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앵커: 권재홍,최율미
미군 상대로 생계 꾸려온 의정부 기지촌 할머니 피살[김효엽]
입력 | 2000-03-12 수정 | 2000-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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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지촌 할머니의 죽음 ]
● 앵커: 평생 동안 미군을 상대로 생계를 꾸려오던 기지촌의 한 60대 할머니가 살해됐습니다.
사회의 눈총과 냉대, 서러움을 겪어온 기지촌 여성의 서글픈 죽음입니다.
경찰은 미군 용의자를 찾고 있습니다.
김효엽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어제 오후 3시쯤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기지촌의 한 단칸방에서 66살 서 모 할머니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채 발견됐습니다.
할머니가 살던 3평 남짓한 골방에는 옷가지와 가재도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습니다.
● 경찰: 윗니가 4대 부러지고 얼굴 부위에 멍이 들어있었다.
● 기자: 이웃주민들은 전날 밤 할머니가 미군 병사와 함께 들어가는 것을 봤으며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서 할머니가 숨진 곳은 미군부대 캠프스텐리를 끼고 있는 전형적인 기지촌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미군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10살때 청력을 잃은 서 할머니 역시 6·25때 가족과 헤어진 뒤 미군을 상대하는 기지촌으로 흘러와 평생 이곳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 이웃주민: 저도 이렇게 마음은 그래요.
남의 것 공것 그냥 안 먹으려고 그러고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먹는 그런 게 있었더라고요.
● 기자: 족쇄 없는 미군 범죄에 의한 또 하나의 희생, 그런 서 할머니의 죽음에는 이른바 양공주로 한 번 낙인찍히면 그 세계를 떠나 사회로 돌아올 수 없는 영원한 이방인, 기지촌 여성들의 서글픈 삶이 숨겨져 있습니다.
MBC 뉴스 김효엽입니다.
(김효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