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앵커: 권재홍,최율미

대만 제1야당 천수이볜대만 총통에 당선, 51년만에 정권교체[정태성]

입력 | 2000-03-18   수정 | 200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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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제1야당 천수이볜대만 총통에 당선, 51년만에 정권교체]

● 앵커: 오늘 대만 총통선거에서 제1 야당인 민주진보당의 천수이볜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51년만의 첫 정권교체입니다.

대만 현지에 정태성 특파원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 특파원.

● 기자: 네.

● 앵커: 천수이볜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죠?

● 기자: 네, 천수이볜 후보는 오늘 507만 표를 얻어 2위 쑹추위 후보를 30만 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습니다.

조금 전 중앙선관위는 천 후보의 당선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천 후보는 개표 초반부터 앞서 나가기 시작해서 끝까지 선두를 지켰습니다.

당초 치열한 3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결과는 천수이볜 후보와 쑹추위 후보의 2파전으로 전개됐습니다.

집권국민당의 롄잔 후보는 한 번도 1위에 오르지 못하고 힘없이 무너졌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신속한 개표와 집계입니다.

이유는 전산작업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후 4시에 일찍 투표를 마치고, 유권자도 1,500만 명으로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천 후보는 507만 표 39%, 2위 쑹추위 후보는 478만 표, 37%, 3위의 롄잔 후보는 286만 표, 23%의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지금 타이베이 시가는 온통 축제의 분위기입니다.

천수이볜 지지자들은 타이베이 민성동로에 있는 민진당 당사 앞에 모여 폭죽을 터뜨리며 당선을 축하했습니다.

천 후보는 오늘의 승리가 55년 간의 타이완 민주혁명의 결실이며, 타이완 국민들이 중국의 전쟁위협을 두려워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한 쾌거라고 첫 정권교체의 소감을 밝혔습니다.

● 앵커: 정 특파원, 천수이볜 후보는 상당히 개혁적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인물인가요?

● 기자: 말씀드린 대로 천수이볜 후보는 개혁가입니다.

타이완의 대표적 야당 민주인사였습니다.

변호사였던 그는 계엄령 하에서 민주인사들을 변호하다 자연스럽게 반체제 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85년에는 그 자신도 체포돼 8개월간 옥고를 치렀고, 그의 부인은 세 번이나 차에 치여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는 때로 너무 급진적이다, 또는 무모하다, 라는 비판을 들을 만큼 개혁적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93년 43살 때 타이베이 민선시장에 당선된 그는 5년간의 재임기간 동안 유감없이 그의 개혁성을 발휘했습니다.

만연돼 있던 매춘을 일소했고, 고질로 여겨졌던 교통난을 해결했습니다.

국민당이 운영하는 기업에 기업세를 물리고 고 장계석 총통의 저택에 들어 있던 시유지를 반환받는 등 원칙론자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남겼습니다.

그가 이제 수도 타이베이만의 개혁이 아니라 타이완 전체의 개혁을 이루어낼 수 있는 총통의 자리에 오르게 됐습니다.

그는 또 친한파이기도 합니다.

타이베이 시장 시절 서울을 방문했고, 경남대와 용인대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 92년 단교 이후 소원해졌던 한국과 타이완의 관계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 앵커: 정 특파원, 천수이볜 후보의 당선 때문에 앞으로 대만에 큰 변화가 예상되지 않습니까?

특히 중국이 천수이볜 후보의 당선을 무척 꺼렸지 않습니까?

앞으로 어떻게 전망됩니까?

● 기자: 말씀드린 대로 천수이볜 후보는 개혁가입니다.

엄청난 개혁의 소용돌이가 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타이완은 지난 49년부터 50여 년간 국민당의 1당 통치를 받았습니다.

안정을 유지했고, 그 안정을 바탕으로 경제의 부흥은 이루었지만 자유와 평등이라는 민주의 개념들은 억압받아 왔습니다.

부패와 정경유착, 또 정폭유착, 즉 정치와 폭력의 유착은 제1순위 개혁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기득권층, 즉 보수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개혁을 이루느냐는데 있습니다.

국회도 여소야대가 되는 상황에서 쉽지만은 않을 듯 합니다.

방향은 개혁으로 가겠지만 다소간의 혼란과 진통은 피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 양안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중국이 가장 당선을 바라지 않던 후보가 바로 천수이볜이었습니다.

양안관계는 상당기간 긴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내부적으로는 개혁, 외부적으로는 양안관계의 긴장해소가 천수이볜 정권의 두 가지 당면 과제가 될 것이고, 또 성공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타이베이에서 MBC뉴스 정태성입니다.

● 앵커: 정 특파원 수고했습니다.

(정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