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앵커: 이인용,김은혜
경부고속철도 일직터널 붕괴 사실 숨겼다[강명일]
입력 | 2000-05-12 수정 | 200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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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널붕괴 숨겼다 ]
● 앵커: 끊임없이 부실공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고속철도 공사 도중에 또 터널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붕괴된 건 지난 3월이었지만 시공회사는 지금까지 이 사실을 숨겨왔습니다.
강명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경기도 시흥시 경부 고속철도 1-2공구 1직 공사현장, 터널 입구에서 200m쯤 들어가 보니 천장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로 터널중간이 꽉 막혀 있습니다.
터널이 무너진 것은 지난 3월 16일 저녁, 인부들이 한창 터널 하반부 굴착공사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 당시 현장 인부: 크게 균열가는 소리가 뚝뚝 나 징후를 알고 장비와 사람은 빠졌다.
● 기자: 터널 천장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면서 엄청나게 많은 바위와 토사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터널천장을 지지하던 콘크리트와 철근이 흉물스럽게 내려앉아 붕괴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직 내려앉지 않은 천장에서도 굵직굵직한 균열이 이어져 있어 추가 붕괴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사고원인은 치밀하게 지질조사를 하지 않고 공사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붕괴현장 바로 위에는 터널이 받는 무게를 분산시켜 줄 암반이 전혀 없고 흙더미만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십 미터 두께의 무거운 토사가 직각으로 터널을 눌러 천장이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 이수곤 교수(시립대 토목공학과): 취약지점인데도 불구하고 지질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고 설계했기 때문에 무너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 기자: 사고가 나자 시공회사와 고속철도 건설공단은 공사를 중단한 채 2달 동안 이같은 사실을 은폐해 왔습니다.
● 시공회사 공사부장: 이쪽 지역은 그 당시 보링조사(시추공사)를 할 당시 누락된 부분이어서 정확한 지질조사는 안된 상태다.
● 기자: 지난 92년 착공 이후 잦은 노선과 설계변경으로 10년이 되도록 60%의 공정률에 그치고 있는 경부고속철도, 공사비는 당초 예상보다 4배나 늘어난 22조 원을 넘어섰지만 공사 구간의 70%가 다시 시공하거나 보수해야 한다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오는 2004년 개통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부실공사로 인한 적신호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강명일입니다.
(강명일 기자)