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탈출한 김만철씨 가족과 올해 136살 되신 최고령의 할머니도 주권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가장 홀가분한 국민투표였다는 국민들의 표정이었습니다.
● 기자: 헌정 사상 최초로 여야 합의에 의한 개헌안 국민투표가 실시된 오늘 전국의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의 발길이 줄을 이었습니다.
날씨마저 화창한 오늘 전국 1만 3,600여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내 한표가 이 나라 민주발전의 초석이 된다고 말하면서 적극적이면서도 차분한 마음으로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민주화로 가는 길목주변에는 투표소마다 화제의 인물들이 주위의 눈길을 모았습니다.
북한을 탈출해 온 김만철씨는 부인 최복례씨, 장남 광교군과 함께 오늘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재향 군인회 사무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자유의 품에 안긴 이후 최초의 주권을 행사했습니다.
● 김만철씨(틸북 귀순자): 북에서는 사실은 10여차례 이상 제가 투표를 했습니다.
그렇지만 진속으로 한 것은 하나도 없거든요.
또 비밀투표도 보장되지 않고…
그렇지만 나는 여기 와서 진정한 자유를 찾았기 때문에 진정한 주권을 내 손으로 다진다는 기쁨이 아주 큽니다.
● 기자: 또 올해 나이 136살로 국내 최고령자인 서울 성동구 성수동 김진화 할머니는 아침 일찍 조카 부부의 부축을 받으며 집에서 200여m 떨어진 투표소에 나와 한표를 던졌고 올해 처음 유권자가 된 만 스무살의 젊은이들은 투표를 하게 됐다는 사실 자체가 기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 김진화 할머니: 아 너무 좋아서 나왔죠, 기뻐서…
● 김경화양(대학생): 처음 투표 용지를 받고 나서 이제 어른이 되었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던 게 무척 기뻤고요, 여야가 합의한 개헌안의 찬반을 묻는 투표에 처음 투표 참여를 할 수 있었던 게 무척 기뻤습니다.
● 기자: 교통이 불편한 농촌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경운기를 동원해 이웃들과 함께 투표소로 향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으며 개인 택시조합 등 운수업체에서는 휴무 택시를 이용해 노약자와 환자들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전북 이리시 송악동 제1투표소는 주민 150여명이 어젯밤 반상회에서 전원 아침투표를 결의해 투표 시작 20분만인 아침 7시 20분쯤 전국에서 가장 빨리 투표를 마쳤습니다.
이밖에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민경화씨는 당초 지난 25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신혼여행 관계로 국민투표를 못하게 되자 양가 합의 아래 결혼식을 일주일 연기하는가 하면 장례식도 연기하고 투표장에 나온 주민들도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습니다.
한표의 주권행렬이 투표소를 메운 오늘은 전국이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어느 때보다 밝고 평온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