′신고자를 공개한 게 아니라 녹음하지 말라고 한 것′이라는 채 전 원장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데 대한 의구심도 드러냈습니다. 두 사람의 면담 당시 녹음을 하지도 않은데다, 채 전 원장조차 ′넘겨 짚은 것이었다′고 인정했다는 겁니다.
신고자 측은 ″하지도 않은 ′원장실 녹음′ 주장을 전제로 권익위의 핵심 판단이 이루어진 점은 부당하다″며 ″자신을 신고한 소속 공무원을 단지 추측만으로 공개적으로 문제삼았음에도, 이를 문제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은 권익위의 신고자 보호제도 취지와도 어긋난다″고 비판했습니다.
신고자 측은 또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 없이 사건이 방치된 점에 대해서도 국방홍보원의 대응은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방홍보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권익위 신고자 보호와 관련해, 채 전 원장이 직위해제·해임 처분됨에 따라 현재 신고자와 분리된 상태″라며 ″향후 당사자의 요청 시 기관 차원에서 적극 조사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채 전 원장은 ″국가기관인 권익위가 철저히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각한 사안″이라며 ″기각 결정문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채 전 원장은 ″경찰에서도 같은 사안을 명예훼손으로 수사한 것을 포함해 내란선전·강요·강요미수 등 혐의로 수사를 벌였지만,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강조했습니다.
<B>″편집권 부당 관여, 엄히 책임 물어야″‥판단은 법원으로</B>
국방홍보원을 지휘·감독하는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채 전 원장을 해임 처분했습니다. ′편집권 남용′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방일보가 국방부 장관 취임사를 편집해 주요 핵심 메시지를 빼버렸다고 하는데 기강을 잘 잡아야 할 것 같다″고 질책한 지 다섯 달 만입니다.
MBC가 확보한 채 전 원장 징계의결서 내용에 따르면, 중앙징계위원회는 채 전 원장이 ″국방일보의 지면 편집에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부당하게 관여해, 하급자의 공정한 업무수행을 방해하고 부당한 보직변경을 하는 등 다수의 비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앙징계위는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있어서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인 경우로 판단된다″며 ″향후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와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서라도 엄히 그 책임을 묻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해임′을 의결했습니다.
채 전 원장은 이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불이익 처분 취소를 청구했지만 기각 결정을 받았습니다. 채 전 원장은 ″곧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