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앵커: 강성구

1987 정묘년 격동의 한해[신용진]

입력 | 1987-12-31   수정 | 1987-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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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정묘년 격동의 한해]

●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987, 격동했던 정묘년도 이제 3시간을 남기고 역사 속으로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지난 1년은 모든 분야가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 몸부림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거리의 함성으로부터 새 역사를 위해 물길을 튼 6.29 선언, 봇물처럼 터졌던 노사분규, 참담하기만 했던 수해 그리고 16년 만에 뜨겁게 달아올랐던 선거 열풍에 이르기까지 그 하나하나가 참으로 넘기 힘든 가파른 고빗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대견스럽게도 우리는 그 모든 시련과 도전을 이기고 또 하나의 도약을 기약하는 새 역사의 지평을 열었습니다.

이제 한 해의 끝에서 우리 모두는 108번뇌를 없애준다는 제야의 종소리에 온갖 갈등과 분열을 묻어버리고 대망의 1988년 화합과 희망의 새해를 맞도록 해야겠습니다.

송년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한 해를 결산해보는 순서부터 진행해 드릴까 합니다.

먼저 정묘년 1년을 정리해본 신용진 기자의 다음 리포트를 봐주시기 바랍니다.

● 기자: 해가 졌습니다.

어둠이 내렸습니다.

갈등을 기쁨으로, 분노를 희망으로 승화시킨 정묘년은 이제 역사로 기록되며 어둠에 묻혀가고 있습니다.

6.29 민주선언, 여야 합의에 따른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 확정, 16년 만에 내 손으로 내가 뽑은 대통령 선거, 따뜻한 나라 한국의 토끼해는 위대했습니다.

자유를 찾아 탈출한 해상난민 김만철씨의 이 해 겨울이 따뜻했습니다.

유례없이 대규모 가두시위가 빈발하게 벌어졌던 6월, 국민이 원했고 국민이 동의했던 그 달 29일의 민주화 선언은 시민들을 다시 일터로 돌아가게 했고 학생들을 다시 상아탑으로 돌아가게 했습니다.

경제성장의 열매를 공평 분배하라는 근로자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이 해 여름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차피 딛고 넘어서야 할 고비로 노사분규를 이해했고 오히려 이를 산업민주화 시대의 건전한 노사관계 수립으로 이끌어 나갔습니다.

때맞춰 중부지방을 덮친 수해로 뒤숭숭했던 여름이 다 할 무렵, 돌이키기도 끔찍한 사이비교주의 집단 자살극이 벌어지는 심각한 사회병리를 겪기도 했습니다.

이 격동의 여름을 어렵게 넘긴 우리는 추수기 가을을 맞아 여야 합의에 따른 직선제 개헌안을 확정, 헌정 사상 가장 큰 수확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12월 16일, 16년 만에 한 표, 한 표 귀중한 주권행사를 하기 위해 우리는 투표소로 달려갔고 투표 결과에 승복하는 깨끗한 민주의식을 대내외에 과시했습니다.

그래서 이 동짓달 마지막 날, 우리는 산고 끝에 태어난 국민화합의 승리, 패자 없는 민주 승리의 환희를 다시 새기게 됩니다.

잠시 후 제야의 종소리는 아픔을 어둠에 실어 보내고 대립을 흐르는 세월에 떠나보낼 것입니다.

분열에서 화합으로, 보복에서 용서로 그래서 더없이 상서로운 용의 해 무진년 새해 아침은 희망으로 가득할 것을 기대해 봅니다.

MBC뉴스 신용진입니다.

(신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